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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일보>에는 워마드와 메갈리아에 대한 기사가 올라온다. 그도 그럴 것이 한창 이 두 커뮤니티의 '막장성'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두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포털에 '워마드'를 검색하기만 해도 그들이 얼마나 여성주의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지, 얼마나 패륜적인 행동을 일삼는지에 대한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현실의 여성혐오를 지우는 <국민일보>의 '탈맥락 보도'

 국민일보는 상당히 많은 지면을 워마드를 비난하는데에 쓴다. 그런데 과연 이들의 보도가 정당한 비판인지는 의문이다. 많은 맥락을 배제한 채 자극성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상당히 많은 지면을 워마드를 비난하는데에 쓴다. 그런데 과연 이들의 보도가 정당한 비판인지는 의문이다. 많은 맥락을 배제한 채 자극성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 국민일보 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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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언론들도 워마드의 '남성 혐오'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난을 가하고 있지만, <국민일보> 만큼 그들의 행적에 관심을 두는 언론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커뮤니티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사실 필자도 메갈 계열 커뮤니티들의 어법이 불편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필자 또한 그들이 욕하는 '한남충'의 범주에 들어갈 게 뻔하기에 결코 유쾌하지 않다. 게다가 미러링, 그 말 많고 탈 많은 미러링 역시 많은 이들이 생각하듯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와 '써서는 안 된다'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일베가 무슨 잘못을 했든지 간에 그걸 되쳐서 보여주는 게 결코 '올바르게' 보이지는 않을 테지만, 세상 일이 모두 올바른 것과 올바르지 않은 것으로 쪼개지지는 않지 않나.

'미러링' 전략은 '여성혐오가 실제로 여성들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동한다'를 전제로 깔고 시작한다. 하지만 <국민일보>를 포함한 많은 언론들과 누리꾼들은 '그런 건 관심 없고 당신들의 어법은 불편하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더불어, '그래서 나는 일베의 극단성을 계속 비판해 왔다, 워마드나 일베나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말을 해왔다'라는 주장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미러링'의 대상이 일베에 국한돼 있다는 오해에 기반한 주장이라고 본다. 메갈류의 커뮤니티들은 일베에 대항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진 여성 혐오를 고발하고 비판하기 위해서 생겨났고, 그것을 어떻게 고발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일베의 외형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일베를 얼만큼 많이 비판해 왔는가'가 아니라 '여성 혐오에 대해 경계하고 비판해왔는가'가 아닐까? 워마드와 메갈리아를 없앤다고 해서 여성 혐오가 없어지진 않을 테니 말이다.

이런 복잡다단한 맥락을 모두 제거한 체 <국민일보>는 워마드가 얼마나 극악무도한 행동을 저지르는지에만 집중한다. 최근 올라온 기사 중 '워마드'가 제목에 들어간 기사는 총 23건(7월 19일 넥슨 성우 하차 사건 기사부터 8월 20일까지)이다. 기사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21살 여동생이…" 워마드 하다 집안 발칵 뒤집힌 사연 (8월 20일)
이번엔 태극기에 욱일기 합성, 워마드 악행 어디까지 (8월 20일)
"일본 극우보다 더해" 독립투사 능욕 워마드 고발… (8월 19일)
"직장 상사에게 부동액 커피 먹였다" 워마드 글 수사 착수 … 경찰 압수수색 검토 (7월 28일)
"메갈·워마드 용납 못합니다" 여성들 선언 잇따라… (7월 27일)
"하나같이 읍읍들" 넥슨 시위 워마드 몰카촬영 물의… (7월 26일)

정말 기사 제목만 보면 극악무도 그 자체다. 하지만 기사들의 내용을 읽어보면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다. 당장에 생각나는 질문 몇 가지를 정리해봤다.

1) '워마드' '집안'의 키워드로 검색을 포털에 해보면 <국민일보>의 주소로 쓰여진 기사나 그 기사를 퍼간 커뮤니티만 검색된다. 국가고시 카페에 올라왔다는 그 게시물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맞나? 왜 워마드 하다가 집안이 뒤집어졌다는 내용의 글은 출처가 <국민일보>인 기사 밖에 없는 걸까. 확실한 팩트체킹을 한 것이 맞나?

2) '읍읍'이라는 단어가 '구체화할 수 없는 대상을 비하할 때 쓰는 용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비하가 목적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의도적으로 구체화하지 않고자 하는 대상이 있을 때 널리 쓰이는 용어다. 애초에 워마드가 '읍읍'을 썼기에 일부러 '비하'를 목적으로 한 단어라고 말한 것 아닌가?

더불어, 기사 내용에서 "워마드 회원들은 넥슨 직원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촬영하자"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초상권을 먼저 침해한 것은 워마드 회원을 먼저 촬영한 사람들 아닌가? 왜 워마드 회원이 대항해서 찍은 행동만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걸까?

3) 부동액 커피를 먹였다 혹은 독극물로 살인하는 방법 좀 알려달라는 게시물이 몇 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까지 일부 사건은 조사 중이다. 즉 이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피해자가 존재하는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남성들의 약물 범죄는 비일비재하다. '물뽕'이라는 이름 하에 신고도 당하지 않거나 신고해도 조사하지 않는 덕분에 소라넷은 긴 세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런 이중성에 대한 인식이 있는가? 남성들이 유희로 소비하는 약물 강간은 실재하는데, 그 존재여부도 아직 모르는 워마드의 부동액 소동은 너무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것 아닌지.

이 질문들은 워마드 회원들의 행동을 비판하기 전에 한번 쯤 제기했으면 하는 지점들을 포함한다. 단순히 비난을 하는 것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왜 워마드는 비난받을 것이 뻔한 방식의 어법을 고수하는지, 그 기저에는 어떤 맥락이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비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사유하고 성찰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것은 언론를 소비하는 독자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여성혐오는 현실이고, 여성들은 일상생활에서 그 공포를 경험하고 있으니까.

'성소수자 혐오'를 기본값으로 설정해놓은 <국민일보> 보도

 <국민일보>는 또한 성소수자가 얼마나 불행하게 사는지에 대해 수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그 과정에서 동성애와 트렌스젠더를 구분없이 쓰는 등 성지향성에 대한 구분을 뭉개는 방식을 되풀이한다.
 <국민일보>는 또한 성소수자가 얼마나 불행하게 사는지에 대해 수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그 과정에서 동성애와 트렌스젠더를 구분없이 쓰는 등 성지향성에 대한 구분을 뭉개는 방식을 되풀이한다.
ⓒ 국민일보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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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일 <국민일보> 1면에는 "동성애는 사랑이 아닙니다. 혼자 늙고 결국엔 비참해집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내용인 즉슨 국내에서 첫 번째로 성전환 수술을 받아 트렌스젠더가 된 사람이 이런 저런 고통에 시달리다가 이제는 사경을 해매고 있다는 기사이다.

사실 '트렌스젠더'라는 것이 성전환수술을 반드시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를 갖고 태어났지만 자신이 반대 성의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갖고 있다.

더불어 동성애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국민일보>는 동성애와 트렌스젠더를 구별없이 사용하고 이 둘을 '불행한 존재'로 전락시키는 방식으로 디스크 수술과 신체 마비의 경험을 사용한다. 무슨 연관인지는 논증하지 않고, 단지 '이성애가 아닌 것'을 지향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불행해지는 것이라는 논리적이지도 않고 폭력적인 결론으로 치닫는다.

당시에 이 기사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골적인 성소수자 혐오를 담은 이 기사에 내 주변의 많은 성소수자 지인들이 절망해 했다. 과연 이것이 무엇을 위한 기사인가. 여러분들도 어서 치료를 통해 탈동성애하라는 손짓인 것인가.

워마드를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을 고려해 보면, <국민일보>는 일관된 방식으로 성소수자를 대한다. 논의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무시한 채 한 쪽의 입장만을 가지고 사안을 판단하며 그 과정에서 상처받을 수 있는 약자에 대해서는 고려를 하지 않아 보인다.

마치 미러링의 맥락보다는 자극성에 초점을 맞추듯, 성소수자들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얼마나 고통받고 인권을 유린 당하는지 그 현실을 무시한 채 '탈동성애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자극적이고 자의적으로 보도하기만 한다. 이를 테면 이런 기사들이다.

지역 유일의 동성애 음란 축제 현장 (6월 26일)
"대구 퀴어축제, 문화행사 아닌 저급한 성 박람회" (6월 26일)
[사설] 서울광장의 동성애 축제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6월 12일) 
"동성애는 이기적 욕망, 중독일 뿐 다들 속고 있습니다" (6월 9일)

하필이면 몇만 명이 서울광장에 모여 퀴어문화축제를 여는 시즌이다 보니 올해 6월에 특히 '동성애는 얼마나 올바르지 않은 것인가'에 대한 보도에 집중하기도 했다. 왜 저렇게 공격하기에만 바쁜걸까.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는 거부한 채로 말이다.

결국 <국민일보>의 보도 방식에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소수자를 향한 지속적인 편견 생산과 혐오다. 그것이 여성이든 성소수자든, 분명한 것은 그들은 특정한 부분에서 약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구조에 의해, 사람들의 편견에 의해 상처받고 억압받는다. 이런 현상을 언론이 더 부추기는 것은 도덕적인 문제라고 본다. 맥락을 배제하고 비난하기만 하는 그 태도가 소수자들에게는 큰 폭력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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