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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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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태 연임, 정권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고 봐야"

- 남상태 전 사장이 연임에 만족하지 않고 3연임까지 시도한 이유는 뭘까? 
"지금까지 3연임은 없었다. 주인없는 회사에서는 챙길 수 있는 게 많다. 경영권 행사를 계속 누리고 싶었을 수도 있고, 사외이사나 고문 영입 등 인심쓰기도 좋지 않나. 한마디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싶지 않은 거다. 최상위 기득권을….

- 챙길 게 많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남상태 전 사장도 횡령배임으로 뇌물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 지난 2010년 국회 국정감사(국회 정무위)에서는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남 전 사장의 연임을 요청했고, 정 전 수석은 민유성 전 행장을 만나 이 뜻을 전달했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연임 로비는 내밀해서 당사자나 극소수 측근이 아니면 알기 어렵다. 그래서 아는 바가 없다. 그런데 흔히 본인은 가만 있는데 사장 한번 더 하라고 얘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본인이 열심히 '배경'을 찾아서 활동했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당시 산업은행의 담당부서에서는 '남상태를 염임시켜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나왔다. 왜냐하면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을 진행할 때 노조 뒤에 숨어서 노조의 실사 방해를 방관하고 비협조로 일관했다. 그리고 회사 재무상황은 영업기밀인데 그것을 언론에 보도하게 만들었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화가 (상황을) 보니까 당초 생각과 달라서 매각이 결렬됐다. 남상태 전 사장은 그렇게 매각이 지연되고 결렬된 데 일부분 책임이 있다. 그리고 감사실 폐지와 감사실장 부당해고 등 전횡을 휘둘렀고, 이창하씨와 연루된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당연히 산업은행 안에서 비판적인 시각이 아주 많았다. 그래서 남상태 전 사장이 연임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임됐다."

- 그렇게 반대가 있었는데 연임에 성공한 이유는 뭘까?
"산업은행 내부에서 반대하는 기류가 있었는데도 연임됐다는 것은 은행 최상층부나 정권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실무진들이 반대해도 민유성 행장이나 정치권, 청와대에서 연임시키라고 하면 그렇게 간다."

- 최근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측근 인사는 "강 전 행장이 2012년 MB를 찾아가 남 전 사장의 3연임을 막았다"(<동아> 보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중에서는 남상태 전 사장이 정권에 엄청난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강만수) 은행장이 청와대에 가서 그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강만수 행장도 남상태 전 사장을 컨트롤할 수 없으니까 청와대에 직접 가서 (3연임 반대를) 얘기했다고 보는 게 맞다."

"강만수 행장 등이 남상태 3연임에 반대한 이유"

- 강만수 은행장 등이 남상태 전 사장의 3연임을 반대한 이유 무엇이었을까?
"2010년 11월엔가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남상태 전 사장의 몸통 로비 의혹(남상태  전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씨에게 연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기자주)을 제기했는데 남상태 전 사장을 3연임 시켜주면 이것을 인정하는 꼴이 왼다. 또한 2011년 산업은행에서 실시한 대우조선해양 경영컨설팅에서 남상태 전 사장의 부실경영, 방만경영이 적나라하게 파악됐다. 이래저래 남상태 전 사장을 둘러싼 잡음이 많았다.

그래서 남상태 전 사장의 3연임이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어 반대했다고 본다. 3연임의 전례도 없고, 몸통 로비설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대우조선해양이 비리.부실 투성이고, (남상태 전 사장의) 자질도 안된다고 본 것이다."

- 당시 남상태 전 사장을 둘러싸고 연임 로비 의혹뿐만 아니라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불거졌지만 검찰은 주변 인사들(임원 5명)만 형사처벌하고 남 전 사장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검찰이 당시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치적 이유 때문에 제대로 수사 안했다고 본다." 

- '정치적 이유'라면?
"검찰이 '외압'을 받아서 수사 안했다고 봐야 한다. 외압은 검찰 자체 외압일 수도 있고, 정권 차원의 외압일 수도 있다. 청와대에서 수사하지 말라로 눌렀거나 MB정권 핵심인사들이 '왜 남상태 손 대느냐'며 비호하지 않았겠나? 남상태 전 사장의 보호막, 방패막이 튼튼하니까 그런 보호막, 방패막이 검찰에 외압을 행사했을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개인비리가 없었다고 해도 (최소한) 관리책임은 물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달 담당 전무, 인사 담당 전무 등 핵심 전무 두 사람이 구속되고 자회사 사장이 구속됐는데 개인비리로 치부하고 (남상태) 사장은 모른다고 하고…. 그런데 사장이 관련없을 수 있나? 설사 관련없다고 해도 회사 대표로서 도의적인 관리 책임은 져야 했다.

만약 당시에 그런 책임을 물었다면 오늘날 서별관 회의에서 4조 원대 지원을 결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남상태 전 사장이 제대로 (경영)하고, 후임으로 고재호 전 사장이 선임되지 않았으면 이런 엄청난 부실은 안생길 수 있었다."

- 고재호 전 사장은 남상태 전 사장이 추천했다고 봐야 하지 않나?
"그렇게 알고 있다. 언론보도로 그렇게 나왔다. 남상태 전 사장이 3연임을 포기하는 대가로 (후임 사장을) 내부에서 선임하게 해 달라고 대주주 산업은행에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왜 고재호 전 사장이냐? 그는 해외영업 담당 부사장이었다. 항상 수주관계로 남상태 전 사장과 출장을 같이 다녔다.

2009년과 2010년 대우조선해양이 저가수주로 치고 나가니까 경쟁업체에서는 '그러면 곤란하다'고 볼멘소리를 하니까 남상태 전 사장이 '무슨 소리냐? 우리는 원가관리, 공정관리를 잘해서 충분히 경쟁력 있어서 그 가격에 수주받아왔다, 실력도 없는 사람들이 우리를 저가수주라고 평가절하한다'고 반박했다.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이 (당시 사장-부사장으로서) 저가수주를 위한 영업활동을 같이 했다.

그러니 남상태 전 사장의 치부나 약점을 고재호 전 사장이 잘 알고 있다. 한배를 탄 처지였기 때문에 남상태 전 사장이 고재호 전 사장을 추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MB정권 시기에 급속히 부실화돼 의혹을 샀다.
 대우조선해양은 MB정권 시기에 급속히 부실화돼 의혹을 샀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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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제라도 남상태 연임 로비 의혹 제대로 밝혀야"

- 그런데 최근 검찰이 홍보대행사를 통해 정.관계 로비에 나선 단서를 포착했다며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 수사에 다시 나섰다. 이는 이미 죽은 정권(MB)을 겨냥한 것인데, 살아 있을 때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서는 이제 와서 수사하겠다는 검찰을 어떻게 생각하나? 
"그때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부실경영, 비리경영을 더 키우지 않았을텐데 이제 와서 뒷북치고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을 것으로 키우고는 이제 와서 수사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그런 점에서 검찰은 확실하게 '정치적'이다. 정권의 의중에 충실한….
"저도 그런 생각이 든다."

- 검찰이 지금 수사중인 5대 의혹(삼우중공업 지분 고가 매입 의혹, 오만선상호텔 건설 프로젝트 부실 의혹, 당산동 사옥 매입시 시행사 선정 특혜 의혹, 휴맥스해운항공과 티피아이메가라인 등 지인회사 독점 수의계약 의혹, 업무상 배임 의혹)은 지난 정부에서 수사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의혹이 제기됐을 때 당연히 수사했어야 한다. 그랬으면 남상태 전 사장의 경우 책임을 피할 수 없었고, 비리경영, 부실경영이 이렇게까지 확대되지는 않았다. 그때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서 수조 원대의 공적 자금이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단초는 이미 2006년과 2007년부터 있었다. 남상태 전 사장 초임 전반기 때 그 시초, 시발이 생성됐다."

- 2006년, 2007년의 일이란?
"그때 단초들이 있었고, 의혹제기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휴맥스해운항공 운송비 과다 지급문제도 제기되어서 (제가) 감사의견서를 만들었다. 다만 당시에는 남상태 전 사장과 정준택 휴맥스해운항공 사장이 그런 관계인 줄은 몰랐다. 당시 휴맥스해운항공이 외국 기자재를 운송했는데 운송비가 과다하게 지급되고 있었다. 그래서 (감사실에서) '왜 이렇게 과다지급하느냐? 더 세밀하게 조사하고 제도를 개선하라'는 의견서를 냈다.

그런 것들이 가지치고 가치쳐서 남상태 전 사장이 정준택 사장이 싱가포르에 세운 물류회사의 지분을 취득하고, 정준택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손자회사(부산국제물류)의 지분을 (헐값에) 인수하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당산동 사옥 매입시 시행사 특혜 의혹은 (최근 검찰에서 조사받은) 이창하씨와 관련된 건이다. 오만선상호텔건은 그 뒤에 일어난 것이다. 이창하씨가 2009년 감옥에 들어갔다가 나온 뒤 오만으로 도망가 한 일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본격적인 비리경영, 회계사기가 저질러진 이유는 두 가지라고 본다.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과 감시.관리감독 기능 무력화다. 지금이라도 검찰은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로비 의혹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 지나간 일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밝혀야 한다."

"CFO가 회사와 한통속이라는 사실이 말해주는 것"

-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을 견제할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도 부실경영, 비리경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데.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나 사외이사들이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부러 그런 사람들을 선임했는지 모르지만, 전문성이 없는데다 비리경영, 회계부정을 감시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한달에 한두 번 회의에 참석하면서 회의 안건으로 잘 요약된 자료만 받고 설명를 듣는 처지에서는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처럼 배타적인 사내 풍토가 센 곳에서 외부인사에게 제대로 진실을 얘기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들이 100% 잘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 감사위원들은 분식회계된 재무제표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에 반대한 사례도 거의 없었다.
"실제 몰랐을 수도 있다. 회사에서 정리한 안건만 보면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문제점은 안건을 설명한 자료에서 빠져 있다. 회계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제대로 내부보고하겠나?"

-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MB정부 들어서 경영진을 감시.견제하는 감사실을 폐지하지 않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제가 (감사실장에서) 강제로 쫓겨나올 때 들어온 사람들이 오동섭 등 3명의 고문이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니 오동섭 고문이 3년 근무를 마친 뒤 그의 후임으로 (이명박 대통령) 사진사가 들어왔더라. 이것은 무엇을 말하느냐? 정당한 업무를 수행하던 감사실장을 쫓아내고 전문성도 없는 대통령 측근을 심는 역할밖에 못한 것이다. 이번에 나온 감사원 감사보고서에도 '남상태가 직권으로 정당한 업무를 수행하던 내부 감사실을 폐지하는 등 감사활동의 독립성이 심각히 훼손된 사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 당시 감사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강제해임됐는데, 감사실 폐지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직접적이고,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왜냐하면 경영진을 감시·감독·견제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사라졌으니 맘놓고 경영을 전횡하고 비리경영을 할 수 있지 않았겠나. 제가 강제로 퇴사한 이후 CFO(최고재무책임자)제도를 만들었지만 CFO가 제대로 역할하지 못했다.

최근 CFO였던 김갑중 전 부사장이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감사실장과 CFO의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감사실을 폐지하고 CFO제도를 만들었더라도 경영진과 회사를 견제·감시·감독해야 하는데 왜 한통속이 됐는가.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 그것이 무엇을 말한다고 생각하나?
"제대로 일하는 사람은 쫓아내고, 산업은행에서 내려온 사람이 일을 못하도록 만들어버린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 CFO 제도를 만든다고 했을 때 제가 '산업은행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CFO를 만들 수 있지만, 감사실을 없앤 김에 상근감사위원제도를 만들어서 소위 투 트랙(CFO-상근감사위원)으로 경영진을 감시·감독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재무쪽에 이상이 발견되면 CFO가 상근감사위원쪽에 얘기해 감사하게 하고, 상근감사위원이 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면 CFO에 전달해서 이사회에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게 했다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

"대우조선은 MB정권의 호구였다는 말 틀리지 않아"

- 결국 대우조선해양을 국책은행이 관리하면서 '낙하산 인사' 자리챙겨주기나 지인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기업으로 변질된 것 아닌가?
"영입한 사외이사나 고문 등을 보면 그렇다. 변명 같지만 산업은행에서 챙겨주는 자리는 한두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정권쪽에서 챙겨주는 사람들이다. 감사실이 존재함으로써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이 긴장관계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산은은행장이나 임원이 '내 아는 사람에게 일감 주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내가 (감사실장에서) 나온 이후 민유성 전 행장이나 남상태 전 사장, 강만수 전 행장이 지인들에게 일감주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옛날부터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민유성 전 행장 이후 (대우조선해양에) 감사실이 없어지면서 그렇게 됐을 수 있겠다."

- 한 여권 인사는 기자에게 "이명박 정부 시절 대우조선해양은 정권의 호구였다"라고 촌평했다.
"연임된 남상태 전 사장은 권력과 돈을 배경으로 오만방자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정치권 주변 인사들과 직거래하면서 정권의 가려운 곳을 잘 살펴줬을 것 아닌가? 사외이사나 고문의 면면 등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이 정권의 호구였다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 대우조선해양이 이렇게 부실화된 원인 중 하나로 '17년간'(2000년-2016년) '주인없는 회사'(국책은행의 관리)로 남아 있었다는 점을 지목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이 있다. 차제에 산업은행에서 비금융자회사를 편입시킬 경우 보유할 수 있는 기한을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면 '3년 내에 반드시 팔아야 한다'는 일몰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공적 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겠다고 하지 말고. 그런 기준이 없으니까 행장이 바뀔 때마다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방침이 바뀐다. 특히 팔 때 특혜시비를 (많이) 감안하는데 이것저것 생각하면 못판다. 그렇게 가지고 있다 보니 이렇게 된 것 아닌가?

특히 2008년부터 산업은행은 민영화 과정을 거치면서 임직원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그런 과정에서 외부에서 온 민유성 전 행장 등 임직원들이 대주주로서 공적 자금이 투입된 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을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의식이 없었거나 약화됐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17년간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다. 산업은행이 금융지주회사와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돼 민영화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합쳤다."

- 그동안 매각을 추진했거나 매각을 추진해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했는데(2008년, 한화, 6조3000억 원) 매각에는 실패했는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지나치게 여론에 휘둘렸다. 특혜시비 등을 지나치게 염두에 둔 것이다. 또한 조선업의 미래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조금 싸더라도 매각할 수 있어야 한다. 찬물 한 그룻 얻어먹은 게 없다면 특혜시비에서 떳떳할 수 있다. '변양호 신드롬'이 있다. 구설수에 올라가는 일은 안한다는 것이다. 특혜시비 등 구설수에 올라가는 일은 안하려는 분위기가 (산업은행에) 형성돼 있다.

2008년 뒤에도 몇 번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인수를 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몇 조 단위로 덩치가 크니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어서 선뜻 인수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없었다. 조선업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었고, 회사의 재무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면 빨리 팔았어야 했다."

"각자 위치에서 주머니에 챙겨넣은 것이 누적된 결과"

- 흥미로운 분석은 대우조선해양이 부실화된 시기가 MB정부 때이고, MB의 핵심측근인 강만수 전 장관이 산업은행장에 부임한 이후라는 점이다. 이런 분석은 사실과 부합하나?
"일리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2011년 강만수 전 행장이 오고 나서 부실이 심화된 것은 아니다. 그때 남상태 전 사장은 3연임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어서 저가수주해오던 때였다. 그런 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강만수 전 행장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것 같다." 

- MB정부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부실화된 것은 맞지 않나?
"그것은 맞는 얘기다. 2008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일어나면서 모든 산업이 침체기에 들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도 수주실적 즉 외양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해양플랜트사업을 가져와 키웠다. 특히 MB정부에서도 해양플랜트산업 육성책을 발표했다. 조선 업황(업계현황의 줄임말-기자주)도 나쁘고, 조선업의 미래 전망도 어려운데 해양플랜트 육성정책을 발표하니 물량만 늘렸다. 그런 프로젝트를 수행할 능력은 부족하면서 수주물량만 늘린 것이다."

-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화는 회계부정에 따른 수천억 원, 수조 원이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얘기 아닌가? 검찰수사에서도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등의 비리는 '깃털'에 불과하고, 그 수천억 원, 수조 원의 귀착지가 '몸통'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다. 수천억 원, 수조 원은 한꺼번에 사라질 수 없다. 외국에서 저가수주해오면 그에 따른 설계 비용 등을 많이 들이고도 손해를 보고 만들어준다. 발주한 주문자가 싼값에 납품받는 것이다. 국내에서 비싼 비용을 들여 만들어서 그것을 해외에 싸게 판 것인데 그런 점에서 돈이 해외로 빠져 나갔다고 볼 수는 있다. 해양플랜트 기자재는 상당부분 해외에서 구입해 쓴다. 그것(기자재 수입비용)을 높게 사서 (돈이) 빠져 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와 별개로 남상태 전 사장이 재임하던 때에 기업을 인수합병해 여러 개의 해외 자회사를 만들었다. 그 해외 자회사들이 부실화되면서 결국 청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입수합병 과정에서 돈이 밖으로 빠져 나갔다. 그렇게 빠져 나간 돈이 돈 세탁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에는 해외법인도 있고, 특히 조세회피처에 역외법인도 있다. 그런 곳의 자금흐름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예를 들면 루마니아에 망갈리아 조선소가 있다. 김우중 회장 시절부터 수천억 원의 운영적자가 났던 곳이다. 그것을 거의 10년간 대우조선해양에서 메꾸어 주었다. 그렇게 적자운영되다 보니 자금이 빠져 나갔다.

또한 회계부정을 저질러 이익이 난 것처럼 꾸몄다. 이익이 났으니 그것을 배당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그렇게 받은 배당금이 몇천억 원이다. 회계부정을 통해 이익을 부풀렸으니 성과급도 줄 수밖에 없다. 임원도 직원도 다 받았다. 그런데 곳간은 비어 있으니 돈을 빌려와 채우면서 이자비용 등이 생겼다. 지인들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그 비용을 부풀려서 청구해 돈이 빠져 나간 것도 있다. 언론보도를 보니 차장급에서 8년간 210억 원을 횡령했는데 몰랐다고 한다. 

그런 사실에 비춰보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 구성원 일부가 자기 위치에서 주머니에 챙겨넣은 것이 누적된 결과가 아니겠나? 아주 큰 돈이 (정권 비자금 등) 어디로 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해외법인들을 인수합병하거나 조세회피처에 역외법인을 운영하면서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한 것은 있다. 그런 돈을 부정하게 지출했을 수는 있다. 그것을 검찰에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인터뷰①] "서별관회의가 아니라 '대우조선 부실 규명 청문회' 되어야"
[인터뷰③]대우조선 부실 경고음 수차례 울렸다"



태그:#신대식,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이명박 , #서별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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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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