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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개정 교육과정의 시행을 앞두고 초중등 교원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이하 임용시험)을 비롯한 교원 양성과정이 큰 폭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시행을 앞두고 초중등 교원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이하 임용시험)을 비롯한 교원 양성과정이 큰 폭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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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개정 교육과정의 시행을 앞두고 초중등 교원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이하 임용시험)을 비롯한 교원 양성과정이 큰 폭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지난 17일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교원 양성과정 개선 계획(아래 개선안)'을 발표했다. 올해 임용시험의 경우 시기와 과목, 방식 등이 이미 공고가 난 상황이라 이르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급변하는 학교의 교육 환경과 시대적 변화를 고려한 조치로 나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일부에서는 "바뀐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손보느냐"며 탐탁잖은 반응도 있지만, 다른 건 몰라도 교사의 자질과 역량에 관한 문제라면 몽니 부릴 일은 아닌 듯하다. 임용시험의 경우 현행 방식이 도입된 건 3년 전으로, 당시 필기시험을 모두 주관식으로 바꾸고 수업 실연을 강화했다.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개선안에 담긴 세부 내용과 실효성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교원 양성기관인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수업이 강의식에서 토론 방식으로 바뀌고, 중간, 기말고사를 치러 점수를 내는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과정 중심 평가로 전환된다. 신규 임용된 교사들의 학교 적응과 역량 강화를 위해 연수 시간도 현행 50시간에서 점차 늘려 2018년 80시간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양성기관 평가에서도 기존의 교육여건에 대한 평가 비중을 줄이고 교육과정 영역의 배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 교육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탓인지,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면서도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되는 면이 없지 않다. 더욱이 근본적인 대책이랄 수 있는 교사의 자율권 보장 등에 대한 대책이 전혀 보이지 않아 아쉽다. 교과보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강조하고, 진로교육을 강화하며,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고 명문화해도, 그것이 일선 학교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인 까닭이다.

아무리 좋은 방안이라고 한들, 교실에서 아이들과 만나는 교사들의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일 수밖에 없다. 하물며 개선안 여기저기서 탁상행정에서 비롯됐음 직한 어설픈 대책들이 보이고, 대학의 기득권을 건드리지 못하고 두루뭉수리 피해간 듯한 내용도 있어 얼마나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개선안만으로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우리 교육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우선, 예비 교사를 키워내는 대학의 교육이 교육부의 바람대로 바뀔 수 있을지부터가 회의적이다. 지금껏 오로지 임용시험 준비를 위한 '학원' 역할에만 몰두해온 대학이 느닷없는 창의적 체험활동과 진로교육, 학급경영 등의 실무적인 내용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이론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대학교수들보다 외려 현직 교사들이 훨씬 더 전문성을 갖춘 분야다.

아닌 게 아니라, 1급 정교사 자격 연수와 같은 교사 재교육 수업도 전문가입네 하는 대학교수들보다 현직에서 잔뼈가 굵은 초중등 교사들이 진행했을 때가 훨씬 더 내실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단지 임용시험 과목과 방식을 바꾼다고 해결되거나 보완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여태껏 대학에서 단 한 번도 토론수업을 진행해보지 않은 교수가 하루아침에 자신의 수업 방식을 바꿀 리는 만무하지 않나.

무엇보다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정원부터 줄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학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이것이야말로 양성과정 개선의 핵심적인 요소다. 이번 개선안 어디에도 수십 대 일의 임용시험 경쟁률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 삼수, 사수는 기본이고, 교사를 꿈꾸며 20~30대 청춘을 임용시험 준비에 오롯이 쏟아 부은 젊은이들이 양산되는 현실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다.

고쳐야 할 것은 개인이 아니라 구조

발령을 받은 첫 해, 그토록 염원했고 천신만고 끝에 교사가 된 그들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 마디는 예외 없이 "푹 쉬고 싶다"는 것이다.
 발령을 받은 첫 해, 그토록 염원했고 천신만고 끝에 교사가 된 그들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 마디는 예외 없이 "푹 쉬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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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령을 받은 첫해, 그토록 염원했고 천신만고 끝에 교사가 된 그들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 마디는 예외 없이 "푹 쉬고 싶다"는 것이다. 어릴 적 교직에 대한 부푼 꿈도 청춘을 바쳐 임용시험에 '올인'하는 동안 시나브로 찌들어버린 셈이다. 수능을 거쳐, 토익, 한국사능력인증과 온갖 자격증을 지나 임용시험에 이르기까지 문제풀이 기계로 끝내 살아남아 '중년'의 교사가 된 그들에게 열정과 패기를 요구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한 번 늘린 정원을 줄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 사회를 단숨에 적으로 돌려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의 수험과목과 연동되어 중고등학교에서 더는 배우지 않는 과목의 학과가 버젓이 대학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관련 학과와의 통폐합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지만, 재학생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교육 정책의 최종 피해자는 늘 그렇듯 학생들일 수밖에 없다.

한편, 수년 동안 골방에서 도 닦듯 공부만 한 이가 임용시험을 거쳐 교사가 되는 건 아이들에게 그다지 득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부대끼는 걸 좋아하면서도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지닌 이들이 교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양성과정뿐만 아니라 임용시험 제도의 근본적인 수술이 요구된다. 계량화된 지표로 서열을 매기는 임용시험 방식으로 교사로서의 자질을 평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형식적인 4주간의 교육 실습 과정을 내실화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실습 기간을 대폭 늘리고, 현직 교사와 팀을 이뤄 실제 교과 수업 및 학급 운영, 상담 등을 맡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비 교사로서 대학에서 접하기 어려운 교직의 실무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니 만큼, 일선 학교와 현직 교사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들에게 최소한의 급여를 제공한다면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현재는 되레 그들이 사전에 얼마간의 실습 비용을 학교에 지불하는 실정이다.

오랜 실습 과정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스스로 교직에 대한 적성과 열정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곤 한다. 그저 안정된 직장으로서 교직을 원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다시금 깨닫게 될지는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다. 죽기 살기로 공부한 수험서적을 통해서는 그걸 깨달을 수 없다는 뜻이다. 임용시험에 합격한 지 한두 해 만에 교직과 미래에 대해 번민하는 신규교사가 적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곧, 신규교사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연수 시간을 대폭 늘리는 건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거칠게 말해서, 일단 시험에 합격한 이들을 대상으로 비로소 교사의 실무 능력과 자질을 길러주겠다는 것이니, 앞뒤가 바뀐 셈이다. 이는 교육 실습 과정이 일선 학교마다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며, 뒤집어 말하면, 교사의 실무 능력과 자질은 임용 시험을 통해 평가할 수 없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학교 교육의 문제를 교원 양성과정의 몫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 이번 개선안의 가장 큰 오류다. 대학 등 양성기관의 교육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분명 있지만, 그렇다고 교사들의 자질과 역량이 부족해서 학교 교육이 퇴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천직으로 알고 교사가 된 이들조차 이내 교직에 대한 열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월급쟁이 공무원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현실은 순전히 '외부'의 문제에 기인한다.

번지수가 틀렸다. 이는 교육과정이 낙후해서, 연수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신규교사들을 한데 불러 모아놓고 연수 시간을 마냥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이야기다. 신규교사들이 교직에 대한 열정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말로만 '전문직'이라 추켜세우지 말고, 자질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작 아이들과 멀어질수록 유리하다고 조롱받는 승진 제도가 온존하고, 학교장 한 마디에 수많은 교사들의 의견이 순식간에 묵살돼버리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여전히 강고하다. 이런 현실엔 눈 감은 채 교사 개개인의 역량 강화 운운하는 건 비겁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막무가내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 교육부가 세월호 계기 교육은 방해하면서 난데없는 사드 배치에 대해 홍보하라고 전국의 교사들을 다그치는 마당에 학교 교육의 정상화는 백년하청이다.

교사는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장의 '주머니 속 공깃돌'이 아니다. '참교사'라면 교직에 대한 열정의 보상을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에서 느끼지, 결코 승진이라는 '벼슬'에서 찾지 않는다. 행정 관료들과 학교 관리자들은 교육에서 담당하는 업무가 다를 뿐, 수직적 상하 관계가 아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명제가 틀리지 않다면, 교사는 우리 교육의 미래를 좌우하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감히 그들과 비할 바 아니다.



태그:#교원 양성과정 개선 계획, #교사 자율권 보장, #교육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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