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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이주여성과 노동자 등 가족들이 우란분절을 맞아 전북 완주 송광사에서 효도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우란분절은 우리의 어버이날과 같은 의미가 있다.
▲ 베트남 원우도량 효도법회 베트남 이주여성과 노동자 등 가족들이 우란분절을 맞아 전북 완주 송광사에서 효도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우란분절은 우리의 어버이날과 같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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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4일 전북 백화도량 완주 송광사에서 베트남 이주여성과 노동자들이 베트남식 효도법회를 봉행했다.

오전에는 전국각지에서 모인 베트남 불자들과 가족 300여 명이 베트남식 법회의식을 갖고 송광사를 찾은 신도들과 관광객 등 500여 명에게 베트남식 쌀국수 인 '퍼'와 스프링롤 '짜냄', 후르츠칵테일 '동스엉' 등의 나눔 만발공양도 가졌다.

오후 들어 우란분절을 맞아 부모님을 위한 효도법회도 진행했다. 베트남 효도법회는 우리의 어버이날과 같은 의미로 베트남에서 우란분절에 부처님 전에 연꽃을 공양하고 가슴에 꽃을 다는 풍습과 맞물려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지만 베트남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장미꽃을 달아준다. 양친 부모님이 살아계신 사람은 빨간 장미를, 부모님이 한분이라도 돌아가신 사람은 흰 장미를 가슴에 단다. 어버이날 부모님의 가슴에 다는 붉은 카네이션이 '건강', '사랑', '존경'의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베트남에서도 장미는 부모님의 사랑을 되새겨주고 잠든 효심을 일깨워 주는 꽃이다. 가슴에 빨간 장미를 단 사람들은 힘들 때 자신을 밀어주는 부모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고 하얀 장미를 단 이들은 부모 잃은 슬픔과 자신의 잘못에 대한 뉘우침의 시간을 갖는다.

이날 효도법회에서 참가자들은 부처님 전에 연꽃을 올리고 스님들께 꽃을 달아드린 후 참가자 모두의 가슴에는 빨갛고 하얀 장미꽃을 꽂았다. 참가자들은 장미꽃을 다는 동안에 울산에서 온 베트남 이주여성 박윤아씨가 부르는 'Tâm sư nguôi căi hoă trăng' (번역 하얀색 (장미) 꽂아진 - 딸이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속마음을 표현한 노래)에 많은 베트남 불자들은 눈물을 훔치며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기도 하고 또 멀리 모국에 있는 부모님과 가족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란분절을 맞아 베트남 이주민과 이주여성 아이들이 베트남 어머니와 한국 시어머니, 베트남 출신 엄마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이 완주 송광사에서 진행됐다. 발을 씻겨주는 사람도 씻어주는 사람도 보고있는 사람들도 서로 울고 있었다.
▲ 효도법회 세족식 우란분절을 맞아 베트남 이주민과 이주여성 아이들이 베트남 어머니와 한국 시어머니, 베트남 출신 엄마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이 완주 송광사에서 진행됐다. 발을 씻겨주는 사람도 씻어주는 사람도 보고있는 사람들도 서로 울고 있었다.
ⓒ 신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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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베트남 이주여성과 이주여성의 딸이 베트남 부모님과 한국부모님은 물론 어머니가 된 베트남 이주여성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과 베트남 노동자 탄투와 이주여성 디우 뚜안씨가 어머니께 쓴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에 9년 전에 결혼해 한국에 온 디우 뚜안씨의 편지 내용은 많은 사람을 울렸다. 

"엄마! 저는 엄마의 막내딸입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요? 오랜만에 편지를 쓰려고 하니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가슴만 두근거립니다. 먼 나라에 살고 있지만 항상 엄마 생각나고 많이 보고 싶습니다. 엄마! 베트남에 있을 때 가족들과 보낸 시간들이 제게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빠, 언니, 오빠. 예뻐해 주고 사랑해주고 아껴주신 가족들에게 항상 고맙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좋은 추억들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5년 동안 고향집에 못가서 가족들이 얼마나 보고 싶은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해주신 음식이나 과일들이 먹고 싶습니다. 삼계탕, 생선, 조개, 망고, 두리안, 좀좀, 파파야 등 생각만 해도 침이 꿀떡 넘어갑니다."

막내딸인 자신이 한국에 와서 9년이 넘었고 손자가 아홉 살로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라고 이야기하고 직장에서 결혼이민자들을 위해 통역 등의 일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문화, 역사, 사회생활 등을 잘 알고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서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도 했다. 또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는 마음속에 이야기도 함께 썼다.

디우뚜안의 편지 낭독
 디우뚜안의 편지 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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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마음속에 남아있던 엄마를 향한 불만이 한 가지 있습니다. 왜 막내딸을 멀리 시집보냈습니까? 엄마는 제가 얼마나 서러웠는지 모르실 겁니다. 엄마! 만약 멀리 시집오지 않고  고향에 있었으면 엄마, 아빠랑 함께 살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엄마, 아빠 품속에서 정말 따뜻하고 행복하게 자랐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마음에 담고 있었는데 오늘 편지를 통해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저의 무거운 마음이 이제 가벼워 졌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엄마와 속 깊고 다정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편지는 "저를 낳아 주시고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고 집에 자주 못 가더라도 걱정 마시고 맛있는 것 잘 챙겨 드시고 즐겁게 사시기를 바란다"며 "엄마의 막내딸은 먼 나라에서 씩씩하게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사랑한다"고 끝을 맺었다.

베트남 이주민과 가족들은 편지를 낭독하는 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서로 껴안고 울기도 하며 힘든 외국 생활과 모국에 있는 부모님과 가족들을 생각하며 함께 마음을 나눴다.
이날 행사를 후원한 완주 송광사 주지 법진 스님은 "저도 외국에서 11년을 생활했었는데 외국 생활은 항상 허전함이 가시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없으면 외국생활이 힘들어 여러분들이 고국을 그리는 병에 걸리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여러분들은 다문화 이주민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으니 앞으로도 베트남 원우도량 드엉 탄 스님과 함께 기도하고 수행하며 힘든 타국살이를 이겨내고 힘들 때에는 언제라도 송광사를 찾아 주시면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이야기 해 많은 베트남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전주에서 온 노레번씨는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고국에 돈을 보내는 상황이라 버스비와 식비, 잠자리 등 돈을 내고 오는 행사에는 참여하기 힘든데 완주 송광사에서 지원해줘 서울, 광주, 마산, 울산, 충북 전국 각지의 베트남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나 함께 효도법회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북두칠성이 가장 밝게 빛나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을 맞아 8월 9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송광백련 나비채' 행사의 일환으로 가진 것을 '나누고', 탐진치 삼독을 '비우고', 변함없는 진리를 '채우자'는 뜻을 지니고 있다.


태그:#베트남, #완주송광사, #우란분절, #원우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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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자이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계기로 불교계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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