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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거리상으로는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나라입니다. 하지만 정서상으로는 지구 반대쪽에 있는 나라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정서적으로만 멀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는 거부감이 들기도 하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무슨 부모 때려죽인 원수 나라냐고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일본은 세계2차 대전을 발발시킨 호전적인 나라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강제 식민지화한 원수의 나라였습니다. 나라를 빼앗고 민족적 탄압을 했을 뿐 아니라 내 아버지의 아버지를 못살게 군 호전적인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본 헌법에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한 조항이 있다고 합니다. 일본 헌법 제9조가 바로 그것입니다.

헌법 제9조
제1항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초로 하는 국제 평화를 진정으로 바라기 때문에 국권의 발동인 전쟁,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영구히 포기한다.
제2항 제1항의 목적을 달서하기 위하여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가지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치 않는다. -166쪽-

전방위 세계 읽기 프로젝트 <이만큼 가까운 일본>

<이만큼 가까운 일본>(지은이 강태웅 / 펴낸곳 (주)창비 / 2016년 7월 18일 / 13,000원)
 <이만큼 가까운 일본>(지은이 강태웅 / 펴낸곳 (주)창비 / 2016년 7월 18일 / 13,000원)
ⓒ (주)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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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일본>(지은이 강태웅, 펴낸곳 (주)창비)은 가깝지만 먼 일본, 그래서 더 잘 알아둘 필요가 있는 일본에 대해 역사와 지리부터 시작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생활 풍습 그리고 한일 관계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각도에서 일본을 바라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주)창비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획시리즈, '전방위 세계 읽기 프로젝트'의 결과물 중 일부로 미국, 중국 등과 함께 이번에 출판된 신간입니다.

일본을 두루 꿰뚫어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전체 5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제일 먼저 '역사'에 이어 두 번째로 '지리', 세 번째로 '정치·경제·사회', 네 번째로 '생활·문화'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마지막 다섯 번째로 '한일관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본이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이용해야만 갈 수 있는 섬나라이지만 아주 먼 옛날, 빙하기 때에는 남해가 얼어붙어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나라였다고 합니다.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인 일본, 네 개의 큰 섬과 680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섬나라 일본, 세계2차 대전 주범이자 패전국인 일본, 지진이 끊이지 않는 재해의 나라가 일본입니다.

지역구에서 떨어진 사람이 동시에 비례 대표로 출마·당선돼 '좀비의원'이라 손가락질을 당하는 국회의원이 존재 가능한 정치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 사촌끼리 결혼이 가능하고, 광고료가 제일 비싼 신문 1면 아랫부분에 책 선전을 실어주는 나라, 국민 수보다 종교인 수가 더 많은 신의 나라이자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발전한 나라가 일본입니다.

재일교포가 많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한·일 관계를 생각하다보면 쉬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 중, 해방이 돼서도 조국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일본에 그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입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습니다. 최소한 이 문제, 재일 교포가 의외로 많을 수밖에 없었던 건, 일차적으로는 한국 사람들을 일본으로 가게끔 전쟁을 일으키고 핍박한 일본에 그 책임이 있지만 후속적으로는 미국이 주축이었던 연합군이 펼쳤던 제도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을 통치한 연합국 총사령부는 한반도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소지품을 제한했습니다. 현금 1,000엔 이하. 짐 250파운드(113킬로그램)이하로 정한 탓에 힘들게 모은 재산을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은 귀국하지 않았습니다. - 269쪽

갈 거면 모든 걸 다 놓고 가라고 하니 싫어도, 미워도 어쩔 수 없이 일본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게 재일 교포들의 입장이었음을 어림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작금, 일본 아베총리는 일본지식인들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고 있는 헌법 제9조를 개정해 군대를 가지려 한다는 염려스러운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래저래 일본은 애증이 가득한 이웃 국가입니다. 때문에 그들이 무엇을 의도하고, 무엇을 시도하는지를 살피는 걸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참 멀고도 가까운 나라임에 틀림없습니다. 저자는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가 일본을 무시하고 이해하지 못했을 때, 불행한 일들이 있어났고', '일본과 관계가 좋았을 때 한반도에도 평화와 발전이 이어졌다고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말로 책을 정리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 번 이긴다고 했습니다. 독도를 둘러싼 현안부터 외교전까지,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모든 관계에서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진짜 힘이 지피입니다. 여행부터 비즈니스까지 일본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있다면 그 모든 것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만큼 가까운 일본>(지은이 강태웅 / 펴낸곳 (주)창비 / 2016년 7월 18일 / 13,000원)



이만큼 가까운 일본

강태웅 지음, 창비(2016)


태그:#이만큼 가까운 일본, #강태웅, #(주)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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