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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황사 발원지 중 한 곳인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서 (사)에코피스아시아와 현대자동차는 올해로 9년째 말라버린 호수를 초원으로 돌리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자는 지난 2014년 사막화 방지 활동에 참여한 바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곳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다시 찾았다. - 기자 말

"50년 전 한국에서 봤던 별이야."

짙은 어둠이 내린 네이멍구 초원의 밤, 선명하게 드러난 은하수를 보면서 수피아 에코라이프 이종무 전임강사는 어릴 적 기억을 더듬으며 감탄사를 토해냈다. 사막화 방지 활동에 참여한 현대자동차 해피무브 봉사단에게 광학망원경을 이용한 별자리 강좌는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토성의 고리를 직접 보고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탄성을 자아낸다.

네이멍구 초원의 밤은 별다른 불빛이 없어 별을 관찰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별자리 강좌를 담당하고 있는 최봉규 선생(전주고)은 "이곳은 대기 중 오염물질이 없고, 건조한 날씨, 그리고 높은 해발 고도 때문에 빛이 산란되지 않아 별이 잘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별 사진 찍는 사람들이 네이멍구 초원을 자주 찾는다는 귀띔이다.

네이멍구는 대기 오염원이 적고, 건조한 날씨, 높은 해발 고도 때문에 별들이 더 자세히, 더 가깝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이한구 사진작가 제공)
▲ 별들이 쏟아지는 초원의 밤 네이멍구는 대기 오염원이 적고, 건조한 날씨, 높은 해발 고도 때문에 별들이 더 자세히, 더 가깝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이한구 사진작가 제공)
ⓒ 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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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지혜를 활용한 복원

네이멍구 초원의 밤은 우리나라 가을 날씨다. 새벽녘이면 추위를 느낄 정도다. 그러나 오전 9시가 넘어서면 당장 햇볕이 뜨겁다. 한낮은 섭씨 40도 가까이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이면 현지 목축민들도 일을 놓고 쉬어야 한다. 오전 초원 복원 활동을 마친 현대자동차 해피무브 봉사단들에게도 점심 식사 후 2~3시간의 휴식이 주어진다.

하루 중 가장 뜨겁다는 오후 2시. 우연히 양떼들이 쉬는 모습을 보게 됐다. 양들은 어떻게 쉴까? 불행히도 우리가 머문 네이멍구 정란치 보샤오떼솜의 초원은 나무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풍성한 그늘을 만들 만큼 큰 나무가 없다. 이런 조건에서 양들이 터득한 피서법(?)은 서로 뭉치는 것이다.

에코피스아시아는 초원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과 가축 모두 초원의 일부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 네이멍구 초원의 양들 에코피스아시아는 초원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과 가축 모두 초원의 일부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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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떼의 무리들이 서로 밀착해 동그란 형태를 이루고, 서로의 그림자로 그늘을 만들어 낸다. 얼핏 보면 양들의 털 때문에 더 뜨거울 것 같지만, 혼자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 에코피스아시아 북경사무소 박상호 소장의 말이다. 네이멍구의 초원은 습기가 적은 건조 지역이라 그늘만 들어가도 평균 4도 정도 낮아지는 것이 원리다. 양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양들이 만든 그늘 밑으로는 어린 양과 나이 들어 지친 양들이 들어가 쉰다. 초원에 살고 있는 존재들은 그렇게 자연, 즉 초원의 지혜를 터득해 살아간다. 에코피스아시아와 현대자동차가 펼치는 사막화 방지 활동도 이런 초원의 지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박 소장이 현지 목축민들과 가축 모두가 초원의 일부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초원의 생태적 조건,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과 공감이 없으면 사막화 방지 활동에 있어 성과를 얻기 힘들다는 의미다. 에코피스아시아와 현대자동차는 이곳 시린골멍 정란치에서 3년째 사막화된 호수 복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보샤오떼 호수, 하기 호수 등 3곳을 5년 동안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양묘장 조성, 관목 복원도...

양묘장 비닐하우스에 식재한 묘목은 일정 크기 이상 자라면 야외로 옮겨심어 적응을 시키고, 복원지로 갈 때는 묘목의 일부를 잘라 비닐하우스에 다시 식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비용이 들지 않는 순환시스템이다.
▲ 양묘장에 식재한 오류를 설명하고 있는 서형민 교수 양묘장 비닐하우스에 식재한 묘목은 일정 크기 이상 자라면 야외로 옮겨심어 적응을 시키고, 복원지로 갈 때는 묘목의 일부를 잘라 비닐하우스에 다시 식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비용이 들지 않는 순환시스템이다.
ⓒ 이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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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호 소장은 "사막화 방지 활동은 대부분 1년 단위 프로젝트가 많은데, 그렇게 해서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며 "(내부적으로) 2년 동안은 성과를 기대하지 말자고까지 얘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2년 동안 다양한 실험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는 과정이었다는 말이다. 3년 차인 올해부터는 여러 가지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특히 네이멍구에서는 최초로 한국식 비닐하우스를 활용해 양묘장을 만들었다. 올해부터 전문가인 경북대 산림자원학과 서형민 교수가 참여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에코피스아시아 등은 지난 5월 알칼리 호수에서 자랄 수 있는 초본류의 씨앗 창고와 6m×12m 크기의 비닐하우스 6동을 갖춘 양묘장(현대생태원묘목기지)을 개설했다.

양묘장 개장식에는 정란치 인민정부, 보샤오떼솜, 중국 공산당 관계자, 지역 주민 30여 명이 참석했는데, 기념으로 55그루('5'는 네이멍구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라 한다)의 위성류라는 묘목을 식재했다. 위성류는 이 지역 토양에서 자랄 수 있는 나무로서, 비닐하우스에는 위성류 외에 오류, 황류 등의 묘목과 갈대가 자라고 있다.

에코피스아시아와 현대자동차는 이 묘목들을 하기 호수 주변에 식재했다. 원래 하기 호수 주변은 관목들이 자라는 지역이었다. 네이멍구 초원에도 나무들이 자라는 곳이 있다. 그곳이 바로 동서로 300~400Km, 남북으로 100Km 규모의 쿤산다크 사지(沙地), 즉 야트막한 모래 언덕으로 이루어진 땅이다. 이곳에 나무들이 자라는 이유는 모래 속에 저장된 물 때문이다.

네이멍구 목축민들은 쿤산다크 사지에서 나무를 구해 게르의 뼈대를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다.
▲ 쿤산다크 사지(沙地)의 나무들 네이멍구 목축민들은 쿤산다크 사지에서 나무를 구해 게르의 뼈대를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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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사람들은 게르(몽골 전통 이동식 천막)의 뼈대를 만들 때 주로 쿤산다크 사지의 오류(버드나무 종류)를 활용한다. 나무의 강도가 높으면서도 신축성이 좋아 가공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하기 호수 주변은 쿤산다크 사지 끝 지점에 위치해 관목이 자랐지만, 호수가 마르면서 열풍이 불어왔고, 고속도로 등의 공사를 하면서 퇴적토를 투기하는 바람에 모두 고사한 상태다.

한국의 농업기술, 사막화 방지 활동에 접목

정란치 인민정부는 연간 200만 명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사막화된 초원을 방치할 수 없어, 사막 복원 전문인 에코피스아시아와 현대자동차에게 복원을 요청했다. 에코피스아시아는 200무(약 4만 평)의 사막화된 지역을 원래 관목지대로 복원하는 계획을 수립해 2014년부터 묘목을 식재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양묘장에서 키워낸 묘목들이 크게 활용됐다.

박상호 소장은 "고가의 묘목을 일일이 구입할 수 없어 양묘장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품질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형민 교수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묘목은 품질이 균일하지 못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병에 걸린 묘목이 들어오면, 그 때문에 애써 식재한 나무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양묘장에서는 초본류인 감봉과 감모초의 발아율을 높이는 공정도 진행하고 있다.
▲ 발아율을 높여라! 양묘장에서는 초본류인 감봉과 감모초의 발아율을 높이는 공정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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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는 "식물학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지적소'라는 말이 있는데,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묘장을 통해 적지적소 원칙을 적용하면서도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하기 호수 주변 현장에서는 2014년에 식재한 묘목보다 양묘장에서 키워낸 묘목들이 훨씬 잘 자라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그는 "묘목들은 3~5년 안에 4m 크기로 자라 땅이 안 보일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마른 호수에서 불어오는 열풍을 차단해 사막화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묘장에서는 일정 정도 자란 묘목의 일부를 잘라 다시 식재하는 등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묘목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어 초본류의 발아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도 접목시키고 있다. 감봉의 경우 자연상태는 5~6% 정도의 발아율을 보이지만, 양묘장에서 처리했을 때는 50% 이상 발아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우리나라의 농업기술, 산림 조성 기술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 섰는데, 이런 기술을 사막화 방지활동에 접목시키는 것"이라 말했다.

에코피스아시아는 이런 기술 지원 덕분에 원래 한 해 1회 파종하던 것을 2회, 즉 가을에도 파종할 수 있게 됐다. 서 교수는 "에코피스아시아와 현대자동차가 벌이는 사막화 방지 활동은 초원화에 이은 생태계 복원이 특징"이라면서 "다른 지역의 사막화 방지 활동도 생태순환에 맞게 사업을 벌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코피스아시아 북경사무소 박상소 소장(사진 왼쪽)과 경북대 산림자원학과 서형민 교수(사진 오른쪽)는 사막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늘 푸른 꿈을 꾸고 있다.
▲ 박상호 소장과 서형민 교수 에코피스아시아 북경사무소 박상소 소장(사진 왼쪽)과 경북대 산림자원학과 서형민 교수(사진 오른쪽)는 사막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늘 푸른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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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네이멍구, #사막화, #에코피스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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