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신문웅

관련사진보기


ⓒ 신문웅

관련사진보기


ⓒ 신문웅

관련사진보기


주어를 빠트린 일본의 반성을 보면서 분노한다.

조선의 격변기 갑오년(1894년)에 탐관오리를 몰아내고 외세에 의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북정읍을 중심으로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다. 이 동학농민혁명의 북접은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이다. 미완으로 그친 동학농민혁명군을 기념하기 위해 충남도와 태안군이 위령탑이 있는 충남 태안군 태안읍 백화산 아래에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태안에 세워질 기념관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전북 정읍 등 두 곳을 취재하고 일본의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에 취재차 일본으로 출장을 떠나는데 중학교 2학년 아들인 한길이가 팔찌 하나를 내밀었다. 일본 갈 때 차고 가란다. 아들이 기특해 무슨 팔찌인지도 모르고 차고 왔다.

28일 일본 히로시마에 도착, 갑오년 동학농민군의 진압을 지시하고 공격명령을 내린 발령지 히로시마 대본영을 찾았다. 이후 이곳 히로시마는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의 전진기지로 전 세계인들을 죽음과 절망으로 몰아넣은 심장부다. 결국 이곳은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에 거의 모든 것이 사라진 도시가 되었다.

이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시키에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 10만여 명 가운데 7만여 명이 피폭되어 4만여 명이 즉사하고 2만여 명은 귀국해 고통 속에 살았으나 잊힌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히로시마 평화 공원 한쪽에 자리 잡은 조선인 추모탑을 바라보면서 일본에 의해 강제로 끌고 와 이곳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절규하는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런데 원폭사망자위령비에 적힌 "편안하게 잠드소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에 주어가 빠져있어 논란이다.

이 공원 어디에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왜 떨어지게 되었나에 대한 원인을 말해주고 있지 않다. 이 비문의 주어는 "조선인을 비롯한 세계인류"로 다시는 모든 인류에 다시는 핵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가 되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8월 6일 이곳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의 위령비 앞에서는 일본의 수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념식이 열린다고 한다. 그 준비를 하는 평화기념공원의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TV를 틀으니 서울에서 '화해·치유재단' 출범식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대책위 대학생들의 반대 시위에도 강행됐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본에서 이 뉴스를 들으며 아들이 나에게 채워준 팔찌가 작은 소녀상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지하고 "그들의 희망을 당신과 함께 띄움"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늘 나는 히로시마 성의 곳곳에서 조선 민중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을 전쟁의 고통과 죽음으로 내몰았던 일본이 다시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본에서의 첫날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 대학생들이 그토록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재단의 출범식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어가 빠진 원폭사망자기념비를 따라 하는 것 같아 씁쓸해졌다.

▶ 해당 기사는 모바일 앱 모이(moi) 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모이(moi)란? 일상의 이야기를 쉽게 기사화 할 수 있는 SNS 입니다.
더 많은 모이 보러가기


태그:#모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