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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2m를 자랑하던 마리너 선착장이 토사가 쌓이면서 펄위에 구조물 위에 놓여 있다.
 수심 2m를 자랑하던 마리너 선착장이 토사가 쌓이면서 펄위에 구조물 위에 놓여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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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준공 4년째, 해를 거듭할수록 강물은 탁해지고 있다. 강바닥에 쌓인 펄층이 썩으면서 메탄가스까지 내뿜는다. 강변 둔치공원에 설치된 시설물은 야생동물의 배설물만 가득하고, 깨지고 부서져서 방치되고 있다.

매일 같이 죽어가는 물고기들로 인해 강물은 하루가 다르게 탁하게 변하고 있다. 지난 26~27일 양일간 충남 서천군 하굿둑부터 세종시 합강리까지 금강 모니터링을 위해 찾았다.

머리 내밀고 숨 쉬는 물고기들

녹조 알갱이가 가득한 강물에 물고기들이 머리를 내밀고 숨을 쉬고 있다.
 녹조 알갱이가 가득한 강물에 물고기들이 머리를 내밀고 숨을 쉬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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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찾아간 서천군 화양리 연꽃단지는 잡풀 속에 연잎이 숨어 있을 정도로 방치돼 있었다. 본류와 다리로 연결된 수로에는 녹조만 뭉글뭉글 피어오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녹조 알갱이가 가득하다. 물 속 산소가 부족한 듯 물고기들이 머리를 치밀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부여군 규암면 백제대교로 진입하는 공원은 차량 출입을 막기 위해, 바닥에 깔아 놓은 블록을 파헤쳐 놓았다. 1km 이상을 걷어 들어간 선착장은 지난 장마에 둔치의 흙들이 쓸려 내리면서 데크길은 진흙 길로 변해있다. 각종 쓰레기가 잔뜩 걸린 선착장은 난간 철제가 부서져 방치되어 있다. 야생동물의 배설물로 시설물이 얼룩져 있다.

백제교를 건너 도수로(금강→보령댐) 취수장인 수북정으로 이동했다. 이곳엔 4대강 사업으로 주민들을 위한 운동 공원을 조성했다. 그러나 도수로 펌프장 공사 과정에서 뜯긴 시설물과 공사 자재가 구석에 방치되어 있다. 자전거 도로 보행교 데크 시설물도 깨지고 부서져 있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부소산성 건너편 자전거도로도 빗물에 토사가 밀려들면서 진흙탕 길이 됐다. 드넓은 공원에 설치된 휴식공간의 나무의자에는 야생동물의 배설물을 비롯, 콘돔을 포함한 각종 쓰레기만 나뒹굴고 있었다.

서둘러 백제보로 이동했다. 강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공도교는 거미들의 천국이다. 교각 난간마다 가는 거미줄이 이리저리 뒤섞여 얽혀있다. 어도 부근에서는 수자원공사로부터 부유물 수거 용역을 밭은 직원들이 쓰레기를 치우느라 물속을 드나들고 있다. 수력발전소 쪽에 설치한 오탁 방지막은 얼기설기 얽혀서 교각 기둥에 매달려 있다.

인근 왕진교 부근 자전거도로는 솟구치듯 떠올라있다. 청양오토캠핑장 인근 둔치는 국토부가 방재훈련을 한다는 목적으로 둔치를 밀어 놓아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어천리 수자원공사 부유물 야적장에는 최근 거둬들인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도수로(금강→예당저수지) 공사가 진행 중인 공주시 우성면 보흥리는 공사 소음으로 가득했다. 강변으로 향하는 길목도 대형차량이 수시로 다니면서 온통 진흙탕 길이다. 강변을 따라 심어 놓은 벚나무와 메타세쿼이아는 대부분 말라 죽어가고 있다.

금강과 맞닿아 있는 우성면 옥성리 늪지는 큰빗이끼벌레가 급격하게 번성하고 있다. 마름이 뒤덮은 가장자리에는 축구공 크기 이끼벌레부터 승용차 타이어 크기까지, 제각각이다. 둥그렇고 길쭉하고 구불구불한, 다양한 형태의 이끼벌레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메탄가스 올라오는 강바닥

큰빗이끼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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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술

공주보 인근 수상공연장은 이슬비가 내리듯 바닥에서 공기 방울을 내뿜고 있었다. 바닥이 썩으면서 메탄가스가 올라오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죽은 자라도 발견되었다. 시커먼 펄층이 가득한 바닥을 파헤치자 붉은 깔따구가 꿈틀거린다.

최근 보의 수문이 고장 나면서 기름유출이 발생한 세종보로 이동했다. 수자원공사 선착장은 인근에서 수거한 쓰레기 50여 자루가 쌓여있다. 수력발전소 부근에는 기름유출에 사용했던 오일펜스를 말리기 위해 기다랗게 펼쳐 놓았다.

마지막으로 세종시청 앞 마리너 선착장을 찾았다. 지난번 방문 때 20cm가량의 수심을 유지하던 이곳에 퇴적토가 쌓이면서 시설물이 펄층 위에 올려져 있다. 물 밖으로 드러난 펄에서는 용암을 분출하듯 메탄가스가 나오고 있었다.

4대강 시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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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술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준공 4년 만에 강물은 썩어서 물고기도 살아가지 못하는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면서 "농민들을 쫓아낸 둔치는 잡풀만 우거지고 시설물은 깨지고 부서져도 모를 정도로 관리되고 있다, 가뭄도 아닌데 물이 부족하다고 환경영향평가도 제외하고 밤낮으로 도수로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본격적인 여름휴가를 앞두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주·부여 백제역사를 찾는 관광객이 오고 있지만, 악취에 발길을 되돌리고 있다"며 "썩은 악취만 진동하는 강물이 아무리 많은들 어디에 쓰겠는가? 하루빨리 수문을 열어서 강을 되살리는 길만이 자연과 사람들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태그:#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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