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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님, 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에 대한 이야기는 왜 없으십니까?"
"교육감직 박탈 위한 주민소환 불법서명, 홍준표 지사가 책임지고 사퇴하라."

한때 경남도청 주변에 걸려 있었던 펼침막 내용이다. 여영국 경남도의원(창원)이 7월 도의회 임시회 기간인 지난 12~19일 사이 홍준표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며 도의회 현관에서 단식농성할 때, 걸렸던 펼침막이다.

여 의원은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 사건에 홍준표 지사의 최측근들이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자, 홍 지사의 책임과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했다. 이후 여 의원은 18개 시군을 돌며 관련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여영국 경남도의원이 홍준표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 12일부터 경남도의회 현관 앞에서 단식농성하고 있는 가운데, 경남도의회 앞에는 야당들이 내건 펼침막이 걸려 있다.
 여영국 경남도의원이 홍준표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 12일부터 경남도의회 현관 앞에서 단식농성하고 있는 가운데, 경남도의회 앞에는 야당들이 내건 펼침막이 걸려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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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서명 사건 가담자 28명 모두 유죄

최근 불법서명 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가담자 28명 모두 유죄가 인정되어, 구속되거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홍준표 지사의 최측근이거나 경남도청 전․현직 공무원, 홍 지사 비서실 공무원, 홍 지사의 외곽지원조직인 '대호산악회' 간부․회원 등이다.

지난 22일 창원지법 형사4단독 구광현 부장판사는 사문서위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주민소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10명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박치근(전 경남FC 대표), 박재기(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씨는 징역 1년 6월을 각각 선고받았고, 박권범(전 경남도청 복지보건국장)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경남도청 공무원 진아무개(사무관)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허위서명에 가담한 전 경남FC 총괄팀장과 경남개발공사 부장, 대호산악회 지회장은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호산악회 회원과 보관하고 있던 환자 개인 정보를 넘긴 병원과 건강관리협회 간부 2명은 각각 벌금 2000만~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구 부장판사는 "이들이 자신들만의 정치적 목적으로 달성하려고 계획적, 조직적으로 기관을 동원해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을 했다"며 "비록 중도에 발각되었지만, 가볍게 처리할 사안이 아니고, 범행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결했다.

약식기소 18명도 유죄가 내려졌다. 창원지법 형사15단독 손승범 판사는 지난 19일 사문서위조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약속기소된 이들에 대해 약식명령했다.

홍준표 지사 비서실 소속 5급 별정직 공무원은 벌금 700만원, 경남도청 7급 별정직 공무원은 벌금 300만원, 경남개발공사 부장과 차장․과장․주임․대리․사원 등 직원 9명은 각각 벌금 300만~700만원씩 선고받았다. 또 대호산악회 회원 3명도 각 벌금 700만원, 병원 사무장 등 관계자 4명은 각 벌금 2000만~1000만원씩 약식명령을 받았다.

정의당 경남도당이 경남도의회 건너편 쪽에 홍준표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펼침막을 걸어놓자, 경남도청 관계자가 17일 오후 '설치하지 말라' 안내팻말을 세워놓았다.
 정의당 경남도당이 경남도의회 건너편 쪽에 홍준표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펼침막을 걸어놓자, 경남도청 관계자가 17일 오후 '설치하지 말라' 안내팻말을 세워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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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가 지난해 했던 발언은?

경남도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운동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교육감 주민소환 추진은 지난해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 추진에 대한 대응으로, 보수단체와 홍 지사 지지자 등이 벌였던 것이다.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운동본부'는 2015년 9월부터 서명운동(120일간)을 벌였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22일 대호산악회 사무실에서 허위서명 현장이 선관위에 적발되었다. 이후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올해 1월 서명운동을 중단하고, 그동안 받아놓았던 서명부를 자체 폐기처분했다.

홍준표 지사는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에 어떤 '힘'을 미쳤을까. 교육감 주민소환을 추진하도록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7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발언이 대표적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민소환을 양자(홍준표, 박종훈)가 하게 되면 재미가 있을 거야. 양자가 하게 되면 현실화 되겠죠. 내년(2016년) 총선 앞두고 둘 다 주민소환대에 한번 서보지 뭐. 누가 쫓겨 나는지. 양자가 같이 주민소환에 서명을 받아보자고. 누가, 어느 그룹이 24만(경남 전체 유권자의 10%)을 채우는지, 아마 날 지지하는 그룹에서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을 본격적으로 할 거예요."

홍준표 경남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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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사는 이날 주민소환 투표 비용과 관련한 질문에 대답하면서 "날 지지하는 그룹에서는 같이 해서 승부를 보게 될 거다. 무슨 주민소환을 좌파들 전유물인 줄 아나? 그거 아니다. 우리를 지지하는 그룹에서도 주민소환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거다. 언론에는 그쪽(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만 나왔는데, 우리도 본격적으로 할 거다"라고 말했다.

홍 지사 주민소환 서명운동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되었다(현재 서명부는 경남선관위가 심사 중이다). 홍 지사 주민소환 서명운동이 진행되면 그 반발로 홍 지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에 나설 것이라고 홍 지사가 발언했던 것인데, 이는 지난해 9월부터 현실로 나타났던 것이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에 홍 지사의 연루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홍 지사의 최측근, 경남도청과 비서실 공무원 등이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유죄로 판결이 났다.

경남도청 공무원 연루에 홍 지사는 사과 없어

홍준표 지사는 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과 관련해 한 차례 사과했다. 박치근․박재기씨가 구속되자, 홍 지사는 지난 3월 7일 공보관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홍 지사는 공보관이 대신 브리핑을 통해 "교육감 주민소환과 관련한 도 산하기관 임직원 일탈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경남도 산하기관인 경남FC와 경남개발공사 임직원들이 벌인 허위서명에 대해, 홍 지사는 개인의 '일탈'행위로 본 것이다.

그리고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에는 경남도청 공무원까지 개입된 것인데, 이에 대해 홍 지사의 사과가 없었다.

지난 5월 25일 기자간담회 때 홍 지사는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혐의로 전현직 경남도청 공무원이 처벌받은 일 등에 대해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무슨 사과냐, (구속자가) 내 새끼냐? 턱도 없는 소리"라 말했다.

그리고 이날 홍 지사는 "전투를 하다 보면 사상자도 생긴다. 어쩌겠나. 지가 다 알아서 해야지. 그리고 지난번(3월 7일 공보관을 통한 사과문 발표)에 한번 하지 않았나"라는 말도 했다.

'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 재수사 요구 목소리

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과 관련한 재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는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국회 차원에서 다루겠다고 밝혔다.

노 대표는 14일, 심 대표는 19일 단식농성했던 여영국 도의원을 만나 격려하면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노회찬 대표는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은 합리적으로 의심할만한 사안이다. 그런데 검찰이 깃털만 건드리고 몸통(홍준표 지사)은 수사하지 않았다"며 "국회 법사위에서 다루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대표는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한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국정감사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지사는 불법서명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라"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서명 사건과 관련해 홍준표 지사의 책임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홍 지사 측근과 경남도청 공무원 등이 유죄 선고를 받은 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지난 23일 성명을 통해 "계획적, 조직적으로 기관을 동원한 서위서명. 홍 지사, 더 이상 책임 회피하지 말라"고 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19일 오후 경남도의회 7월 임시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가다 홍준표 지사 사퇴요구하며 단식농성하고 있는 여영국 경남도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19일 오후 경남도의회 7월 임시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가다 홍준표 지사 사퇴요구하며 단식농성하고 있는 여영국 경남도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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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김지수 대변인은 "여당 대표까지 지낸 홍 지사가 본인을 위한답시고 범죄를 저지른 측근을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내치고 측근의 일탈이다, 본인과 무관하다며 발뺌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가 비열하고 저열한 정치인임을 자인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홍준표지사주민소환운동본부는 24일 "도민의 분노가 준엄한 심판으로 다가오고 있다. 홍준표 지사는 불법허위 서명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그들은 의료기관에 있는 환자 개인 정보를 이용해 대호산악회 사무실에서 교육감 소환 청구를 위한 서명부를 조작했으며 여기에 도청공무원과 홍준표 측근들과 외곽조직이 조직적으로 동원되었음이 확인되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본다. 홍준표 지사의 지시와 동의 없이 도지사 비서실의 공무원들이 움직이고 최측근 인사들이 모두 나서고 홍지사의 외곽조직이 대규모로 개입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지사는 진실을 밝히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홍준표 지사, #주민소환, #박종훈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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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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