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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두부와 오징어샐러드입니다. 흰 깨두부 위에 빨간색 순무를 둥글게 잘라서 그 위에 초록색 고추냉이를 얹었습니다. 입에 넣어서 맛을 보기 전에 대조적인 색에 반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초록색 푸성귀 위에 오징어다리를 얇게 잘라서 늘여놓았습니다.
 깨두부와 오징어샐러드입니다. 흰 깨두부 위에 빨간색 순무를 둥글게 잘라서 그 위에 초록색 고추냉이를 얹었습니다. 입에 넣어서 맛을 보기 전에 대조적인 색에 반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초록색 푸성귀 위에 오징어다리를 얇게 잘라서 늘여놓았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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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낮 교토 남쪽 후카쿠사 후지노모리 역 가까이에 있는 엔리안 식당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두부나 푸성귀 따위 일본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먹어온 먹거리 재료로 먹거리를 만들어서 파는 곳입니다. 특히 제철 푸성귀를 사용하여 먹거리를 만듭니다.

먹거리는 지역이나 환경에 따라서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 먹거리는 우주에 녹아 있는 음양오행의 조화를 추구하며 그 힘으로 작은 우주라고 불리는 우리 몸의 건강과 장수를 추구하여왔습니다. 여러 가지를 섞어서 먹어도 자연의 운행과 조화를 추구하였습니다.

여름철에 보리차를 마시는 것은 음기가 강한 겨울에 자란 보리로 차를 만들어 마시면서 여름의 양기를 극복하려는 생각이 숨어 있습니다. 반대로 겨울에 옥수수차를 마시는 것은 여름에 자란 옥수수가 품고 있는 양기로 음기를 이겨보려는 꿈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말은 어려서부터 어른들에게 들어온 것으로 과학적인 증명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여름에 옥수수차가 쉽게 상하거나 변해서 마시기가 어렵지만 보리차가 여름 무더위에 강한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 먹거리는 음양의 조화와 오행의 순환 주기를 고려하였습니다. 다만 일본 음식은 음양오행의 조화보다는 푸성귀가 지닌 색깔을 고려하거나 배치하여 먹습니다. 부드러운 색깔과 강한 색깔의 대조가 지닌 강한 느낌이 식욕을 자극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우리 먹거리가 고기를 중심으로 익히고, 굽고, 찌고, 볶는 것에 비해서 일본 먹거리는 생선을 중요시 하며 철에 따라서 생선을 고르고, 철에 맞는 생선과 같이 먹습니다. 우리 먹거리에서 고기가 중심이라면 일본 먹거리는 생선이 중심입니다. 생선이 없으면 오징어라도 있는 것이 기본입니다.

          우엉과 닭튀김, 달걀말이입니다. 우엉은 얇게 잘라서 검정깨를 섞어서 옷을 입혀서 튀겼습니다. 달걀말이 바닥에는 초록색 양하 잎을 깔고 위에는 생강 줄기를 얹어놓았습니다.
 우엉과 닭튀김, 달걀말이입니다. 우엉은 얇게 잘라서 검정깨를 섞어서 옷을 입혀서 튀겼습니다. 달걀말이 바닥에는 초록색 양하 잎을 깔고 위에는 생강 줄기를 얹어놓았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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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먹거리는 색이 다른 푸성귀를 섞어서 색의 조화를 추구합니다. 야채나 파에 달걀로 옷을 입혀서 부치기도 하고, 비빔밥처럼 색이 다른 여러 가지 푸성귀나 재료를 섞어서 새로운 맛이나 멋을 추구합니다. 이에 비해서 일본 먹거리는 좀처럼 섞거나 혼합시키지 않습니다. 어쩌면 각 푸성귀가 지닌 성질이나 색을 지키면서 고유의 향이나 맛을 강조합니다.

우리와 일본 먹거리는 재료가 비슷하면서 조리하는 방법이나 먹는 방법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아마도 대표적인 것은 수저와 젓가락입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숟가락과 젓가락을 같이 사용해왔고 주로 놋쇠나 스테인리스 따위 쇠붙이를 재료로 만들어서 써왔습니다.

일본사람들은 늘 젓가락 하나로 먹습니다. 젓가락 역시 나무로 만든 것을 사용합니다. 무거운 쇠에 비해서 나무젓가락은 굵고, 가볍기 때문에 쓰기 쉽습니다.

젓가락과 숟가락 문화는 먹는 방법에서도 차이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우리가 숟가락으로 밥이나 국물이 있는 먹거리를 먹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서 먹습니다. 그릇을 들 필요가 없습니다. 점잖게 앉아서 손으로 젓가락과 숟가락을 쥐고 팔을 뻗어서 먹습니다.

         왼쪽 사진은 미즈나(한해 내내 자라는 푸성귀, 배추과, 학명:Brassica rapa var. laciniifolia) 위에 삶은 돼지고기를 얹어서 만든 돼지고기 샐러드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피자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얇은 피자입니다.
 왼쪽 사진은 미즈나(한해 내내 자라는 푸성귀, 배추과, 학명:Brassica rapa var. laciniifolia) 위에 삶은 돼지고기를 얹어서 만든 돼지고기 샐러드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피자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얇은 피자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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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을 젓가락으로 밥이나 반찬은 물로 국물이 있는 된장국도 마십니다. 따라서 밥그릇을 들고 밥을 먹기도 하고, 국그릇을 입에 대고 직접 국물을 마시기도 합니다.

우리는 밥을 먹을 때 밥을 지어서 준비한 사람에게 잘 먹겠다며 인사를 하고 어른부터 밥을 먹습니다. 그러면 아랫사람들이 따라서 먹습니다. 그리고 먹은 뒤에도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를 합니다. 이 말 역시 지어준 먹거리를 고맙게 먹었다고 만들어 주거나 준비해 준 사람에게 고마워하는 말입니다.

일본 사람들 역시 '이타다키마스' 하며 인사를 하고 밥을 먹습니다. 이 말은 우리처럼 밥을 지어준 사람에게 고마워하기보다는 자연, 혹은 신이 내려준 먹거리를 받아서 감사히 먹겠습니다라는 인사입니다. 다 먹은 뒤에는 고치소사마데시다 하고 인사를 합니다. 이것은 자신이 먹은 먹거리가 대단한 먹거리였다고 칭송하는 말입니다.

우리와 일본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속으로 파고들면 들수록 다른 것이 많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단지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와 몸, 우주와 몸의 음양오행에 따른 조화를 추구합니다. 그리고 약식동식이나 밥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사람들은 밥과 건강, 밥과 약이라는 관념이 약합니다.

          기름에 튀긴 국수 위에 얼레지 가루를 풀어서 만든 녹말을 얹어놓았습니다. 사진 오른쪽은 나누어서 작은 그릇에 담은 모습입니다.
 기름에 튀긴 국수 위에 얼레지 가루를 풀어서 만든 녹말을 얹어놓았습니다. 사진 오른쪽은 나누어서 작은 그릇에 담은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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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안 식당 후지노모리 본점, えんり庵 藤森店, 〒612-0024 京都府京都市伏見区深草野田町18-4 , 075-643-6567, 営業時間 : 11:30~15:00 17:00~23:00  23:00
情報提供元:ぐるなび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일본 먹거리, #먹거리 색깔, #교토, #엔리안 식당, #깨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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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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