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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 모양의 집이 한 채 있고, 그 안에 세월호 리본이 그려져 있습니다. 집 안 가득 채워진 동그라미는 가습기에서 나온 물방울, 그 안에는 'PHMG, PGH, CMIT, MIT'라고 적혀 있습니다.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라는 이름도 어려운 화학물질입니다. 모두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독성물질입니다.

'안방의 세월호'로 비유되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현수막이 바닥에 깔려 있고, 그 앞으로 강연을 듣고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22일 오후 7시,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의 풍경입니다. 옥시불매 경산시민행동, 대구지역 iCOOP생협(대구생협, 정다운생협, 참누리생협, 행복생협), 대구환경운동연합이 함께 준비한 자리입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은 본인이 제품을 사서 가족의 생명을 앗아갔기에 가해자라는 죄책감이 있어요.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 원료와 제품을 만든 업체들은 독성을 알고도 만들어 판매했고, 정부에서 특별한 규제가 없었다며 오히려 가해자이면서도 뻔뻔하게 피해자 의식이 있어요."

현재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발언이 머릿속에 맴돕니다. 인체에 안전하고 아이에게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기에 믿고 제품을 샀던 피해자들은 여전히 눈물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정조사 준비과정에서부터 기업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정부부처는 정해진 법령대로 업무를 수행해서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합니다.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만 쫓아간 기업, 골든타임을 놓치고 수수방관한 정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지금의 현실. 가습기 살균제는 세월호와 너무나도 닮았습니다.

6월 말 기준으로 확인된 피해접수는 3689명, 그중 사망자는 701명입니다. 2016년 1월에서 4월까지 민간에서 접수한 566명이 정부에 정식으로 반영되면 피해자는 4000명이 넘습니다. 잠재적 피해자가 수백만 명으로 분석되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아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최 소장은 역설했습니다.

이어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살균제, 방향제, 탈취제 등 스프레이 제품들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살균 성분의 함량과 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독성실험을 제대로 진행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시간 남짓 쉼 없이 달려온 강연은 가습기 살균제로 희생된 분들을 위한 추모의 시간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참석자들이 하나둘 불을 켜고 현수막 위에 하나하나 LED 촛불을 놓았습니다. 안방의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참사 앞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이유들이 말없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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