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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하철 개통 31년만에 처음으로 기관사가 자살했다. 그는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왔지만 인사에 불이익이 두려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지내야 했다. 기관사들은 혼자서 몇 천명의 승객을 상대해야 한다. 반드시 정시에 도착해야만 하고 2시간 이상 컴컴한 터널을 달려야 한다. 기관사의 노동조건은 알려진 것에 비해 화려하거나 명예롭지 않다. 늘 초조함과 불안함을 숙명처럼 살아야 한다.

기관사들이 느끼는 공포는 그들이 꾸는 꿈으로도 알 수 있다. 기관사 개개인이 사소한 질병 하나씩은 안고 살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기관사가 이런 공포감과 질병을 안고 지하철을 운행하는 환경을 바꿀 수는 없는가.

노동조합은 우울증, 공황장애 치료나 복귀 프로그램 마련과 2인 승무 재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백 명의 안전을 책임지지만 정작 자신들의 안전에는 무방비로 노출된 지하철 기관사들. 이제 겨우 문제가 불거졌을 뿐이다.

기관사들을 옥죄는 건 작업 환경만이 아니다. 정부가 공공기관 전체에 시행예정인 2진아웃제와 성과연봉제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부터 시행될 이 법안들은 비단 기관사만이 아닌 지하철 노동자 전체를 위협한다. 협력이 기본인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매일 80만 부산시민들의 하루를 책임지는 기관사들. 그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안전하게 부산시민들을 만날 수 있도록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

[부산지하철 미니다큐 2부] 구글이 버린 '제도', 주워 담은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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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정근 기자는 <그림자들의 섬> 감독입니다.



태그:#부산지하철, #기관사, #성과연봉제, #2진아웃제, #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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