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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개인적으로 한 말이다."

지난 총선 전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성회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에게 출마 지역구를 바꾸라고 요구한 데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내놓은 답변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총선에 개입한 내용을 대통령은 모르는 일이므로 밝힐 입장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 당시 정무수석은 김 전 의원과의 전화통화에서 "저하고 약속한 건 대통령하고 약속한 것과 똑같은 것 아니냐"고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했다. 오랜 측근이 '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공천 개입을 관철하려고 한 것이 분명하다.

서청원 전 대표를 경기 화성갑 지역구에 출마시키는 게 대통령의 뜻이었다면, 청와대는 대통령의 여당 공천개입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반대로 대통령의 뜻과 상관없이 정무수석이 멋대로 대통령을 들먹인 것이라면, 청와대는 현 전 수석의 부당한 개입을 비판하고 그가 한 '호가호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3주 전으로 돌아가보자. 세월호 참사 당시의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고 청와대가 KBS의 보도에 일일이 간섭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에 청와대는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아마 협조를 했던 것"(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라고 주장했다. 즉, 아무 잘못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두 사람 사이의 대화에 대해서 우리가 얘기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자격으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했다는 뜻이고 '개인의 일탈'로 일어난 일이라는 의미다. 처음엔 '무대응'으로 기조를 잡았다가 이후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선회를 한 것으로 보인다.  

윤상현·어버이연합·정윤회문건·대선댓글 모두 "개인적 일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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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청와대 인사나 대통령 측근들의 잘못에 청와대가 전가의 보도처럼 '개인 일탈' 해명을 늘어놓은 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사석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로 부른다는, 박 대통령의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4·13 총선을 앞두고 윤 의원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공천배제를 주장하며 "죽여버려"라고 말한 통화 내용이 공개됐을 때도 청와대는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어버이연합에 정부 지지집회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에도 정 대변인은 "청와대 지시는 없었다"며 "행정관 개인의 말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이 일었던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 때도 청와대는 "몇 사람이 개인적으로 사심을 갖고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이 밝혀졌다"며 사건을 개인의 일탈에 따른 문서 유출사건으로 몰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있던 아동의 개인정보 조회를 구청 공무원에게 요구했던 조오영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해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은 "청와대와 관계없는 개인적인 일탈 행위"라고 공식 발표했다.

정부 부처도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에 '개인적 일탈'을 즐겨 썼다. 지난 대선 때 군 사이버사령부 요원과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댓글작업을 벌이고 SNS로 대선에 개입한 사건에 대해 국방부와 국정원은 "지침은 없었고 개인적인 일탈 행위였다"고 해명했다.

최근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면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해서도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개인적 일탈로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나 정부 부처에서 잘못된 일이 일어났다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하고 이후 재발방지 대책이 나오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개인 일탈'로 치부될 뿐, 이상의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 다만, 사과와 반성만은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만 확고해 보인다.

덧붙여 '개인 일탈'이란 변명도 이젠 지긋지긋하다. 'CREATIVE KOREA(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국가브랜드로 정한 마당에 면피성 해명이라도 창의력을 좀 발휘해주시길 부탁드린다.


태그:#개인일탈, #청와대, #정무수석, #홍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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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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