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카트만두에서 네팔 동부로 날아가는 경비행기 에띠 에어라인에서 바라본 네팔 히말라야
 카트만두에서 네팔 동부로 날아가는 경비행기 에띠 에어라인에서 바라본 네팔 히말라야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3월 29일. 털털 거리는 타타 봉고차에 짐을 싣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뿌연 먼지가 앞을 가렸다. 건기라서 먼지의 농도가 한층 심했다. 어머님이 주신 꽃을 든 시토울라의 모습이 경건해 보였다. 시토울라의 집에서 공항은 멀지 않다. 네팔의 국내선 공항은 창고처럼 허름하다.

공항에 도착하여 시토울라는 짐꾼 두 사람을 불렀다. 손수레에 짐을 가득 싣고 탑승구로 향했다. 손수레가 뒤뚱거렸다. 현지 장학금 후원 학교에 나누어 줄 컴퓨터 일곱 박스와 짐을 가득 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짐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중요한 짐이다. 컴퓨터 교실을 열어줄 컴퓨터는 아이들의 꿈이다. 아이들의 소중한 꿈을 키워주기 위해 컴퓨터를 작은 비행기에 실었다.

네팔에 장학금을 후원하고 있는 학교에 후원할 컴퓨터를 경비행기에 겨우 실었다
 네팔에 장학금을 후원하고 있는 학교에 후원할 컴퓨터를 경비행기에 겨우 실었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체크인 데스크에 도착하여 짐을 부치는데 수하물 비용이 만만치 않다. 1만5500루피를 지불했다. 비행기가 워낙 작아 작년에는 짐을 두 번에 걸쳐 다른 비행기에 나누어 실었는데, 그나마 이번에는 함께 실을 수 있어 다행이다.

짐을 가까스로 부치고 비행기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탔다. 네팔의 비행기는 걸어서 탑승을 하거나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셔틀버스에서 내리니 프로펠러가 달린 장난감 같은 경비행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포즈를 취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30인승 프로펠러 경비행기 에띠에어라인
 30인승 프로펠러 경비행기 에띠에어라인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프로펠러 힘으로 날아가는 30인승 경비행기 에띠에어라인. 비행기에 탑승하니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이륙하기 전에 여자 승무원이 캔디 두 개와 솜을 나누어 주었다. 소음이 워낙 크니 솜으로 귀를 막으라는 것이다. 비행기가 너무 작아 화물도 많이 싣지를 못한다. 장학금 후원학교에 선물할 짐을 가까스로 싣자 프로펠러가 굉음을 내며 점점 가속도로 회전, 비행기가 곧 이륙했다.

"하하, 이거 어릴 때 먹었던 사탕하고 똑같네!"
"솜으로 귀부터 막으세요."
"흠, 그래야겠군요."

귀막이 용으로 준 솜과 과자
 귀막이 용으로 준 솜과 과자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비행기가 카트만두 트리뷰반 공항을 이륙하자 왼편으로 곧 만년설에 뒤덮인 히말라야가 나타났다. 히말라야! 언제 보아도 가슴 뭉클한 풍경이다. 안나푸르나, 마나슬루, 시샤팡마, 초오유, 에베레스트, 로체, 마칼루, 칸첸중가… 8000m급 히말라야 영봉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곳엔 눈 말고 세상을 내려다보는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은 신비감이 감돈다. 눈의 거처, 영혼의 거처인 히말라야에는 뭔가가 알 수 없는 마력이 있다. 언제보아도 신기루처럼 베일에 가려있는 히말라야는 먼 과거세에서부터 동경해 오던 내 영혼의 고향이 아닐까?

히말라야에 반하다!

히말라야(Himalaya)는 산스크리트어로 'Hima'는 '눈(snow)', 'Alaya'는 '거처(dwelling)'라는 뜻으로 즉 눈의 거처(abade of snow)란 의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눈의 거처'라기보다는 '영혼의 거처'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힌두의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 등 3억 3천에 달하는 그 많은 신들이 저 설산에 주석하고, 석가모니 부처님을 비롯하여 파드마삼바바, 밀라레빠, 달라이 라마 등 수많은 히말라야 성자와 요기, 툴구(환생도인)들이 저 설산에서 수행을 하고 도를 이루었다. 히말라야 주변에 사는 인도, 네팔, 티베트, 부탄인들은 명상을 한다. 이것은 분명 히말라야라는 거대한 설산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에띠에어라인에서 바라본 히말라야의 파노라마
 에띠에어라인에서 바라본 히말라야의 파노라마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히말라야 산맥은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 네팔, 시킴, 부탄, 티베트에 활 모양을 그리며 북서쪽에서 남동방향으로 장장 2400km 뻗어 있다. 신생대 초기에는 얕고 따뜻한 바다인 테티스 해가 펼쳐져 있었으나, 인도판이 북상하면서 유라시아판과 부딪치며 지금 산맥을 이루었다. 히말라야는 너무 길고 거대하기 때문에 몇 개의 그룹으로 분류한다. 히말라야는 강과 지역에 따라 아쌈 히말라야, 부탄 히말라야, 시킴 히말라야, 네팔 히말라야, 가르왈 히말라야, 펀자브 히말라야, 카라코람 히말라야로 나눈다.

'네팔 히말라야'는 네팔 영토 내에 있는 부분을 가리키는데, 전체 히말라야산맥의 1/3을 차지한다. 에베레스트 산(8848m), 로체산(8516m), 마칼루산(8463m), 다울라기리산(8172m), 초오유 산(8201m), 마나슬루(8163m), 안나푸르나산(8091m) 등 8000m급 봉우리 8개가 솟아 있다. 이 거대한 산맥은 남북으로 네팔과 중국의 티베트 고원, 동쪽은 시킴 히말라야, 서쪽은 인도의 가르왈 히말라야와 연결된다.

중앙아시아의 만년설을 이고 있는 모든 산군을 히말라야로 볼 수도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도 가장 많은 고봉이 밀집한 산맥은 6개다. 히말라야·카라코람·힌두쿠시·쿤룬·톈산·파미르 산맥 등이다. 파미르 지역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뻗어 있는 이들 산맥을 넓은 개념의 히말라야로 묶어 파악하자는 것이 광역 히말라야다.

나는 2001년 9월 네팔 히말라야를 첫 여행한 뒤 그만 히말라야에 반하고 말았다. 그 후 나는 여러 방면에서 히말라야로 가는 여행을 했다. 라싸에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넘어 네팔로 가기도 했으며, 부탄 국경을 넘어 칸첸중가를 바라보고, 다르질링과 시킴히말라야를 여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인더스 강을 따랄 라다크와 레에 이르는 펀자브 히말라야까지 갔다.

야크를 타고 시킴 히말라야를 넘기도 했다.
 야크를 타고 시킴 히말라야를 넘기도 했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히말라야를 여행하다 보면 누구나 순례자가 되고 만다. 신기루 같은 만년설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저절로 순례자가 되고 만다. 나는 15년 넘게 히말라야를 찾아가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자파로 가는 비행도 벌써 세 번째다. 최근 히말라야를 찾는 것은 단순한 여행을 떠나 히말라야 인근에 사는 아이들을 돕는 봉사활동으로 변해가고 있다.

히말라야에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뭔가가 있다. 그래서 수많은 순례자와 수행자, 그리고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그 알 수 없는 뭔가에 끌려 사람들은 세계의 지붕을 찾는다. 히말라야는 내 영혼의 고향이 아닐까? 만년설이 덮인 히말라야만 바라보면 나는 그만 히말라야 순례자가 되고 만다.

히말라야를 찾아 피서를 떠나는 인도사람들(인도 북서쪽 라다크에서 마날리로 넘어오는 로땅 라 고개). 히말라야에 가면 모두가 순례자가 되고 만다.
 히말라야를 찾아 피서를 떠나는 인도사람들(인도 북서쪽 라다크에서 마날리로 넘어오는 로땅 라 고개). 히말라야에 가면 모두가 순례자가 되고 만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에띠에어라인이 점점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칸첸중가 산이 점점 멀어져 갔다. 1시간의 비행 끝에 자파 공항에 도착했다. 시골 풍경이 물씬 나는 공항이다. 소똥 냄새도 난다. 짐꾼이 수레로 짐을 운반했다.

손수레를 끈 짐꾼은 야생의 들판을 지나 수하물 카운터에 짐을 내려놓았다. 무더기로 실은 짐은 꼬리표를 보고 찾아가야 한다. 짐을 찾아 카트에 싣고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자동차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시토울라가 조심스럽게 끌고 가라고 주문을 한다. 이건 아이들의 희망을 키워주는 컴퓨터가 아닌가.

고물 자동차를 렌트하여 학교에 전달할 컴퓨터와 짐을 실었다. 작은 봉고차에 아이들의 꿈을 가득 싣고 나니 앉아 있을 자리도 없다. 우리는 겨우 웅크리고 자리를 잡았다. 날씨는 너무 덥다. 시토울라의 표정도 완전히 지친 모습이다.

그러나 육체는 고달프지만 아이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길 역시 히말라야 순례의 연속이 아니겠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의 총총한 눈동자를 생각하니 내 영혼은 피로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자파 지역은 해발 100m 이하로 카트만두에 비해 엄청 덥다. 마침내 봉고차는 덜덜 거리며 공항을 벗어났다.

네팔 동부 칸첸중가 인근 자파 공항에서 낡은 봉고차를 렌트하여 짐을 싣고 후원학교로 출발했다.
 네팔 동부 칸첸중가 인근 자파 공항에서 낡은 봉고차를 렌트하여 짐을 싣고 후원학교로 출발했다.
ⓒ 최오균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여행기는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5일까지 네팔 동부에 칸첸중가 인근에 위치한 오지학교에 낡은 칠판을 교체해주고 컴퓨터를 후원하기 위해 방문한 봉사여행기입니다.



태그:#히말라야, #에띠에어라인, #히말라야 순례자들, #한국자비공덕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이야기, 여행, 작은 나눔, 영혼이 따뜻한 이야기 등 살맛나는 기사를 발굴해서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