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통제 증거 공개 언론단체 기자회견'이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투위,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노조 주최로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내용에 항의하고, 편집에 개입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파일이 공개되었다.
▲ 세월호참사, 청와대의 KBS 보도통제 증거 공개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통제 증거 공개 언론단체 기자회견'이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투위,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노조 주최로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내용에 항의하고, 편집에 개입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파일이 공개되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 개입에 침묵하는 상황을 비판한 KBS 기자가 제주도로 발령받았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를 "인사보복성 인사발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일선 기자들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15일 경기도 수원시 경인방송센터에서 근무하는 정연욱 기자는 제주방송총국으로 발령받았다. 정 기자가 지난 3월부터 경인방송센터에서 일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인사발령이다.

'KBS의 침묵' 비판한 정연욱 기자, 이틀 만에 제주도 발령

KBS본부와 일선 기자들은 인사 발령의 이유로, 2014년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녹취록 보도를 막고 있는 KBS 보도본부를 비판한 정 기자의 글을 꼽았다.

정 기자는 13일 <기자협회보>에 기고한 <침묵에 휩싸인 KBS... 보도국엔 '정상화' 망령>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6월 30일 사회2부에서 작성한 <언론노조, 이정현 전 홍보수석-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통화 녹음 공개>란 제목의 단신은 여전히 출고를 위한 승인을 받지 못한 채 KBS 안에 갇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눈과 귀와 입을 거쳐 닳고 닳은 채 허공으로 사라졌을 법한 철 지난 소식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뉴스에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기묘한 침묵"이라고 비판했다.

"저널리즘의 상식에 입각한 문제제기조차 정치적인 진영논리에 희생되고 있는 현실. 이 모든 것을 초래한 장본인은 바로 지금 KBS 보도국을 이끌고 있는 간부들, 최초로 경계선을 그은 기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침묵을 묵인하고 있는 모든 기자들이 공범이다. 침묵은 침묵을 먹고 자라 마침내 KBS를 집어 삼켰다"라고 지적했다.

일선 기자들 반발 확산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누가 봐도 기자협회보에 기고한 글을 문제 삼은 보복 인사로 밖에 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오늘 인사 조치로 고대영 사장은 공영방송 KBS 사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또한 사장의 불법적이고 공공연한 방송편성 개입에 침묵하고 거짓말로 변명하는 임원들과 일부 간부들도 똑같은 공범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도 개입을 일삼으며 막무가내 인사로 입을 막으려던 길환영 사장이 쫓겨난 게 불과 2년 전 일이다. 이제 싸움은 시작됐다. 지난 8년에 걸쳐 공영방송 KBS를 농락하고 망쳐놓은 세력들을 이제 심판해야 할 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기자들도 반발했다.

KBS 보도국 33기 기자 20명은 이날 낸 성명에서 "백번 양보해, (KBS 보도국 간부들이) 정 기자의 글에 기분이 나빴을 수 있다. 곤궁한 입장을 정면으로 후벼 파는 말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 화가 났을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꼭 이렇게 분풀이를 해야 하나. 이건 누가 봐도 보복이 아닌가. 인사권 운운하기엔 너무 치사하지 않은가"라고 성토했다. 39기 기자 28명도 부당한 인사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경인방송센터 평기자들도 "우리가 모두 알고도 모르는 척 이야기하지 않고 있던 그 이야기를, 기자들의 단체인 기자협회의 협회보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이런 식의 보복 인사를 당하는 게 맞는 말인가? 우리는 부끄럽다"면서 "미친 칼바람을 당장 걷어치워라"라고 비판했다.

한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한 우려를 전한 김아무개 해설위원도 보도본부 밖 방송문화연구소로 인사조치됐다. 김 위원은 지난 11일 오전 <뉴스광장> 해설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러시아의 반발과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 구도를 생각해야'라는 제목의 해설을 내놓았다. 신중한 사드 배치를 주문하는 내용이었다.

KBS본부는 "사장은 당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이 사드 관련 해설을 문제 삼으며, '중국 관영매체의 주장과 같다.', '안보 문제는 다른 목소리가 나서는 안 된다' 등 구체적으로 사드와 관련한 이슈에 대해 '보도 지침'을 공식회의에서 내렸다. 이는 방송법 4조2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KBS는 KBS본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석호 해설국장은 이날 "사장이 뉴스 해설에 대해 지적했다고 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아침 국장단회의에서 두 해설위원이 지적을 받았다는 내용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KBS 침묵 비판한 기자, 제주 발령
댓글1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