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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4일 오후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7.14 전당대회 2주년 만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4일 오후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7.14 전당대회 2주년 만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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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참았다. 그렇게 (상향식 공천) 당헌당규 개정까지 했지만 다른 정치세력이 반발해 총선에서 참패했다. 할 말이 많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당산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1500여 명의 지지자들과 대규모 만찬 회동을 앞두고 한 말이다. 그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하고 당대표에 선출됐는데 약속을 지키려다 반대세력에게 몰매를 맞았다", "잘못된 공천권을 행사해 더러운 정치라 국민이 비난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도 말했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으려 노력한 자신을 흔들고 '막장공천'을 주도한 친박(친박근혜)계를 향한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박사모(박 대통령 지지모임)는 분화됐고 옳지 못하다"며 "박 대통령이 박사모를 만나지 않았는데 박사모는 그걸 인정하지 않고 빗나간 활동을 했다"고도 말했다.

20대 총선 참패로 대표직에 물러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발언이었다. 그는 "앞으로 나라를 위해 맞서 싸우고 할 말, 할 것은 해서 여러분 속을 시원하게 해주겠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사실상 대권 도전도 선언했다. 김 전 대표는 "이제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며 "좀 더 준비하고 동지들과 함께 앞장서도록 하겠다, 도와달라"고 말했다. 또 "조만간 전국 배낭여행 투어를 할 예정"이라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예고했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체제 바꿔야, 저와 어깨동무하고 가자"

당초 이번 행사는 2014년 전당대회 승리 2주년을 기념해 당시 경선 캠프 관계자들과 지지자들이 모인 자리였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반드시 이어갑시다,", "그가 필요하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렸고, 사회자는 "더 넓은 무대로, 반드시 김무성"을 연호했다. 지지자들의 면면도 다채로웠다. 서울·경기·대구·제주 등 지역별 참석자만 아니라, '김사모'·'서초포럼'·'소나무(소중한 나라, 무성과 함께)전국연합회' 등 지지모임의 참석도 눈에 띄었다.

김 전 대표도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앞서 이번 행사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 "비박(비박근혜)계 세 과시용", "전당대회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는 "지나간 과거에 대해 지금도 할 말 많지만 가슴에 묻고 가겠다"면서도 "무슨 약점이 잡힌 것 아니냐는 여론을 모두 들었지만 내색 않고 참고 또 참았다, 이를 악물고 참았다"며 친박계를 정조준했다. 또 '공천파동'과 관련해서는 "특정 인물 배제에 맞서서 의결 거부권이라는 힘든 선택도 했다, 이를 두고 여러 뒷말이 많지만 집단지도체제의 악조건 속에서 정말 고군분투했다고 보고 드린다"고 말했다.

즉, 자신은 친박계의 전횡에 맞서 싸웠다는 얘기였다. 새누리당이 가야 할 미래를 언급하는 대목은 대선 출마 선언문을 연상케 했다.

김 전 대표는 "일부 포퓰리즘 시각을 가진 좌파 인사들이 갈등은 일으키면서 해결은 외면하기 일쑤다, 미래를 고민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무책임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장악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보수 우파를 대표한다, 보수의 다른 이름은 책임이다"며 "우리 모두 책임 있는 자세로 새 대한민국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자"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파문을 낳을까 걱정이다"며 개헌론을 공식 제기했다. 김 전 대표는 "시대정신인 '격차해소'를 위해 공정한 경제·사회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국민이 진정한 주체가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제왕적 대통령 권력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땐 '골육상쟁'과 같은 극한대립의 정치를 끝내야 할 때가 됐다, 한 사람의 '인치(人治)'로는 너무나 큰 대한민국을 운영할 수 없다"며 "이제 권력을 나누고 협치를 해야 한다, 여야 간 연정을 할 수 있는 권력구조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새로운 지도자'로 앞장서겠다는 뜻 역시 밝혔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표는 "국민이 듣기 좋아하는 소리, 달콤한 약속만 하는 사람도 많다, 인기에만 영합하는 사람들이 우리 대한민국을 이끌도록 놔둬서 되겠나"라며 "지도자가 인기에만 얽매이면 나라에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또 "혁명적인 사고로 대한민국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변화의 주체가 되고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혁명동지가 되자"며 "저와 동지 여러분이 서로 변치 않는 믿음으로 운명공동체가 돼 우직하게 어깨동무하고 함께 나아가자, 제가 선봉에 서겠다"고 말했다.

'친박 책임론' 부각하며 사실상 대권 행보 본격화

새누리당 정병국, 한선교 의원이 14일 오후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김무성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마련한 7.14 전당대회 2주년 만찬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새누리당 정병국, 한선교 의원이 14일 오후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김무성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마련한 7.14 전당대회 2주년 만찬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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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도 '친박 책임론'을 강조하며 김 전 대표를 차기 지도자로 띄웠다.

2014년 전대 당시 캠프 지방자치본부장을 맡았던 박성중 새누리당 의원은 "김 전 대표도 답답했겠지만 당을 하나로 뭉치고 박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참았던 것 아니겠나"라며 "이것이 지도자의 길이다, 총선 이후에 (김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여러분의 노력이 보태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캠프 총괄본부장이었던 권오을 전 의원은 "(김 전 대표가) 대표로서 선거 패배 책임을 지셔야 했지만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들은 그 총선이 왜 그렇게 됐는지 잘 안다, 단지 그 얘기를 하기에는 앞으로 길이 너무 많고 당에 상처가 되기 때문에 가슴에 안고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젠가는 김 전 대표가 깃발을 다시 드시지 않겠나, 그 때까지 꿋꿋이 자리를 지키시라"며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껍게, 부자를 떳떳하게 하는 공평한 나라를 만드는 길, 그 길은 언젠가 김무성의 깃발 아래 다시 모여 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정병국·한선교 의원과 최고위원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강석호 의원이 참석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3일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과 관련, "나는 비주류가 아니냐, 비주류 (당대표)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태그:#김무성, #친박,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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