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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지는 하동역으로 들어오는 에스트레인 ⓒ 김태현
벚꽃핀 하동역으로 들어오는 에스트레인 ⓒ 김태현
14일 새 하동역이 문을 열었다. 경전선 복선철도 진주역-(신)하동역 구간이 개통한 것. 기존보다 운행시간이 34분이나 단축되어 기차 여행이 한결 편리해졌다. 반면 영호남을 잇던 경전선 하동역은 13일 마지막 운행을 끝으로 사라졌다.

13일 기존 하동역의 마지막을 아쉬워 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먼저 진주역에서 '굿바이! 경전선 추억의 기차여행' 이벤트를 통해 100명의 고객을 모집, 진주역과 하동역을 오가는 행사를 진행했다.

사전 접수를 통해 신청한 참가자들은 오후 3시 39분 열차를 이용해 하동역에 도착한 후 오후 4시 30분부터 약 40분간 문화행사를 했다. 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 후 오후 5시 53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진주역으로 돌아갔다. 철도 이용객들의 많은 관심으로 인해 하동역은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모처럼 시골역의 고즈넉함이 아닌 장터같은 북적북적한 모습으로 활기를 띠었다.
EBS다큐프레임 촬영팀이 하동역에서 노을을 촬영하고 있다. ⓒ 김태현
하동역에 들어오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추억여행을 하려는 나그네와 하동역의 마지막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작가와 철도동호회 회원들도 많이 보였다. 이날 필자와 페이스북을 통해 철도 관련 정보를 주고 받은 분들도 여러 명 만날 수 있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마지막 풍경을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셔터를 눌러댔다. 필자 역시 오전부터 경전선의 마지막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무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렀다.
하동공원에서 바라본 하동역 벚꽃 옆으로 무궁화호가 출발하고 있다. ⓒ 김태현
하동역은 필자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당시 문예부 후배들과 함께 MT를 왔을 때 기차를 타고 처음 온 곳이다. 그당시 마산역에서 하동역까지 비둘기호를 타고 왔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려서 엄청 지루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복선이 되어 마산-하동 구간은 1시간 16분에서 20분 정도 걸리니 시간적인 거리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영화 <청춘>에서 벚꽃 흩날리던 하동역에서 주인공들이 기차를 타고 가는 장면을 본 후 봄에 벚꽃 필 무렵에 자주 왔던 곳이다. 작년 4월 16일에는 KBS다큐프라임 촬영팀과 함께 하동역에 들어오는 에스트레인과 노을을 담기도 했다.
벚꽃핀 하동역을 빠져나가는 무궁화호 ⓒ 김태현
무궁화호와 에스트레인, 화물열차를 담는 틈틈이 행사 장면들도 담았다. 섬진강철교 포인트와 S라인, 하동역 전경, 횡천면의 S라인 그리고 복선철도와 단선철도가 만나는 구간 등을 촬영했다. 저녁 7시 10분에 하동역을 통과한 마지막 화물열차도 카메라에 담았다. 이후 밤 10시 5분에 출발하는 마지막 열차가 딱 1편만 남아 있어 잠시 쉬면서 콘서트를 즐기기로 했다.
코스모스가 만개한 하동역에서 교행중인 에스트레인. ⓒ 김태현
저녁에는 '이우연과 함께하는 L&F 하모니 콘서트'가 오후 7시 20분경부터 시작되었다. '아듀! 하동역 그리고, 웰컴 남도순례길 169km'라는 주제로 하동역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 팀들은 한 달 전인 6월 13일 옥곡역의 마지막 운행을 기념하는 '아듀! 옥곡역 고별콘서트'도 진행했는데, 지난달 옥곡역에 촬영 갔다 만났던 분들이다. 진주-광양 복선 구간 중 진상-광양 구간과 진주-유수역 구간은 약 1달 먼저 임시개통 해서 복선철도 구간으로 운행을 했다. 하동역 위쪽으로 떠오른 반달도 마지막 밤이 아쉬운 듯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하동역 현판으로 떠오른 반달 ⓒ 김태현
이번 콘서트는 하동역의 마지막을 추억하는 자리로 복선철도로로 인해 폐선되는 삼량진에서 순천까지 169km 구간을 남도순례길로 조성하고자 하는 발대식도 겸하는 자리였다. 동서통합남도순례길추진위원회에서 주최한 행사로 이웃 광양지역 분들도 대거 참석해 남도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광양예총, 광양문화예술연대, L&F 하모니 공연단의 후원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김태홍 하동부군수, 신태욱 광양부시장도 참석해 인사말을 전했다.
하동역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잇다. ⓒ 김태현
콘서트가 끝난 후 하동역내로 들어가서 기념 촬영을 한 후 마지막 열차를 맞이했다. 열차가 들어선 후 기관사 분이 잠시 문을 열고 나와 주민들이 전해주는 장미꽃을 받았다. 그리고 이내 열차가 플랫폼을 빠져나가면서 하동역은 경전선 역사로서의 역할을 마감했다.

마지막 열차가 떠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필자는 하동에 내려온 후 6년 동안 하동군 내의 철길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촬영을 한지라 아쉬움이 컸다. 때로는 좀 더 멋진 사진을 담기 위해 산을 헤매 다니기도 하며 많은 촬영포인트를 찾아냈다. 그렇게 힘들게 발굴한 포인트에서 이제는 더 이상 기차 사진을 담을 수 없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하동역~횡천역, 북천역~양보역 구간에 레일바이크를 운영하기로 결정하면서 철길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총연장 18.1㎞로 국내 최장이며, 구간별로 4명 탑승 규모의 레일바이크 50대씩이 도입된다. 횡천역∼하동역 편도에는 레일바이크 승객의 이동을 돕는 토마스 열차가 운행된다니 일부 구간이나마 기차를 계속 만날 수 있다.

1968년 첫 영업을 시작한 지 하동역은 48년 만에 새로운 곳으로 이사해 14일부터 신하동역에서 경전선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이름은 그대로 하동역이다). 신하동역 주소는 하동군 하동읍 경서대로 240번지(비파리 313-7)이다.
태그:#하동역, #경전선, #경전선복선철도개통, #하동레일바이크, #남도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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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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