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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1만 원 대구운동본부가 지난 6월 28일 오후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최저임금1만 원 대구운동본부가 지난 6월 28일 오후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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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됐던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는 7월 4일부터 재개된다. 그렇다면 과연 2017년 최저임금은 어떻게 될까?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지난 6월 29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경영계의 동결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금 최저임금이 시급 6030원, 주 40시간 기준으로 하면 월 126만 원 정도 됩니다. 물론 생활하기에 충분한 금액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그런데 이게 최저임금으로는 낮은 금액이라고 말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생활하기에 충분한 금액은 아니지만, 최저임금으로는 낮은 금액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오히려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들은 최저임금을 생계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사람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최저비용인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지급하는 비용이 노동자의 생계에 충분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노동자가 생존할 수 있거나, 다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는 이런 입장을 가진 사용자측 위원이 9명 있다. 당연히 동결을 주장한다. 우리 삶과 상관이 없다. 얼핏 중립적이라고 보이는 공익위원은 어떨까? 고용노동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다. 청와대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9명이다. 18 대 9의 싸움. 우리는 과연 이 싸움을 받아들여야 할까?

27명이 2천만 노동자 임금 결정... 말이 되나?

지난 6월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4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박준성 위원장(오른쪽 둘째) 등 위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4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박준성 위원장(오른쪽 둘째) 등 위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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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또 있다. 왜 27명이 2000만 노동자 전체에게 영향을 주는 최저임금을 결정할까? 흔히들 최저임금은 월급 126만 원을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 알바노동자들만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믿는 노동자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야근과 특근, 성과급을 통해 생계비에 필요한 소득을 얻는다.

기본급을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 근처이거나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다. 만약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인상돼 기본급이 209만 원이 된다면, 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고 보다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 월 소득 200만 원 미만 노동자 약 921만 명이 혜택을 받는다. 최저임금은 국민 삶의 문제인 것이다. 더구나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양극화가 심화된 한국사회에서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여러 당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런 국민적 사안을 고용노동부산하의 최저임금위원회 27명이 결정한다는 것은 대표성과 책임에서 큰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의 지급여력 문제다. 그것이 문제라면 이들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가 어려운 것을 항상 임금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뒤에는 더 큰 사회경제적 문제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 단가후려치기, 과도한 시장독점 등을 해결한다면 중소기업의 숨통이 트인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에게서 가져가는 약 40% 정도의 로얄티, 본사에서 제공하는 높은 가격의 원재료와 현금거래강요 등도 중요한 문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신조어에서 보듯이 건물주의 횡포도 문제다. 장사가 잘되면 임대료를 올리거나, 건물주가 직접 장사를 해버린다. 장사가 안 되면 임대료를 견딜 수 없어 쫓겨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법 외에도 대기업과 건물주들의 횡포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패키지로 제출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 1만 원법과 패키지로 묶어서 국회에 관련 법안이 동시에 제출되어야 하는 이유다.

총선 때 '최저임금 1만 원' 외친 의원님들?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며 5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알바노조 박정훈 위원장이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며 5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알바노조 박정훈 위원장이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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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가 지난 6월 16일부터 국회 앞에 자리를 펴고 단식을 시작한 것도 최저임금위원회의 비합리적인 결정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다. 결정구조방식을 바꾸지 않고 최저임금 1만 원을 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운동장이 기울어졌다면, 고쳐야지 열심히 뛰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이렇게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국민의 표를 받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 때문이다. 총선 때 뱉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지켜라. 최저임금 인상은 야당만 주장한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도 주장했다.

최근 3년 최저임금 평균인상률인 7.46%를 적용하면 2017년 예상 최저임금은 6480원. 450원 인상이다. 경영계가 동결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450원 인상도 어쩌면 김칫국을 마시는 일일지도 모른다.

국회의원들도 잘 알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한다면 450원 인상도 어렵다는 것을. 한 발, 아니 두 발 물러나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을 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매년 평균 13.5%씩 올려야 한다. 올해 최소한 7000원 가까이 올리지 않으면 20대 국회 개원하자마자 주요 공약을 내팽개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제안할 수밖에 없다. 지난 3년의 경우처럼, 겨우 400원 인상할 것이면 최저임금위원회가 2017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안 된다. 오는 8월 5일이 법적 최저임금 고시일이라고 한다. 2017년 최저임금이라면, 올해 안에만 정하면 된다.

또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달 28일까지였던 법정시한을 넘겨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다수 언론이 파행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파행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답이 정해져있는 파행이기 때문에 문제다. 갈등을 통해 새로운 해결책과 희망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7월 안에 공익위원이 정해버리는 결과가 뻔히 보이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은 토론과 격론이 필요하다. 하반기 내내 토론하자.

알바노동자들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국회 바로 앞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책임지겠다고 목청을 높였던 국회의원들의 목에 밥알이 잘 넘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우리는 7월 3일~7월 4일, 1박2일 동안 국회를 포위한다. 단식을 하고 있는 알바노동자들의 건강을 살피고 응원하기 위해, 모든 국민의 삶이 달려있는 최저임금을 구하기 위해 모인다. 최저임금,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다.

알바노조는 7월 3일 국회를 포위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다음날 7월 4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전개날에 맞춰, 최저임금 결정구조 방식을 바꾸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 7월 3일과 알바들의 국회포위 알바노조는 7월 3일 국회를 포위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다음날 7월 4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전개날에 맞춰, 최저임금 결정구조 방식을 바꾸라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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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정훈기자는 알바노조위원장이다. 박정훈 알바노조위원장은 단식11일째인 6월 26일 쓰러져 녹색병원으로 옮겨졌고 지금은 퇴원하여 투쟁을 이어가고있습니다. 이가현, 우람 조합원은 7월 1일 현재 15일째, 용윤신 사무국장은 4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태그:#알바노조, #박정훈, #알바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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