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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있다는 희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때가 왔다. 짧은 기간이지만 여름휴가 때 떠나는 자전거여행. 도시에서 늘 피해 다니던 햇볕과 열기를 온몸으로 받고, 자동차와 우산이 막아주던 장대비에 흠뻑 젖기도 한다. 부러 떠나는 고행 길처럼 보이지만, 어디서 샘 솟는지 알 수 없는 기쁨과 충만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혹시 천국을 믿지 않거나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여름날 자전거 라이딩 후 샤워를 해보길. 자전거 여행의 큰 미덕은 행복·희열·천국을 아주 간단하고 길게 느끼게 해주는 데 있다. 자전거는 심지어 익숙한 곳이 낯선 곳으로 변하는 매력까지 품고 있다. 하다못해 자동차들이 지나는 차도 위를 페달을 밟아 자전거로 달리면 전혀 다른 길이 된다.  

책 표지
 책 표지
ⓒ 중앙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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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휴가 때 떠날 자전거 여행길을 찾다가 그 스스로도 여행을 즐기는 능숙한 여행 가이드 같은 책을 발견했다. <죽기 전에 꼭 달려봐야 할 아름다운 자전거길 50>, 올 6월 1일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라 새로운 자전거 여행지가 많이 소개돼 좋았다.

<자전거여행 바이블>과 <우리나라 자연휴양림 바이블>을 썼던 저자가 엄선한, 보기만 해도 설레고 다리에 불끈 힘이 솟는 자전거 여행길 50곳이 나온다. 사랑과 여행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설렘이 아닐까 싶다. 여행의 시작은 설렘에서 시작된다. 설렘이 없다면 우리는 떠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퇴근삼아 자전거를 타면서 용기를 내 떠났던 첫 자전거여행지는 섬진강이었다. 섬진강 하동으로 이사 간 친구를 만나러 떠났는데, 실은 우연히 사진으로 본 섬진강변 풍경이 날 이끌었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지만 그때의 자전거여행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강변에서 바라봤던 흐드러진 강물과 고목 느티나무 아래 정자가 있는 강변 마을 풍경이 어제 일마냥 선명하게 떠오른다.

보기 드문 자전거 여행길이 많은 가이드북  

경치가 좋고 비경을 간직한 산, 들, 바다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관리·보호받고 있다. 그곳에도 자전거로 돌아보고 싶은 아름다운 탐방로가 많이 있지만 대부분의 국립공원 탐방로에는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다. 아무래도 관광객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 때문인지 이제껏 그래왔다. 그러나 덕유산국립공원만큼은 예외다.


자전거로 달릴 수 있는 물길·산길·도심길이 나오는데, 저자가 보석같이 아껴뒀던 코스들 중에서도 멋진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코스들이란다. 한 번 가보고 나서 다시 생각나지 않는 코스가 아니라, 동해안 해안길 같이 세월이 흐르고 계절이 변해도 언제든 다시 달려보고 싶은 여정이 있는 길이다.

이 책은 자전거 애호가들이 이미 많이 다녀온 길은 담지 않았다. 낙동강 자전거길, 금강 자전거길, 영산강 자전거길 등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 길도 없고, 자전거 여행의 필수코스 제주도 해안길과 섬진강변길, 북한강변길도 뺐다.

대신 최근에 생겨나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동해안 해안길(영덕~울진, 삼척~속초~고성)과 1004개나 되는 섬이 있다는 전남 신안군의 섬(도초도, 비금도, 증도 등) 길이 호기심을 끌었다. 이번 여름휴가 때 가고픈 곳이 생겼다.

자전거여행시 지참하면 좋은 가이드북.
 자전거여행시 지참하면 좋은 가이드북.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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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자전거 여행은 해 떨어지기 전에 목적지까지 도착해야 하는 종주여행보단, 그곳에 숨겨진 볼거리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여행에 가깝다. 코스마다 지도·교통편·보급(맛집) 등이 상세하게 나오고, 특히 우리나라 지형 상 웬만한 코스엔 꼭 있는 업힐(언덕길)이 수치까지 잘 나와 있는 고도표가 유용하다.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함백산 길, '치유의 숲'이란 별칭이 붙은 피톤치드 가득한 편백나무 숲길을 달리는 장성 축령산 순환길, 바람과 함께 하늘 억새길을 달리는 간월재 순환코스 등 보기 드문 길이 많다.

특히 자전거로는 금단의 땅인 국립공원 중 유일하게 자전거 탐방로를 운영하는 덕유산 국립공원 정보는 특별했다. 더구나 도미토리 형태의 숙박시설 바이크텔(1인 1만1000원)까지 갖추고 있다니 도저히 안 가볼 수가 없겠다.

좋은 가이드북도 챙겼겠다, 이제 신나게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일만 남았다. 그저 자전거에 몸을 싣고, 바람에 나를 맡긴 채 페달을 구르고 또 굴려보는 거다.

덧붙이는 글 | 이준휘 (지은이)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06-01



아름다운 자전거길 50 - 죽기 전에 꼭 달려봐야 할

이준휘 지음, 중앙books(중앙북스)(2016)


태그:#아름다운자전거길, #자전거여행, #이준휘, #덕유산국립공원, #여름휴가 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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