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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는 보건의료체계의 왜곡과 주치의제도 부재가 핵심원인이었다. 특히 최초접촉 진료를 주치의가 아닌 의사가  치료한 게 큰 문제였다.(관련사진은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2014))
 메르스 사태는 보건의료체계의 왜곡과 주치의제도 부재가 핵심원인이었다. 특히 최초접촉 진료를 주치의가 아닌 의사가 치료한 게 큰 문제였다.(관련사진은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2014))
ⓒ 영화 '두근두근내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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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세월호 사건(2014.4.16)이 터졌을 때, 마치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자인 유병언 개인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다루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 되어간다는 생각을 했었다.

일본에서 폐선 처리를 앞둔 배를 들여와 운행시키다니. 자존심 상한 것을 접어 두더라도 우리 국민이 그런 배를 타도록 허락한 국가의 기업 봐주기 정책, 그리고 불법 개조를 방임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담당부처의 안전불감증은 어떻게 할 것인가?

주치의제도란
주치의는 개인이나 가정을 대상으로 최초접촉 진료를 수행하는 일차의료 전문의(일차의료 의사)이다. 북미대륙에서는 대체로 가정의학 전문의(family physician; 가정의), 유럽에서는 일반의학 전문의(general practitioner; GP)로 호칭하기도 한다. 신체의 특정 장기나 질병만을 전공하며, 주로 병원에 종사하는 자문의(단과전문의)와 분명하게 구별된다. 대부분은 지역사회의 일차의료기관(의원)에 종사하며, 지역사회 일차보건의료 팀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주치의제도란, 일차의료 전문의(주치의)가 자신을 선택한 주민(환자)의 명부를 활용함으로써 지속적인 의사-환자 관계 속에서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일컫는다.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이 같은 명부를 활용하여 환자들을 질병별로 쉽게 구분해 냄으로써 주치의가 만성질환 관리를 효과적으로 행하고 있다.…주치의제도가 잘 정착된 나라들로는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페인, 뉴질랜드 등이 있고, 지난 10년 동안에 도입되어 과도기에 있는 국가들로는 스웨덴,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이 있다.
-출처 "온 국민이 주치의 두는 세상, 어렵지 않아요!"(이재호, 프레시안 기고문)
그 다음 해에도 국가재난이 발생하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었다. 선진국들의 경우 메르스 환자가 유입되더라도 1~5인 정도 소수 감염자에 그치고 말았는데, 우리나라는 원산지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확산하여 환자 185명, 사망자 38명을 기록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수 개월 간의 공황상태와 경제침체를 경험했다.

국내에서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것보다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재발 방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메르스 사태의 원인은 공공의료 취약 등 보건의료체계의 왜곡, 특히 주치의제도 부재 속에서 최초접촉 진료가 주치의가 아닌 의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대한민국에서 첫 번째 환자의 부실 진료가 가장 핵심 원인이었다.

지구상에 민영 병원 비중이 90% 이상인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또 있던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미 정착했거나 도입 중인 주치의제도가 대한민국에 왜 없어야 하나? 그런데도 국가 대책은 참 안일하다.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복지부장관, 질병관리본부장 등을 질병 전문의로 교체하는 보여주기식 인사 개편이 전부였다.

더구나 원격의료 전문가를 복지부장관으로 임명하다니, 주치의제도 없이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의료체계 왜곡은 더 심각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에서 제 2의 메르스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보건의료체계 개혁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추진되어야 하는데, 하나는 공공병원 확충, 병원 지불제도 개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주치의제도 도입을 통한 일차의료 강화이다.

이 두 측면 중 하나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므로 함께 추구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보건의료 공공성 강화를 먼저 시도하려 한다면 충분하면서 지속적인 재원 확보가 관건이므로 단기간에 달성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 재원을 조세로 할 것인지 보험료로 할 것인지, 조세로 한다면 얼마나 어떤 명목으로 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므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주치의제도 도입은 정치 지도자의 의지만 있으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국민과 의사 모두에게 부담을 지웠던 1990년대 방식이 아니라 세계적인 동향을 고려하여 우리 현실에 알맞게 제도를 설계한다면, 별도의 큰 재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센티브에 의한 단계적 방식을 채택한다면 불필요한 반발이나 저항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주치의제도는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치의제도 도입으로 합리적인 의료이용이 가능해질 때, 이 같은 효율화를 통한 비용절감 분을 공공의료 인프라 구축에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주치의제도 도입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개혁에 최우선 순위로 설정해야 한다.

한편 전 지구적으로 증가하는 노인인구 비감염성 질환에 대해서 선진국들은 자국의 고유한 여건에 맞게 일차의료 강화를 주요 보건의료 정책으로 채택해왔다.

이미 주치의제도가 정착되어 있는 국가들은 주로 일차의료 서비스의 질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그렇지 않았던 국가들도 다학제(총체적인 학문 영역간 협력활동) 팀 활용과 지불제도 개편을 통해서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음을 참고해야 한다.

이제 19대 대선일(2017.12.20)까지 약 1년 6개월 남았다. 보건의료의 문제는 아파서 환자가 된 개인들만 경험하게 되어 체계적 문제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보건의료 개혁에 대해서는 여론 형성과 사회적 의제화가 좀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많은 정치인들이 사회과학적 진실보다는 여론에 매달리다 보니 보건의료 개혁에 능동적이거나 적극적이지 않은 경향이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개혁 과제 중 가장 핵심적인 정책인 주치의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선에서 유력 후보들이 주치의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 수 있도록,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범국민 운동을 함께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덧붙이는 글 | 이재호 기자는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입니다.



태그:#보건의료개혁, #주치의제도, #일차의료,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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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이면에는 부끄럽고 부당한 일들이 많습니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조장하여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세상에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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