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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상근부회장직에 고위공무원 내정했다가 철회

인천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천상공회의소(이하 인천상의)가 인천시의 '갑질' 인사 파문으로 사실상 만신창이가 됐다. 조직의 권위가 대외적으로 실추됐고, 인천상의 내부에서는 '인천에서 상공회의소의위상이 고작 이것밖에 안 되냐?'는 자괴감 섞인 비판이 확산됐다.

상공회의소는 국내 경제단체 중 유일한 법정 단체로 상공회의소법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상공회의소의 주된 업무는 대정부 정책 건의와 주요 경제 현안·업계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 국제통상 지원, 경영 지원, 인력개발, 국가기술자격 검정, 지식재산 지원 등이다.

인천상의는 구한말 외국 자본 세력의 진출에 자극받은 인천의 민족자본세력이 주축이 돼 국내 상권 수호를 위해 1885년 설립한 인천 객주회(客主會)에서 비롯했다. 객주회는 인천항 조선인 상업 회의소를 거쳐 지금의 인천상의에 이르렀다.

그런데 시가 인천상의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인천상의 상근부회장을 내정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인천상의 내부는 인천상의를 대하는 시의 모습에 매우 격앙된 분위기다.

지난 2월 인천상의 정기총회를 앞두고 시 고위공무원이 상근부회장에 내정돼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인천상의 내 불만이 고조됐다. 상근부회장 선임이 시 인사와 연동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컸다.

유정복 시장이 지방이사관(=2급) 자리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을 개방형으로 전환한 뒤 외부 인사를 임명하면서 시 2급 공무원이 갈수 있는 자리가 한 자리 줄었고, 그러자 대신할 자리로 인천상의 상근부회장직이 부각했다.

하지만 인천상의 동의 없이 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자, 인천상의 내부에서 반발이 거셌다. 결국 시가 철회하면서 일단락됐다. 그 뒤 약 4개월이 지나 시가 다시 이부현 전 인천시 남동구 부구청장을 상근부회장으로 내정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시가 낙하산 인사를 강하게 밀어붙이자, 인천상의는 별수 없이 27일 임시 의원총회를 열어 이부현 전 남동구 부구청장을 상근부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인천상의지부는 "도를 지나친 낙하산 인사"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반발했다. 인천상의지부는 "유정복 시장의 고교 동기동창을 위한 퇴직공무원 자리 챙기기"라고 비판했다.

또한 "상의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민간단체이며 정치적으로도 독립을 유지하게 상공회의소법에 규정하고 있다. 시는 도를 넘어선 '갑질'에 대해 사과하고, 향후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상의 내부에 '관피아' 대신 전문경영인 요구 높아

이부현 전 남동구 부구청장은 인천상의가 27일 임시 의원총회를 열어 임명동의 절차를 마무리하면 7월 1일 취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가 이 결정을 번복함으로써 이 전 부구청장도 난처하게 됐고, 임시총회 개최를 준비했던 인천상의도 우습게 됐다.

시가 결정을 철회한 것은 '관피아 낙하산'에 대한 비판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인천상의 내부 반발이 거센 데다 최근 인천교통공사에서 관피아 출신들의 '친인척 특혜채용 의혹'과 '입찰 특혜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관피아 낙하산'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시가 갑자기 내정을 철회하자, 임시총회 날짜까지 잡아둔 인천상의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관피아'가 부담이었다면, 진작 철회해야 했는데 총회 날짜까지 잡은 상태에서 뒤늦게 철회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을 안 할 뿐 전반적으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시의 오락가락 '갑질' 인사에 인천상의는 조직 권위 실추에 경영 공백까지 겹치게 됐다. 시가 상근부회장을 내정하자, 정병일 인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난 17일 사표를 낸 후 출근하지 않고 있다. 상근부회장은 비상근인 회장을 보좌하며 사실상 상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라, 공백이 크다.

인천상의 관계자는 "상의의 역할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의 국제통상 업무와 경영, 특허개발을 지원하고,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안하며, 기업의 애로사항을 수렴해 정부와 시, 정치권에 전달하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시와 협력할 일이 많다. 그렇더라도 도를 넘어선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적당한 긴장과 협력을 유지할 때 훨씬 생산적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인천상의도 경총처럼 기업을 경영한 전문 경영인이 상근부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경영인이 독립성과 자율성, 임기를 보장 받고 인천상의를 경영하는 게 인천의 기업과 인천의 경제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며 "인천상의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시, #유정복, #인천상공회의소, #관피아 , #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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