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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고양이 수염이 귀여운 타마덴의 모습! 고양이의 숨결이... ⓒ 서규호
일본은 정말 열차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와카야마현(和歌山県)에 위치한 와카야마전철(和歌山電鉄) 키시가와선(貴志川線)의 고양이 열차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JR와카야마역 지하통로 한구석 9번 승강장에 위치한 와카야마전철 플랫폼 입구에는 고양이 역장인 타마역장이 캐릭터화 되어 액자에 걸려 있습니다. 와카야마역에서 키시역(貴志駅)까지 이어지는 14.3Km 30여 분간의 짧은 여행이지만 고양이 역장을 만난다는 설렘이 커져만 갑니다. 1일 자유 승차권을 구입하는데 역무원이 오늘 날짜 부분을 긁어 표시합니다. 자유승차권으로 하루 종일 키시가와선 승하차가 가능합니다. 요금은 대인기준 780엔입니다.

이 노선에 3개의 테마 열차가 운행됩니다. 오늘은 2개의 테마 열차를 소개합니다. 처음 만난 열차인 와카야마역에서 키시역까지 운행한 오모차덴사(おもちゃ電車)는 외관의 빨간색 도색이 인상적입니다.
오모차열차 내부. 가챠머신이 동심을 자극합니다. ⓒ 서규호
오모차는 일본어로 장난감이란 뜻으로 장난감 열차입니다. 차량 내부로 들어가면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할 만한 '중사케로로', '아톰' 등 장난감들이 전시되어 있고, 가챠머신이란 캡슐 완구 뽑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르는 기대감으로 아이들이 즐거워 합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아버지인 제가 봐도 우리 아이들과 다시 와 타고 싶은 열차입니다.

열차가 30여 분의 여행을 마치면 종착역인 키시역에 도착합니다. 슈퍼 고양이 역장이 근무하는 키시역의 타마역장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드리면, 키시역은 키시가와선의 종착역으로 이전에는 역무원도 없었던 무인역이고 타마는 역사 한쪽에 있던 매점에서 기르던 고양이였습니다.

이 노선은 인구 감소로 인해 난카이전기철도(南海電気鉄道)회사가 폐선을 고려하였으나 와카야마전철이 인수해 운영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방의 인구 감소로 철도 노선은 최대 위기에 빠집니다. 그 당시 키시역 창고에서 1999년에 태어난 고양이를 매점 아주머니가 사장님에게 부탁해 역 안에서 키우자고 건의하였는데 사장님이 고양이 타마와 눈이 마주치자 이왕 키울거면 아예 역장으로 임명하여 홍보를 하자고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리하여 '슈퍼역장 타마'가 탄생하고 종착역인 키시역도 리모델링하여 고양이 모양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노송껍질로 리모델링한 이 키시역은 정면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고양이 모습입니다.
고양이 역장님이 근무하는 키시역. 타마 역장이 근무하는 키시역의 외관. ⓒ 서규호
키시역 한쪽에 위치한 타마까페. ⓒ 서규호
2015년 6월 22일 사망한 삼색의 고양이 타마는 일본 내에서도 동물역장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기준으로 하면 80세 정도라 하니 장수를 하긴 했습니다만 역시 자연의 순리인 죽음을 거역할 순 없었습니다. 타마 역장의 장례식 때 전국에서 3천 명이 넘는 조문객이 이 곳 키시역에 찾아왔습니다. 지금도 타마역 구내에는 타마 역장의 박제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초대역장인 타마의 뒤를 이어 새롭게 타마2세가 취임을 했습니다. 역 구내에는 타마 박물관 그리고 카페가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플랫폼에는 고양이를 모신 네코신사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키시역은 고양이 천국이죠.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와카야마전철의 부흥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 초대역장인 타마역장이었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로 120억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해 낸다고 하니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창조경제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 관광지도 없는 이 지역에 이 고양이 역장을 만나러 전국에서 열차 여행을 하러 옵니다. 심지어 저처럼 외국에서도 찾아 옵니다. 하지만 고양이 역장도 근무하는 날과 휴무일이 있으니 미리 알고 가세요. 고양이 역장도 주5일 근무랍니다. 연봉은 1년치 사료라고 하니 재미 있습니다.

아이디어 하나가 노선을 살린 케이스, 생활 밀착형 노선인 키시가와선은 학생들의 통학과 와카야마시로 가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전차입니다. 타마역에 내려 잠시 둘러보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타마덴샤를 탑니다.
타마덴 내부 열차의 고양이 그림. ⓒ 서규호
열차 정보

- 니타마 근무일 :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근무. 수,목 휴무, 10:00~16:00

http://www.wakayama-dentetsu.co.jp/
타마덴샤는 와카야마역으로 이동할 때 이용하였는데 타마역장의 삼색무늬를 이용한 디자인으로 열차 정면에는 고양이 털 6개를 그려 넣어 고양이를 정면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외관에는 101마리의 타마역장이 그려져 있습니다. 열차 안은 슈퍼 고양이 역장 타마와 관련된 것들이 전시되어 있고 작은 도서관에는 고양이에 관한 만화책이 비치되어 있어 열차 여행 중 잠시 독서도 가능합니다. 또한 키시역 주변의 특산물인 딸기를 모티브로 만든 이치고덴사(いちご電車)도 타보세요.

이제는 타마역장의 후임인 니타마가 기다리는 타마덴을 타러 와카야마로 가보시지 않으시렵니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타마덴, #고양이역장, #타마역장, #니타마, #와카야마고양이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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