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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P조선 사천조선소 작업장이 예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다.
 ▲ SPP조선 사천조선소 작업장이 예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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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흐린 하늘에 비가 내린 SPP조선 사천조선소 안에는 예전처럼 작업자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각 조선소 인근에 있는 편의점 앞에는 SPP조선 직원들이 삼삼오오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직원은 "매각이 실패한 후에 회사가 어떻게 될지 좀처럼 방향을 알 수 없다"며 "불안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 한마디로 근로의욕 상실"이라고 말했다.

같이 있던 다른 직원은 "회사 안에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한데 아마 7월 둘째 주 정도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SPP조선 채권단은 올해 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삼라마이더스(SM) 그룹을 선정한 후 매각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본계약을 앞두고 가격협상이 결렬돼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그러자 채권단은 구조조정 후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뜻을 밝혔다. 수주 잔량이 12척인 상황에서 인력을 줄여도 남은 일감을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구조조정 인력은 최대 200명 정도로 알려졌다. 현재 SPP조선의 직원 수는 580명이다.

지난 2010년 채권단의 관리가 시작된 후 구조조정으로 절반 이상 인력이 줄었는데 또 줄인다는 소식에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본사 소속 한 직원은 "지난해 우리 회사는 국내 중소형 조선소 중에서 유일하게 500억 원이 넘는 흑자를 냈다"며 "왜 우리가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푸념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조금씩 조선소를 떠나고 있다. 한 협력업체 사무실의 화이트보드에는 취부, 용접, 의장 등 부설별로 퇴사 인원수가 빨간 글씨로 적혀 있었다.

용현면에 사는 협력업체 직원은 "삼천포에서 출발해 오는 통근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예전에는 버스를 타면 7~8명 정도가 앉아 있었는데 요즘은 2명밖에 없다"고 말했다.

SPP조선과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통근버스를 운행 중인 영진고속관광의 운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45인승 버스를 많을 때는 40명 정도의 직원들이 이용했는데 오늘은 25명이 버스를 탔다"고 말했다.

그는 "1주일에 2~3명씩 안 보인다, 버스 안 분위기도 예전과 달리 조용하고 침울하다"고 전했다.

이런 SPP조선의 분위기는 조선소 밖으로 이어지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SPP조선 직원들로 항상 북적였던 사주리의 한 식당은 월요일인데도 빈자리가 더 많았다.

한 김치찌개 식당 주인은 "조선소 직원들이 조금씩 줄고 있고 덩달아 매출도 떨어지고 있다"며 "SM에 매각이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직원은 "5월부터는 회식이 거의 사라졌다"며 "퇴근 후에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SPP조선은 추가 수주물량이 없어 조만간 선박 건조 공정 단계 가운데 첫 단계인 절단작업 일감이 사라진다. 7월 말이나 8월께는 조립 단계가 끝난다. 이어 10월께 탑재 공정이 끝나면  '도크 아웃' 상태가 되고 협력업체 직원들은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SPP조선, #사천,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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