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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본류에서 사라진 큰빗이끼벌레가 유구천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견되고 있다.
 금강 본류에서 사라진 큰빗이끼벌레가 유구천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견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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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본류에서 사라진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가 유구천에서 발견되었다. 물속을 드나들며 1km 구간에서 확인한 마릿수만 1600마리 정도다. 물속 나무에서는 2m 80cm크기의 이끼벌레도 확인됐다.

4대강 사업으로 흐름이 사라진 지난 2014년 금강에서 첫 존재를 드러낸 이끼벌레는 지난해까지 창궐하였다. 그러나 올해 지류 하천 합수부 지점에서 일부 발견되고 본류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따금 본류에서 확인되는 군체도 주먹 크기 정도로 작다.

장마를 앞두고 한낮 기온이 27도까지 치솟는 등 후덥지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금강에서 사라진 이끼벌레를 찾기 위해, 22일 오전 6시 불볕더위를 피해 충남 공주시 우성면 유구천을 찾았다.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까지 도수로 공사를 하느라 2차선 도로는 울퉁불퉁 자갈이 나뒹군다.

통천포로 불리는 다리 밑엔 1.5m 크기의 콘크리트보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은 버드나무와 정수 수초인 부들, 미나리, 창포, 침수 수초인 마름, 물수세미, 뗏장이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물가에 다가서자 뗏장에 매달린 축구공 크기의 이끼벌레가 눈에 들어온다(관련 기사: 썩은 4대강, 이제 큰빗이끼벌레도 못 산다).

이끼벌레를 뿌려 놓은 듯 주렁주렁, 2m 80cm까지 발견

물속 나무에서는 2m 80cm크기의 이끼벌레가 서식하는 건너편에 낚시꾼들이 자리 잡고 있다.
 물속 나무에서는 2m 80cm크기의 이끼벌레가 서식하는 건너편에 낚시꾼들이 자리 잡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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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강바닥엔 해삼을 뿌려놓은 듯 이끼벌레가 바닥의 자갈, 바위, 나뭇가지, 수초에 널브러져 있다. 뗏장 수초를 잡아당기자 감자가 매달려오듯 이끼벌레가 주렁주렁 딸려온다. 버려진 비료 자루 양면에 매달린 이끼벌레는 쌀자루처럼 배불러 있다. 물 밖으로 꺼낸 자루의 무게만 40kg 정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우두둑~" 하면서 이끼벌레가 바닥에 떨어진다.

아이스크림 크기부터 거대한 수박 두 개를 붙여 놓은 듯한 형태까지. 이불 보따리를 돌돌 말아 놓은 듯한 크기까지, 크기도 크기지만 마릿수도 엄청나다. 한 마리 두 마리... 1km 정도 주변에서 확인한 마릿수만 1600마리가 훌쩍 넘는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 이끼벌레라 할 정도다.

"까악-까악-까악..."

암반으로 직벽을 이룬 건너편으로 발길을 돌렸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까마귀가 울어댄다. 물가에 다가가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카메라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이끼벌레가 물속 나무에 매달려 있다. 물속으로 들어가 줄자로 확인한 길이만 2m 80cm 정도다. 아래까지 다닥다닥 매달려 있다.

지난해까지 금강에서 창궐하듯 발생한 이끼벌레가 낚시꾼과 새, 물고기에 붙어서 지류 하천까지 타고 오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금강 물을 끌어서 농사를 짓는 서천군의 한 농수로에서 이끼벌레가 확인되면서 언론의 타깃이 되기도 하였다. 

큰빗이끼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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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술

인근에서 만난 낚시꾼은 "그동안 금강에서 낚시했는데 물고기도 안 나오고 냄새가 나서 유구천을 찾고 있다"면서 "예전엔 (이끼벌레) 저놈이 없었는데 지난해부터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다, 저놈이 있는 곳에서는 물고기도 안 나온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막히면서 녹조가 창궐하고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다"면서 "비단처럼 흐르던 금강에서 보지도 못하던 낯선 이끼벌레까지 득시글하더니 이제는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점령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4급수로 전락한 금강에서 사라진 이끼벌레가 하천 상류까지 타고 오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4대강 수문에 자물쇠를 채우듯 굳게 닫아 버렸다"며 "지금이라도 강의 수문을 열어서 숨통부터 터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건설 중인 (공주→예당) 도수로를 통해 실지렁이와 깔따구까지 이곳을 점령해 버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주시 유구읍은 수질등급 1급수로 읍민들의 식수를 취수하는 상수원보호구역이다. 하류 지역인 신풍면과 사곡면, 우성면에서도 2~3급수를 자랑하는 유구천은 상대적으로 맑은 물과 주변 경치로 인해 낚시꾼들이 자리다툼을 벌이는 곳이다.

이날 이끼벌레가 확인된 장소는 우성면 옥성교, 동대교, 안양교, 통천교, 사곡면 국제교 등이었다.

큰빗이끼벌레는 1mm 미만 개충으로 물이 갇혀 있는 댐이나 저수지에서 서식한다(1~2급수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첫 번째 개충은 유성생식으로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서 만들어진다. 수온이 12도 정도 오르면 첫 번째 개충이 (무성생식의 한 가지인) 출아법에 의해 군체를 형성한다. 수온이 떨어지는 겨울 군체가 와해하여 휴면아(휴지아)가 바닥에 가라앉거나 물 위에 떠다니며 월동을 한다. 큰빗이끼벌레는 추위와 염분에도 죽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태그:#큰빗이끼벌레,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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