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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12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서울역 대합실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회견 내용을 듣기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DMB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지난해 1월 12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서울역 대합실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회견 내용을 듣기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DMB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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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TV 봐도 수신료 부과 검토? 사실무근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20일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IT 기기에도 수신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헤럴드경제> 보도에 정면 반박했다. KBS 수신료 인상안 제출에 앞서 지난달부터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영방송재정연구회를 운영한 건 맞지만 모바일 IT 기기에 수신료를 부과하는 방안은 전혀 논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관련기사: <헤럴드경제> 모바일IT 기기에도 수신료 검토)

과연 방통위와 헤럴드경제 어느 쪽 얘기가 사실일까? 우리나라도 이른바 '스마트폰 수신료' 도입이 가능한지 <오마이팩트>에서 짚어봤다.

모바일로 TV 봐도 수신료 부과? KBS가 3년 전 꼬리 내린 까닭

이같은 논쟁이 처음 불거진 건 3년 전이다. KBS는 지난 2013년 12월 방통위에 수신료 인상안을 제출하면서 수신료 부과 대상을 기존 'TV 수상기'에서 'TV 수신 튜너'가 달린 컴퓨터를 비롯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수신기기'로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의 반발을 계기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장기적 제안일 뿐 당장 부과하자는 건 아니다"라며 바로 꼬리를 내렸다.(관련기사: '스마트폰도 수신료' 제안했던 KBS "그건 빼주세요")

KBS는 당시 수신료를 월 4000원으로 1500원 인상하는 안을 방통위를 거쳐 제출했지만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그런데 20대 국회에 재도전을 준비하면서 또다시 '스마트폰 수신료' 얘기가 고개를 든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달부터 해외 공영방송 제도 전문가와 미디어, 법률, 경영회계 분야 전문가 등 8명으로 구성된 공영방송재정연구회를 매달 운영하고 있다. 방통위는 "연구회에서는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재원구조 분석 및 수신료 산정 절차 등 해외 주요국 공영방송 수신료 제도와 비교 연구하여, 공영방송 재원 구조의 안정성 제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헤럴드경제>는 연구회 논의 내용에 '수신료 부과 대상(수상기의 범위) 관련 검토'도 포함돼 있다면서 "융합시대 방송 수신기 다양화 추세와 영국, 스웨덴 등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수신료 부과 대상 범위를 현재 컬러TV 수상기에서 TV 수신 카드가 장착된 컴퓨터, 스마트폰, 지상파 DMB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통위 방송정책국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연구회에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 IT 기기에 수신료를 부과하는 방안은 전혀 논의한 적 없다"면서 "KBS에서 수신료 인상안에 이같은 내용을 포함시켜 방통위에 제출하면 그때 가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상 필수 매체' 스마트폰이 TV 앞질러... TV 보유 가구도 감소 추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지난 4월 발표한 '2015년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 결과 가운데 매체별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시청 방식.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지난 4월 발표한 '2015년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 결과 가운데 매체별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시청 방식.
ⓒ KI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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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해명에도 KBS 수신료 인상안이 논의될 때마다 '스마트폰 수신료' 논란이 꼬리는 무는 건, 스마트폰 등장 이후 방송 시청 행태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어서다.

지난 4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5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서 스마트폰(46.4%)이 4년 만에 처음 TV(44.1%)를 제치고 '일상에서 필수적인 매체' 1위를 차지했다. 50~60대에서 여전히 TV가 앞섰지만 20~40대에서는 스마트폰이 50~60% 이상을 차지했다. 가구별 TV 보유율도 지난 2011년 97.5%에서 2015년 94.8%로 5년 사이 2.7%P 줄어든 반면, 개인 스마트폰 보유율은 27%에서 78.8%로 3배나 늘었다.

지상파TV 실시간 프로그램을 TV 수상기로 보는 시청자가 여전히 96.6%(중복응답)로 가장 많지만, 스마트폰도 10.1%를 차지했고 PC(5.1%), 지상파 DMB 2.3% 순이었다. 특히 VOD(주문형 비디오) 시청은 TV(6.7%)와 스마트폰(4.8%)이 큰 차이가 없었다. 

KBS로선 TV 수상기 보유 가구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해 수신료 부과 대상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실제 영국처럼 PC나 휴대폰까지 'TV 수신기기' 범주에 포함시킨 나라도 있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컬러TV의 경우 가구당 연간 145.5파운드(약 24만6천 원)를 수신료로 부과하는데, TV 수상기뿐 아니라 컴퓨터, 모바일 폰, 콘솔 게임기, DVD 레코더 등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모든 기기가 대상이다.

다만 영국은 지난 2010년 4월 이후 2017년 3월까지 수신료를 동결한 상태여서, 그사이 모바일 기기 시청량 증가를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스마트폰 이용이 활발한 미국이나 중국은 아예 공영방송 수신료를 받지 않고 있다.

KBS 수신료 납부 거부감에 '스마트폰도 부과' 꼼수

지난 2014년 5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모인 시민들이 수신료 거부 TV 버리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모인 시민들이 수신료 거부 TV 버리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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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 수신료'가 가능할까? 일단 TV 수상기를 어디까지 볼지가 관건이다. 방송법 제64조 제1항에서는 수신료 납부 의무자 범위를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수상기를 소지한 자'로 규정해 그동안 TV 수상기에만 수신료를 부과해 왔다. KBS는 수신료 부과 대상을 TV 수신 튜너를 장착한 PC(모니터)나 DMB를 시청할 수 있는 휴대폰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청자의 반발이 불보듯 뻔해 정부에 제도 변경을 주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지상파 DMB 수신기를 장착한 휴대폰 제조사에 '수신료'를 간접 부과하는 방안까지 나왔다. 지상파 DMB 업계는 최근 고화질(HD) DMB 사업을 추진하면서 스마트폰에 '수신제한시스템(CAS)'을 장착하는 대가로 제조사에 3천 원 정도의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또한 라이선스 비용이 스마트폰 가격에 반영되면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관련기사: <아시아경제> 폰 제조사, 지상파DMB에 돈낸다)

KBS는 '스마트폰 수신료'가 도입돼도 기존 'TV 수상기' 보유자가 추가로 수신료를 내는 건 아니라면서, 사실상 TV 수상기가 없다는 이유로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이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94년부터 수신료가 전기요금과 통합 부과돼 시청자들이 따로 '수상기 부재'를 신고해야만 수신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최근 PC나 모바일 시청이 늘면서 TV 수상기를 일부러 없애는 가구도 적지 않다. 여기에는 소유지배구조, 회계 투명성 등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

여전히 90%가 넘는 가구가 TV 수상기를 보유한 현실을 감안하면 KBS로선 '스마트폰 수신료 부과'보다는 '수신료 인상 거부감 극복'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태그:#KBS 수신료, #스마트폰 수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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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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