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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구매를 서둘렀다. 인종차별을 당한 이후 실행에 옮겼다. 당장의 안전이 위협받는다. 이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설렁설렁 보던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좀 더 열정적으로 본다.
호주에서 중고차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곳 사람들은 차를 오래 쓴다.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는 500불부터 가격이 시작한다.

"500불짜리는 거의 폐차 직전이에요."

셰어마스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렇게 싸게 나온 차는 거의 '굴러가기만' 하는 차라는 것. 차라리 돈을 들여서 더 좋은 것을 사란다. 기자가 가진 예산은 2000불. 이래저래 맞춰도 좋은 차를 타긴 힘들다. 그나마 좋은 점은 다양한 브랜드를 찾을 수 있다는 것. 홀덴(우리나라의 쉐보레), 도요타, 혼다 등등. 각국의 대표 브랜드들이 호주에는 모여 있다.

시트로엥을 제안받다

"일본차로 사."

사장은 다른 차보다 일본차를 사라고 말한다. 호주에서 가장 많이 타고 다니는 도요타를 추천했다.

"가장 많이 타고 다니고 부품도 많고. 청소하는 사람에게 연비나 유지비 낮은 게 중요하지."

이런 저런 조언을 들었다. 그리고 몇 가지 원칙을 세운다. 먼저 연비. 연비가 좋을수록 구매가치는 높아진다. 청소를 하게 되면 사이트 이동이 많아 차를 많이 타고 다닌다. 그러면 자연히 연비가 좋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수리. 수리가 빨리 되려면 부품을 많이 취급해야 한다. 이곳은 특히 일본차가 그러하다고. 마지막으로 안전. 최대한 믿고 탈 수 있어야 한다.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이상이 없어야 한다.

"내꺼 살래?"

친구가 연락이 왔다. 차를 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했다고. 그가 파는 차는 시트로엥. 유럽차다. 그는 곧 차를 바꾼다고 한다. 폭스바겐 폴로. 그가 바꿀 차다. 한국에서라면 못 몰았을 차.

"한국에서 차를 몰았겠냐. 이곳이니까 그나마 가능한거지."

차를 구경시켜주겠다며 나를 태우고 가던 그가 말했다. 호주는 이래나 저래나 기회의 땅이다.

시트로엥을 구경했다. 넓은 실내. 친구가 타던 거라는 것에서 믿음은 갔다. 다만 연비. 2000cc제품을 살 이유는 극히 적었다. 게다가 유럽차. 부품을 구하기도 나중에 처리하기도 어렵다. 시트로엥은 특히 잘 안나간다고.

차를 구매하다

"내꺼 살래?"

차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사장이 제안했다. 그가 말하는 차는 도요타 에코. 경차다.

"10만 킬로미터 쯤 탔어. 뒤에 시트 한 번 갈았고. 그 외에는 괜찮아."

평소 사장이 차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이 생각났다. 그는 차와 관련된 유튜브를 챙겨볼 정도로 마니아. 고민이 되던 차에 결정타를 날린다.

"나중에 갈 때 내가 되살게. 시세에 맞춰서."

바로 계약했다. 가격은 4000불. 일단 2000불을 치르고 나머지는 주급에서 빼는 걸로. 전혀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나중에 되파는 것도 골머리 썩을 일이 없다. 도요타 브랜드가 이곳에서는 1위의 자동차 회사다. 그만큼 부품조달도 수월하다.

차가 생기고 생활이 달라졌다

차를 받았다. 생활이 달라졌다. 매번 버스 시간에 허겁지겁 뛰어갈 필요도 없다. 은근한 두려움을 느끼며 거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 이젠 사이트를 돌며 출근하면 된다. 네비게이션은 따로 구매하지 않았다. 구글 맵이 충분히 그 역할을 해준다.

확실히 차가 있으니 편리하다. 1시간 이상 걸리던 출근 시간이 반으로 확 줄었으니까. 다만 맵을 보고 가는 건 익숙치 않다. 호주 교통법이 조금 다른 것도 운전의 방해요소다. 정말 천천히 조심해서 모는 수밖에 없다.

차 안에는 여권, 공증 면허증, 지갑을 넣어놨다. 이 세 개는 꼭 있어야 한다. 혹시라도 경찰에게 면허증을 보여줘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때는 여권, 공증 면허증, 한국 면허증이 꼭 필요하다고.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없으면 벌금이란다.

"이곳 벌금 굉장히 세다. 속도도 조심하고."

이곳에서 사람들이 교통법규를 지키는 이유 중 하나는 벌금 때문이라고 한다. 친구는 운전을 하게 됐다는 소식에 몇 가지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특히 '리버스'를 조심하라고 말한다.

"한국이랑은 운전석이나 진행방향이 다르니까 역주행하지 말고."

운전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더욱 조심해야겠다. 이제 차가 생겼다. 이사만이 남았다 

덧붙이는 글 | 스물일곱.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습니다. 앞으로 호주에서 지내며 겪는 일들을 연재식으로 풀어내려 합니다. 좀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풀어내고 싶습니다.



태그:#호주, #시드니, #중고차, #도요타,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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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전역한 따끈따끈한 언론고시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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