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공원
 공원
ⓒ 이상옥

관련사진보기


춤추지 않고서야 낯설다,
정주 도심 깊은 밤의 공원 광장
- 이상옥의 디카시 <밤의 무도>

한국에서는 산책을 즐겼는데, 중국 정주에 와서는 산책 코스를 발견하지 못해 아쉬웠다. 근데 숙소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가면 공원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낮에는 더워서 산책하기 힘들어 저녁 무렵엔 쉬엄쉬엄 공원까지 걸어가 공원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는 즐거움이 크다. 큰 공원은 아니지만 나무들과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서 좋다.

낮도 그렇지만 특히 밤의 공원은 흥겨운 춤과 노래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동식 소형 전축에서 흥겨운 가락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커플댄스를 추는 모습이 이방인에게는 정말 신기했다. 공원하면 조용히 산책하며 사색을 즐기는 곳으로 생각하지만, 이곳 공원의 밤은 떠들썩하다.

낮에도 정주 도심의 작은 공원은 노래와 춤으로 축제 분위기다
 낮에도 정주 도심의 작은 공원은 노래와 춤으로 축제 분위기다
ⓒ 이상옥

관련사진보기


역시 시원한 공원 나무 그늘에서 사람들이 운집한 가운데 누군가 앞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역시 시원한 공원 나무 그늘에서 사람들이 운집한 가운데 누군가 앞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이상옥

관련사진보기


중국에서 사교댄스는 한국에서와 같은 부정적인 개념이 아니다. 공개된 공원 광장, 그것도 야밤에 남녀가 커플로 춤을 추는 모습이 전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노인과 젊은 여성이 짝을 이뤄 춤을 추는 게 아름답게 보인다. 중국인들이 광장에서 즐기는 사교춤은 건강한 삶의 놀이문화로 잘 정착된 것 같다.

광장에서 즐기는 사교춤은 건강한 삶의 놀이문화

한국 같은 경우, 아직 춤문화는 카바레 같은 곳을 연상케 해 음지의 밤문화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다. 그런데, 중국의 광장 춤문화는 매우 건강한 놀이문화로 승화된 것으로 보인다. 공원 광장에서 춤추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춤은 인류 시원의 문화가 아닌가. 그것이 부정적으로 비치는 게 되레 이상하기도 하다. 꼭 같은 것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기가 되기도 하고, 흉기가 되기도 한다는 걸 새삼 생각해본다.

한국에서도 문화원 등 노인교육프로그램에서 사교댄스를 가르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직 생활문화로 정착되고 있진 못한 듯하다. 그냥 교육받을 당시, 교육을 위한 교육으로 그치는 것에 비해서 중국에서는 특히 노년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모택동도 춤을 즐겼다고 한다. 심지어 모택동의 중국 공산당은 장개석의 국민당 군에 쫓기는 전쟁의 와중에서도 춤추는 여유를 가졌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국가지도자부터 민중들까지 춤을 즐기는 낙천적인 민족, 과연 G2 글로벌 국가답다.

덧붙이는 글 |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태그:#디카시, #춤, #공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