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구조조정으로 (하청)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임금삭감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경남 거제시가 사용자측 요구만 받아들여 최저임금위원회에 실질적으로 임금이 깎일 수 있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건의해 노동계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거제시는 최근 최저임금위원장 앞으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건의' 공문을 보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일부터 내년도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심의를 시작했다. 6월 안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예정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6030원(월 126만원)이다.

거제시는 건의 공문에서 "조선업 불황으로 중앙부처와 경남도, 거제시 등에서 중소협력사를 찾아 간담회를 개최한 결과, 최저임금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건의사항) 검토를 요청하오니 처리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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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거제시청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건의'를 했다. 거제시의 건의대로할 경우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임금이 삭감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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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는 이 공문에서 "현행 최저임금은 1개월을 초과하여 지급하는 정근수당․근속수당․상여금,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지급하는 연장수당․야간수당․휴일수당 및 연차수당 등을 최저임금 항목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대부분 제조업은 제외항목이 월급여(연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을 크게 받고 있는 실정"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금구조가 단순한 노무형태(알바)와 다양한 제조업 등은 최저임금 산정 시 업종별․단계별 적용단가를 산정하여 차등적용"할 것과, "최저임금 산정시 상여금 등 제외항목 포함 검토"할 것을 건의했다. 거제시는 또 "단순 노무형태(알바)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하고 있어 중소업체 자금난으로 불만 가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노동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거제시의 건의대로 할 경우, 1개월 초과하여 지급하는 수당과 야간․특근 근무 등의 수당, 그리고 상여금도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이 받는 실제 최저임금은 현행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영자단체는 최저임금을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하자고 요구해 왔지만, 이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은 전국 모든 업종과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거제시가 이같은 건의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노동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금속법률원(법무법인 여는) 김태욱 변호사는 "최저임금을 산업별로 개별화 하자는 주장은 의미가 없고, 그동안 경영자단체측에서 하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렇게 할 경우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받는 업종도 있겠지만, 대부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은 상여금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 안 되고, 그렇게 하면 최저임금법 위반이다"라며 "상여금 등 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는 최저임금법 위반행위를 피해가려는 의도이고, 탈법적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영자측에서 그런 요구를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그런 건의를 해서 최저임금의 취지를 벗어나는 분위기를 조장했다는 것이 더 놀랍다"고 말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 이김춘택 위원은 "최저임금을 전국 단일 적용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대적으로 어려운 산업일수록 최저임금이 낮아지고, 노동자 힘이 조직화되어 있지 않으면 더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최저임금으로는 일상생활할 수 없는 수준이고 생계비에 턱없이 모자란다. 그나마 노동자들은 잔업과 특근을 해서 먹고 산다"며 "최근 거제지역 조선업체에서는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이 현실화 되고 있다. 거제시의 건의는 한 마디로 조선소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김재명 본부장은 "거제시 건의는 한 마디로 자치단체가 사용자 편만 드는 것으로 노동자들은 죽으라는 소리와 같다"며 "민주노총 차원으로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거제시 조선해양플랜트과 담당자는 "최근 조선업 협력사와 간담회를 가졌고, 그때 나온 사항을 정리해서 최저임금위원회에 건의했다"며 "건의 사항에 대해 노동단체의 입장을 듣지 않고 냈다"고 말했다. 그리고 "건의 철회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