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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오길
▲ 구의역 9-4 스크린 도어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오길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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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이나 근로기준법이 종이에 불과한 나라라는 사실이 구의역 사망 사고로 드러났습니다. 컵라면조차 먹을 시간이 없었던 19살 청년, 김아무개씨는 사고 당일 구의역에 도착해 수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또 출동 명령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을지로4가역에 고장이 났다고 말이지요.

JTBC는 김씨가 동료에게 "나 이제 막 구의역 도착했는데, 내가 갈까?"라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사고가 나면 1시간 안에 수리하러 가야 했으니까요.

요즘에는 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나 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일반 가정에 자주 드나듭니다. 컴퓨터, TV, 냉장고 등 전자 제품의 보수, 렌탈 정수기, 우체국 택배, 일반 택배까지 말이지요.

택배의 경우 문자로 배송 예정 날짜와 시간대를 알려줍니다. 아파트가 아닌 연립 주택에 사는 사람은 택배를 받아야 할 사람이 필요하기에 택배 기사에게 빨리 오라고 독촉 전화를 하기도 하지요.

저도 서비스 기사나 택배 담당자에게 여러 차례 독촉 전화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시간을 다투는 하청 업체 노동자들에게 목숨을 담보하고 서두르게 한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던 조급증을 반성합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일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 근로시간이 8시간 이상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법은 법에 불과할 뿐인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요.

하청업체들은 이윤을 목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합니다. 감당할 수 없이 밀려오는 업무를 분담하느라 노동자를 기계처럼 돌려댔을 겁니다.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구의역 19살 청년처럼 감당하기 버거운 과중한 업무를 그저 몸이 부서져라 감내하고 있었을 거고요.

50조(근로시간) ①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제54조(휴게) ①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②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분명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외부로 수리하러 다녔던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은 남의 나라 일처럼 먼 이야기였겠지요. 수리할 곳에 도착에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다음 업무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제부터 저라도 독촉 전화를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서비스업체는 철저한 예약제를 통한 적절한 업무 분담을 하고, 급한 수리가 요구되는 공공건물·대중교통 등의 경우 상주 보수 요원을 충원하고 나머지는 외주로 고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생명안전업무법'은 꼭 다시 만들어지도록 국회를 압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생명안전업무법'은 생명안전업무 관련 종사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설명한 내용을 인용합니다.

생명안전업무법 제5조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생명안전업무 사업주는 파견근로자,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를 사용하거나 도급을 줄 수 없고 생명안전업무 종사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생명안전업무'에는 철도사업과 도시철도사업, 그중에서도 '철도 차량 운행과 이용자의 안전에 필요한 신호시설‧설비를 유지‧관리하는 업무'가 포함돼 있다. 스크린도어도 '생명안전업무'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 (관련 기사 : 19세 청년 노동자의 사망, 이 법만 있었더라도…)

다시 한 번 구의역에서 희생당한 19살 청춘의 명복을 빕니다.


태그:#구의역 사고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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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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