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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지하철2호선 구의역에서 19세 청년노동자가 정비작업 중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했다. 1일 오전 7시에는 남양주시 전철 공사현장 붕괴 사고로 노동자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다.

정의당 이정미(비례) 국회의원은 남양주에서 사고가 발생한 날 인천을 방문했다. 오는 7월 30일 개통 예정인 인천도시철도2호선(이하 인천2호선)에서 지난 5월 21일 추돌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인천교통공사(이하 공사)를 방문해 노동조합 간부들과 간담회, 공사 사장ㆍ본부장들과 간담회, 관제실 방문 등을 진행했다. 이어서 남동구 운연동 차량기지를 방문해 안전사고 위험이 노출된 사안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정미(가운데) 국회의원이 이정호(왼쪽) 인천교통공사 사장과 지난 5월 21일 발생한 추돌사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김대영 공사노조 위원장.
 이정미(가운데) 국회의원이 이정호(왼쪽) 인천교통공사 사장과 지난 5월 21일 발생한 추돌사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김대영 공사노조 위원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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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노조 "인력과 예산 확보해 안전 우선시해야"

공사노조 간부들은 이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현장노동자의 안전문제와 시민 안전문제 모두 심각하다. 공사 사장은 인력을 줄여 경영효율화를 극대화하고 조기에 개통하려하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7월 30일로 예정된 개통을 우려했다.

김대영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은 지난 5월 21일 발생한 추돌사고를 축소하고 은폐하려한다. 보다 구조적인 문제는 인력 축소다. 효율화라는 미명 아래 인력을 줄이려하는데, 시민들이 안전하려면 예산을 확보해 인력을 충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공사는 지난 2월 인천2호선 운영인력을 368명으로 확정했다.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8월에 나온 정책연구 용역보고서에는 491명이었는데, 상당히 축소했다. 이는 부산과 대구의 경전철과 비교해봤을 때도 적은 수다. 이정미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를 보면, 부산4호선의 구간(KM) 당 인력은 22.4명, 대구3호선은 21.2명이다. 인천2호선은 12.6명으로 절반 수준이다.

최순양(노조 추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은 "3월 10일 인천1호선 예술회관역에서 청소를 하던 50대 노동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사망한 일이 있었다"라며 "공사 쪽은 유족 보상이나 안전대책에 미온적이다, A자형 사다리에서 작업하다 사망했다, A자형 사다리 사용금지명령을 내려야하는데 제대로 지시하지 않아 지금도 청소노동자들이 A자형 사다리 위에서 작업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노조 간부들은 "인천2호선 27개 역을 운행하는 데 드는 시간을 90분으로 예상하는데, 시스템이 불안해 그 시간을 맞춘 적이 없다, 관제 조작방식도 옛날 방식이라 직접 입력해야해, 신속한 접근이 어렵다"고 한 뒤 "운연 기지에 가보면 알겠지만 차량 정비하는 곳의 안전시설이 미흡하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곳에 아무런 대비가 안 돼 있어, 노동자들이 위험하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 발생한 인천2호선 추돌사고 차량 앞에서 이정미 의원이 공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달 21일 발생한 인천2호선 추돌사고 차량 앞에서 이정미 의원이 공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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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인수 받기 전 사고는 공사와 무관"

이 의원은 이정호 공사 사장과의 간담회에서 "철도는 대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교통시설이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한다. 인천2호선이 개통을 앞두고 사고가 발생했다는 말을 듣고 개통 전에 벌어진 일이라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히 밝히고 대책을 내놓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사장은 "공사는 오늘 자로 계약자인 현대로템으로부터 운영을 인수인계 받았다. 7월 10일까지 40일간 종합시운전을 해야 하는데, 오늘이 그 첫날이다. 그전에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서는, 우리 인력이 들어간 게 아니어서 우리도 현장상황을 하나도 모른다"고 한 뒤 "구두로 보고를 받았는데 관계자를 직접 만난 것도 아니어서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을지 모르니,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담당자가 사고에 대해 발언할 거다"라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 의원은 "책임을 추궁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사장도 책임을 져야한다. 향후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무인운행시스템을 고수할 생각인가?" 라고 물었고, 이 사장은 "그렇게 설계됐고 운영방침이 인천시로부터 나왔기 때문에 내가 임의로 바꿀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역마다 1명씩만 배치하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는가?"라는 이 의원의 질문에는, "안전사고의 해결책은 '인력의 다다익선'이다. 그러나 예산이 한정되다 보니 역마다 1명씩 늘리더라도 적은 액수가 아니다. 현 상황에서는 인력 충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정미 의원실에서 요구한 이번 추돌사고의 경위에 대해, 공사 쪽은 '열차 일주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일부 열차를 수동운전으로 이동하다가 정차 중이던 선행 열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후발 열차가 추돌한 것'이라며 '무인운행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자동운전상태가 아닌 수동운전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이어서 '이는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시공사 소속 기관사의 전방주시 소홀과 안전거리 미확보로 추돌한 사고로, 무인운전 시험 중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사장은 간담회에서 "기계 결함이나 시스템 문제라면 대책을 강구해야하는데, 일어날 수 없는 사고가 사람의 실수로 일어난 걸로 보고 받았다"라며 "시스템 문제가 어떤 건지는 시범운영해봐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순양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노출된 집전판(오른쪽에 튀어나온 기기)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최순양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노출된 집전판(오른쪽에 튀어나온 기기)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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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개통하는데 10월 추경에 안전장치 예산 편성?

간담회 후 이 의원은 인천2호선 운연역 차량기지를 방문해 지난 5월 21일 발생한 추돌사고 차량을 살펴본 후 운연 기지국 내 차량검사고를 둘러보며 트랜스존 차량 집전판(750볼트 고압 전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열차에 동력을 전달하는 집전판이 노출돼 노동자 안전이 문제될 수 있는데, 대책이 있는가?"라고 물었고, 공사 담당자는 "10월 추경에 관련예산을 편성할 예정이고, 그 전까지는 안전교육으로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최순양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은 "집전판에 닿으면 사람이 죽는데도 노출돼있고, 그 옆으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러 다닌다, 인천1호선이나 전국의 열차에는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는데, 인천2호선만 없다"며 "7월 말에 정식 개통하는데, 방치된 상태로 그냥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10월 추경에 반영되면 겨울에 공사를 시작해 내년에야 마무리된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정미 의원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산업안전보건 관리감독을 주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이정미, #국회의원, #정의당, #인천2호선, #추돌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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