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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아사히카와역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의 모습. ⓒ 서규호
후라노비에이의 열차 외관의 표지판. ⓒ 서규호
여름날 형형색색의 대지를 달리는 후라노·비에이노롯코호(富良野·美瑛ノロッコ号)는 홋카이도 여행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열차입니다. JR아사히카와역(旭川駅)을 출발해 JR비에이역(美瑛駅)을 경유, 목적지인 JR후라노역(富良野駅)까지 54.8Km, 1시간 40여 분의 풍경화 같은 대자연 열차여행이 시작됩니다.

JR아사히카와역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합니다. 고가역(高架駅)으로 리모델링 되어 한결 산뜻한 아사히카와역으로 녹색의 기관차가 들어옵니다. 이 녹색의 디젤 기관차가 바로 후라노·비에이노롯코호 기관차로 1999년 여름날 이곳에서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오픈형 객차 안으로 들어가면 창문 자체를 쉽게 내릴 수 있어 개방감의 극치를 자랑합니다.

3량의 객차에는 홋카이도의 여름을 느끼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탑승합니다. 극성수기에는 1량이 더 증차되어 4량으로 운행을 하기도 합니다. 비록 나무의자로 만들어져 불편은 하지만 관광객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자리를 잡습니다. 의자는 마주보는 자리와 창 밖을 보는 자리로 구성돼 있으며 자유석에서는 자기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아서 여행이 가능합니다. 갈색의 객차와 녹색의 기관차가 묘하게 대조를 이룹니다. 차량 외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탑승합니다. 9시 56분! 천천히 열차는 아사히카와역을 출발합니다.

열차가 시내를 벗어나 비에이쪽으로 방향을 틀면 시원한 홋카이도의 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돌아 나갑니다. 오픈형 객차라 날이 좋으면 창문을 열고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이런 목가적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마치 풍경화를 창문 사이로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비에이의 자연이 그대로 눈 앞에 펼쳐 집니다. 북국(北國)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게 열차는 천천히 비에이역으로 이동합니다. 철도 건널목을 지날 때 손을 흔들어 주는 지역 주민의 반가운 모습들도 눈 앞에서 볼 수 있답니다.
후라노비에이의 아름다운 풍광. 대자연의 홋카이도를 만끽하는 오픈형 객차에서 바라본 후라노풍경. ⓒ 서규호
1호차 매점에서 맥주 한 잔의 여유를... ⓒ 서규호
1호차 매점에서는 각종 음료수와 맥주 그리고 기념품 등을 판매합니다. 기념스탬프에 도장을 찍는 것도 필수겠죠! 승무원이 기념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승차기념서를 나누어 주니 꼭 찍어 보시길 바랍니다. 비에이로 들어오면 차내에서 구입한 비에이맥주와 대설산맥주 등 지역맥주를 천천히 음미하며 풍경을 감상해 봅니다. 벌써 차량은 비에이역에 도착합니다.

잠시 하차하여 비에이의 여름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겠죠. 이곳 비에이역 앞에는 전동자전거 렌탈이나 버스투어를 할 수 있게 관광안내 센터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비에이의 최대 관광지는 바로 파노라마로드와 패치워크로드 두 개의 큰 관광루트가 있습니다. 비에이역을 중심으로 여행이 가능한데,여름날에 도보로는 무리이니 꼭 전동 자전거 또는 차량투어를 이용해서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비에이 구릉의 목가적 한가로운 풍경이나 아름다운 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열차로 돌아와 여행을 떠납니다. 하루 3편을 운행하는 열차라 시간 조절만 잘 하면 전부 이곳 비에이와 후라노의 여행이 가능합니다. 열차는 천천히 후라노의 평원으로 들어섭니다. 여름날의 후라노 평원은 마치 컬러풀한 수채화를 그려 놓은 듯한 풍광을 만나게 됩니다. 대설산 연봉이 병풍처럼 휘감아 돌고 그 밑으로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가는 길 마다 눈앞에 펼쳐 집니다. 이런 아름다운 풍광을 열차를 타며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이 후라노·비에이노롯코호 여행의 목적이 될 거 같습니다.
여름에만 임시 정차하는 라벤더바타케역. ⓒ 서규호
후라노의 상징 팜도미타의 멋진 수채화같은 풍광. ⓒ 서규호
열차는 여름 임시 정차역인 JR라벤더바타케역(ラベンダー畑駅)에 도착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선로 옆으로 임시 가설물을 설치해 정차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여름날 최고 홋카이도 여행 목적지인 팜 도미타가 도보로 7분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이 팜도미타를 보기 위해 다시 하차합니다. 천천히 걸어서 이동하면 일본 최대의 보라색 라벤더밭이 있는 팜도미타에 도착합니다. 입장료가 무료라 더 행복합니다. 입구에서부터 강렬한 꽃들의 향연이 여름 한철 펼쳐집니다. 전망대에 올라 사진을 찍으면 다이세츠산 연봉과 팜도미타의 아름다운 꽃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은 멋진 풍광을 만나게 됩니다. 왜 사람들이 이 멋진 풍광을 보고 싶어하는지 궁금하시다면 여름날 한번 꼬옥 들려보세요.

열차는 드디어 종착역인 후라노역에 도착합니다. 홋카이도의 정중앙에 위치한 후라노는 와인공장이 있어 유명합니다. 올 여름 홋카이도 열차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줄 후라노·비에이노롯코호를 타러 출발해 봅시다.
ⓒ 서규호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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