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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과 글씨, 그림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던 쇠귀 신영복(1941~2016) 선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인이 있다. "시(詩)와 신영복"이란 제목으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는 김유철 시인이다.

신영복 선생은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밀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인은 통일혁명당사건으로 20년 20일 동안 수감생활했고,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선생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처음처럼-신영복의 언약>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등의 책을 펴냈고, 독특한 '신영복체'라는 글씨를 남겼다. 선생은 지난 1월 15일, 일흔 다섯 해를 살다가 세상을 떴다.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 성공회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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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시인은 선생이 쓴 책을 읽고, 성공회대 강의를 들어보기도 했다. 또 김 시인은 선생의 마지막 강의 때 함께 했다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 시인은 "쇠귀 선생과 절친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또 다른 절친'이 된 것이다.

삶·예술연구소 대표인 김 시인은 한국작가회의와 민예총 등에서 활동해 오고 있다. 김 시인은 이미 서울 등에 이어 25일 저녁 창원에서 경남직업문화센터 주최로 '시와 신영복'에 대해 강의했다. 

또 그는 충남 서천과 울산에서도 강의가 예정되어 있다. 김 시인은 지난 2월 창원교도소에서 했던 강의가 제일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수감자들이 20년 이상을 수형 생활했던 신영복 선생이 남긴 말씀과 '처음처럼' 다시 변화하는 삶에 대한 반응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20년 20개월 동안 징역살이 한 분이다. 책에 쓴 글이나 그 분의 삶을 보면, 그런데도 그렇게 정제되고 달관하는 경지에 이른 것처럼 느껴져, 저한테는 그것이 더 놀라웠다. 흔히 교도소 생활이라고 하면 인간 이하를 만든다고 하는데, 선생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 분의 삶을 본받아 보고 싶었다"고 한 김유철 시인은 선생이 말한 '처음처럼'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소주 이름이기도 한 '처음처럼'이란 말은 의미가 깊다. 선생이 말한 '처음'은 한번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처음'이 온다는 것이고, 매번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돌아갈 때 그냥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강물과 같은 마음으로 지금의 삶을 변화시키면서 돌아가자는 것이다."

김유철 시인은 "선생의 글을 읽어보면 제일 큰 힘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는 것"이라며 "누구를 가르치고, 깨우치려 하지 않고, 욕심이 없다.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계속 묻게 된다. 그게 선생 글의 가장 큰 힘"이라 말했다.

"맑고 바르게 닦여진 하얀 옥 같은 사람이다. 20년 세월동안 감옥을 수도원삼아 갈고 닦아서 그게 가능할까? 청정한 영혼, 가지런한 몸가짐, 조용한 달관, 절제된 감정이 담겨진 그의 글씨와 그림을 통해 선생을 다시 만난다. 그의 삶은 울림이 있는 글 그 자체였다.

그의 글은 깨우치거나 가르치려고 하지 않으면서 마음에 와 닿으며 알아듣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는 힘들고 아픈 이야기를 낮고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그 안에 뜨거움을 느끼게 하고, 정의로움을 일깨우며,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그의 글과 그림을 만나는 이에게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삶과 길이 무엇인지 가는 길을 멈추고 스스로 묻게 한다. 스스로 묻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힘이자 울림이다."

김 시인은 "선생이 던지는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위안과 용기, 삶의 이정표가 되지만 놀랍게도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의 질문은 늘 불온하고 위험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며 "세상의 스승들이 던지는 질문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그렇게 받아들여졌고 늘 그렇게 외면당했다"고 했다.

김유철 시인.
 김유철 시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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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인생을 한 마디로 말하면 '관계론'이라는 것. 김 시인은 "그는 세상은 관계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있음을 전하려 했다. '관계론'은 과거와 현재를 규정하는 정체성이며 미래의 문명론이다"며 "그것이 진정한 세계화의 길이라 선생은 지금도 숲이 되어 말한다. 남아있는 우리의 몫은 '관계론'의 확장과 완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도소 안에서 만났던 숱한 사람들의 삶도 하나같이 따뜻하게 받아들인 분이셨고, 그런 울림이 컸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은 '오직 경쟁', '오직 자본', '오직 세계화'만 지향하는 시대다. 그런 광풍 앞에서 신영복 선생은 '더불어 숲'을 우리한테 제시했다. 1등과 부자가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지만, 그럼에도 원치 않는 욕망을 갈구한다. 그 분이 남긴 글을 읽으면 마음의 부자가 된다."


태그:#신영복 선생, #김유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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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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