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겉표지
▲ <뫼비우스의 띠> 겉표지
ⓒ 문학동네

관련사진보기

'몽유병'이란 증상은 사람이 자던 도중에 일어나서 돌아다니거나 의미없는 말들을 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을 지칭한다.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는지 정확히 밝혀진 원인도 없는 데다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 자기가 걸리기도 쉽지 않겠지만 주변에 이런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기도 어렵다.

실제로 몽유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증상을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자다가 일어나서 돌아다닌 행동을 자신이 실제로 한 일이라고 생각할지, 아니면 꿈 속에서 보았던 일이라고 느낄지(어쩌면 이 두 가지는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꿈처럼 돌아다니다가 중요한 어떤 것을 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자면 잔인한 살인사건을 미리 암시하는 장면 같은 것. 그 능력을 잘 활용한다면 살인사건을 막거나,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꿈을 통해 미래를 보는 주인공

프랑크 틸리에는 자신의 2008년 작품 <뫼비우스의 띠>에서 독특하게도 몽유병이 있는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주인공 스테판은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괴물이나 기괴한 인체모형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문제는 그에게 7살 때부터 몽유병 증상이 있었다는 점.

과거에 의사는 그에게 꿈 속에서 보았던 것을 일일이 적어보라고 권했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다. 그 꿈 속에서 그는 환영을 본다. 어떤 여자와 아이가 살해당하는 모습, 특이한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또는 로또 복권 당첨번호를 보기도 한다.

이런 환영을 그냥 꿈 속에서 본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스테판은 이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단순히 꿈 속의 장면이 아니라 미래를 예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자기가 노력하면 잔인한 살인사건도 막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스테판은 꿈의 내용을 따라서 살인사건과 관련된 장소를 찾아다니고 그곳에서 형사와 마주치기도 한다. 남들이 보기에 집 지하실에 있는 스테판의 작업실은 미치광이 소굴같고, 와이프조차도 '남편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됐을까'라며 눈물을 흘린다.

그가 보는 환영은 무엇일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당연히 스테판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스테판은 어떻게 이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현실로 되살아나는 연쇄살인

꿈의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실 꿈은 꾸고 나면 그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꿈의 구체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이미지'만 기억에 남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밤의 꿈을 흔히 말하는 '개꿈'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것이다.

그 꿈 속에서 미래를 본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혹시 본다고 하더라도, 미래를 보는 것과 미래를 바꾸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도 생각한다. 일어날 일은 어떻게 해서든 일어나게 되어있다고. 운명이란 놈은 자신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강력한 존재라고. 살인사건이라는 '운명'도 마찬가지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운명이 무엇인지 우선 알아야 한다. 대신 그걸 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작품의 주인공은 그것을 알 수 있었지만 결국 그것 때문에 자책한다. 알더라도 바꿀 수 없다면,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타인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덧붙이는 글 | <뫼비우스의 띠> 프랑크 틸리에 지음 / 박영숙 옮김. 문학동네 펴냄.



뫼비우스의 띠

프랑크 틸리에 지음, 박명숙 옮김, 문학동네(2016)


태그:#뫼비우스의 띠, #프랑크 틸리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