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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8일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일대에서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2015년 6월 28일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일대에서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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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제17회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있다. 성소수자가 비가시화되고 사회적 차별을 겪는 현실에서,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자긍심을 다질 수 있는 행사다. 하지만 이 소중한 행사를 여는 것은 매번 녹록지 않았다. 특히나 2014년을 기점으로, 혐오 세력들의 노골적인 행사 방해가 기승을 부리며 더욱 그랬다.

2014년 15회 퀴어문화축제의 경우 혐오 단체들이 도로를 점거해 퍼레이드가 4시간 가량 늦어졌다. 또한 작년인 16회 때는 혐오 단체가 축제 일정에 맞춰 서울 주요 지역에 허위 집회를 신고해 날짜가 미뤄지기도 했다. 이후에는 남대문 경찰서가 집회 신고 방침을 갑작스럽게 변경해 주최 측과 혐오 세력 모두가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철야로 줄을 서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루 전에  동성애 혐오 행사 연다는 '예수재단'... 무사히 축제 열릴까

실제 '2016년 대한민국 살리기 예수 축제' 참가자 모집 글에 행사 일정을 6월 8일에서 11일로 적어 놓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퀴어문화축제 진행은 큰 차질을 빚거나 행사 개최가 불투명 해질 수도 있다.
 실제 '2016년 대한민국 살리기 예수 축제' 참가자 모집 글에 행사 일정을 6월 8일에서 11일로 적어 놓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퀴어문화축제 진행은 큰 차질을 빚거나 행사 개최가 불투명 해질 수도 있다.
ⓒ 퀴어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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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혐오 세력의 노골적인 방해와 서울시 등 담당 기관의 무책임한 방임을 뚫고 퀴어문화축제는 순조롭게 개최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올해도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생겼다. 바로 축제 개최일 하루 전인 6월 10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2016년 대한민국 살리기 예수(국민)축제' 때문이다.

예수 축제라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축제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달라진다. 축제의 조직위원회의 공지에 따르면 이 행사는 '동성애 회개 추방 기도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거기에 이 행사는 '동성애 OUT, 무슬림 OUT'과 같은 구호를 내걸고 있다. 즉, 소수자와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를 주 내용으로 한 행사다. 인권 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가 공공 시설인 광장에서 이런 행사가 열리도록 내버려 뒀는지, 쉽게 납득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이 행사가 퀴어문화축제 개최 하루 전인 10일까지 개최된다는 점이다. 원칙대로라면 날짜가 11일로 넘어가는 자정이 되면 예수 축제의 행사 부스는 철거하고 퀴어문화축제가 광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예수 축제 조직위가 철거를 거부하고 광장을 점거하는 경우다.

실제 이런 생각을 반영이라도 하듯 '2016년 대한민국 살리기 예수 축제' 참가자 모집 글에 행사 일정을 6월 8일에서 11일로 적어 놓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퀴어문화축제 진행은 큰 차질을 빚거나 행사 개최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동성애 혐오 세력이 철거를 거부하고 광장을 차지한다면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반대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반대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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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려가 단지 기우에 불과할까. 예수 축제 조직위의 중심이 되는 '예수재단'의 행보를 보면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예수재단은 퀴어문화축제를 비방하고 축제 개최를 적극적으로 방해해온 단체이기 때문이다.

예수재단은 2014년 신촌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당시 '동성애퀴어광란축제저지연대'와 연합해 무대 설치를 방해하고 행진을 지연 시킨 전력이 있다. 또한 2015년 축제에서도 무대 설치를 방해하고 축제를 반대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그렇다면 행정력을 동원해 이들을 광장에서 몰아내면 해결될 일일까? 하지만 예수재단의 막무가내 행보를 보자면 이 같은 방안도 해결책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들은 서울시가 요구한 절차와 행정집행을 무시해온 전력이 있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6일 공식 페이스북에 예수재단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조직위는 "'예수재단'은 2014년 11월부터 약 1년간 '서울시민 인권헌장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있다', '서울시청이 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했다'는 이유로 서울시청사 앞에서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에 대한 비난이 담긴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내걸고, 확성기와 북을 이용하여 '동성애 저지' 예배를 지속하였다"고 설명했다.

또 "'예수재단'은 서울시청이 제시하는 절차를 거부 및 무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확성기를 이용한 예배 및 소음으로 피해 민원이 잇따르자 서울시가 17차례에 걸쳐 자진 철거를 고지하였으나 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예수재단은 지난 2월까지 2015년 12월에 서울시가 부과한 변상금과 행정대집행비용 총 7119만7000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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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측은 서울시에 예수 축제 주최 단체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냈다. 또 마찰이 예상되는 두 행사를 연이어 붙여둔 것에 대해 충분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 두었는지, 그렇다면 그 대책이란 무엇인지 질의서를 보낸 상황이다. 아직 답변은 도착하지 않았다.

과연 6월 11일, 퀴어문화축제는 순조롭게 개최될 수 있을까? 서울시가 행사 진행 방해와 충돌 방지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태그:#퀴어문화축제, #성소수자,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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