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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사람'은 우리 경제의 각 분야에서 독자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현장 노동자부터 학자, 관료, CEO, 사회단체 등 그 누구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말]
열정에 기름붓기 공동대표 표시형, 이재선(오른쪽부터).
 열정에 기름붓기 공동대표 표시형, 이재선(오른쪽부터).
ⓒ 열정에 기름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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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쌓기만 강요받는 청년, 무엇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청춘들에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일으켜 세우라고 격려하는 콘텐츠가 페이스북을 타고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각각 3년새 30만, 3개월새 3만 명의 구독자를 빠른 속도로 늘려나가는 페이스북 페이지 '열정에 기름붓기(아래 열기)'와 '서늘한 여름밤'이 주인공이다.

'열기'가 3년차 콘텐츠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제법 회사의 면모를 갖췄다면 '서늘한 여름밤'은 이제 막 소통을 시작한 1인제작 콘텐츠라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두 콘텐츠 제작자 모두 20대라는 점과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익숙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고민과 공감, 해법 등을 카드뉴스 형태의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단순히 '좋아요'만을 추구하는 콘텐츠가 아닌 무기력해진 이 시대 청년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며 뉴미디어 플랫폼으로서 성장해가는 두 콘텐츠의 주역들을 <오마이뉴스>가 만나봤다.

30장의 카드로 전하는 묵직한 동기부여콘텐츠 '열정에 기름붓기'

페이스북에 '글 조금 쓰는 거' 그까짓 게 무슨 직업이냐며 모두가 고개를 저을 때 포기하지 않고 사업으로 일궈낸 젊은 친구들이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열정에 기름붓기' 공동대표 표시형(26), 이재선(27)씨는 스스로를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청년'이라고 말한다.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전역 후 술자리 설전을 벌이다 한 가지 의문에 꽂혔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논쟁을 벌이던 중 문득 '왜 취업 준비를 해야 하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대한민국 청년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똑똑하고 대학생들도 실무를 해도 충분한데 준비만 하다 나이 먹기엔 너무 안타까웠어요. 차라리 스스로 뭐든 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우리가 갖고 있는 고민에서부터 출발해 보기로 했어요."

광고홍보 전공자답게 두 사람은 페이스북을 활용한 뉴미디어에 도전하기로 했다. 핵심 콘텐츠는 자신들의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 20대에게 주체적 삶을 살도록 동기부여하는 내용으로 잡았다.

지난 2014년 1월 28일 '열기'의 첫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업로드했다. 페이스북이 한창 대중화되던 시점에 '열기'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스토리텔링형 콘텐츠(이때까지 카드뉴스라는 단어를 몰랐다)로서 최초의 시도였고, 유머와 가십거리로 가득한 가벼운 페이지들 속에서 눈에 띄는 묵직한 메시지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3년째 접어드는 5월 현재 구독자수 35만 4000명, 주간 노출빈도 300만, 월평균 신규 구독자 5만 명 이상의 기록이 증명한다. 처음엔 SNS에서 평균 25~30장의 긴 콘텐츠를 아무도 읽지 않을 것, 매체 특성도 이해 못하는 콘텐츠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평범한 20대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에 또래들이 열광한 것이다.

"평범함이 우리의 무기...특별함이 없다는 것이 강점"

열정에 기름 붓기 사람들
 열정에 기름 붓기 사람들
ⓒ 열정에 기름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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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둘 다 이력서에 쓸 내용이 한 줄도 없었기 때문에 이런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다른 유년기를 보내지도, 비범하거나 똑똑하지도 않은 대한민국 평범한 청년으로서 저희들의 고민만 적어놓더라도 대다수 청년들이 공감하게 된 것이죠. 평범함이 무기요, 번뜩이고 특별한 것이 없다는 점이 저희들의 강점입니다."

두 공동대표가 각각 대학 2학년, 3학년 시절, 휴학하고 앞뒤 재보지도 않고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수익모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창업 첫해엔 돈을 벌지 못해 팀이 한 번 깨지는 아픔도 겪었다. '열기'만으로는 도저히 수익모델을 찾을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온라인 마케팅 대행 업무도 병행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게 됐다고 말한다.

3년차 스타트업인 '열기'는 올해부터 본격 회사로서의 면모를 띠기 시작했다. 책만큼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신념으로 시작한 북마케팅을 통해 작지만 조금씩 수익이 생기고 잡플래닛과 함께 하는 기업 소개 캠페인, 그리고 자체 출판한 2권의 단행본 판매 등을 통해서도 매출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한때는 부모님 용돈에 의존하기도 했고 창업동아리 정부지원금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로부터의 지원금도 받지 않고 자생력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어느 정도로 성공했냐고? 직원들 월급 주고, 대표로서의 몫을 가져가고, 또 새 직원을 뽑을 수 있을 정도면 된 것 아닌가.

"100명 중 1명이라도 우리 콘텐츠를 보고 다음날 다른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다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하나의 세계는 바꾼 것이니까요. 모든 사람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된다면, 성공과 실패는 중요하지 않아요. 남이 시킨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결정을 내렸다면 실패도 인정할 수 있게 되죠. 실패하더라도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림으로 풀어낸 위로공감 콘텐츠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의 이서현 작가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의 이서현 작가
ⓒ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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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냐, 나도 아프다'. 페이스북 페이지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아래 서늘한 여름밤)'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이 대사가 떠오른다. 누구든 마음깊은 곳에 숨겨둔 다양한 상처들을 소재로 무심한 듯 휙휙 가늘고 굵은 선으로 그려낸 그림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서늘한 여름밤'의 제작자는 예상 외로 미술과는 무관한 평범한 20대 여성 직장인이었다.

고려대 및 대학원에서 임상심리를 전공한 이서현(29)씨는 1년 전만 해도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내 최고병원에 입사한, 임상심리 수련생이었다. 일반기업으로 치면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신입사원인 셈이다. 그곳에서 3년만 버티면 임상심리전문가로서 대형병원, 공공기관 등 소위 좋은 일자리에서 안정적 삶을 살 수 있었다.

"입사 첫날부터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라든가 군대식의 강압적인 조직문화를 견딜 수가 없었어요. 3개월만에 그만두고 자발적 백수가 됐죠. 지금까지 기를 쓰고 아등바등 노력하면서 살아온 결과치곤 너무 허무했어요. 그때 심정은 반반? 뭘 하든 입에 풀칠은 하고 살겠지라는 자신감과 이제부터라도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한번 살아보자는 마음도 있었죠."

'고교 때부터 10년 정도 못 쉰 기분'이라는 이씨의 말은 대한민국 20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고교 시절은 대학 입시를 위해 저당 잡히고, 대학에서도 전공수업과 알바, 학원, 봉사활동, 어학연수, 공모전, 동호회 활동까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1년 365일 학교에 살다시피 해야 했다.

백수가 된 이씨가 취미로 그리기 시작한 그림을 '서늘한 여름밤'이라는 필명으로 운영하던 블로그에 업로드하면서 취업준비생 또는 직장인들 사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블로그로 소통했던 많은 청년들의 애환도 자연스레 그림 속에 녹아들었다.

내가 국내 최고병원 임상심리사를 박차고 나온 이유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
ⓒ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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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에게는 취업, 진로, 결혼 등 모든 것이 다 고민이죠. 특히 20대 후반은 굉장히 힘겨운 시기라고 생각해요. 대학에서는 커리큘럼과 소속감, 평가기준이 있었지만 사회에 나와서부터는 그런 울타리가 무너지면서 혼란에 빠지게 돼죠. 사회는 그들에게 사회인으로서의 성숙함을 요구하지만 어떻게 해야 성숙한 사회인이 되는건지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거죠."

이씨는 현재 자살예방관련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밤엔 그림을 그리는 '주경야도(圖)중이다. 블로그에 이어 페이스북 페이지 독자들까지 늘면서 이곳저곳에서 인터뷰나 강연요청도 받기 시작했다. 3개월 만에 페이지 구독자가 3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혹시 다른 목적이나 사업에 대한 생각은 없는지 묻는 질문에 이씨는 단호하게 잘라서 답했다.

"서늘한 여름밤은 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린 일기라고 볼 수 있어요.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가 컸었죠. 목표를 향해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온 청년들은 자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고 자기 자신을 잊고 살게 돼죠. 그럴 때 '나 이런 생각을 했어'라고 보여주면 '어, 그럼 난 어땠지?'하고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개인이 이윤을 창출하는 존재로서만 교육받고 취급되는 사회에선 당연히 개인의 삶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일이 좋아서 한다지만 밤 11시에 퇴근하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이제 막 자기 목소리를 세상에 내기 시작한 이씨는 조만간 또다른 모험을 시작한다. 전공을 살려 자신처럼 제2, 제3의 사춘기를 겪으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구상중이다.

"취업 시즌이 되면 극도로 초조하고 불안해져서 나를 받아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하지만 막상 들어가서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미련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되죠. 불안이 가시면 그제서야 자기 욕구가 나오는 법이니까. 여유가 있다면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신의 욕구를 깊이 들여다 보세요."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
ⓒ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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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스타트업, #청년, #열기, #서늘한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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