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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10일 오후 서울타운미팅에서 태국인 이주민의 이야기를 듣고있다.
 박원순 시장이 10일 오후 서울타운미팅에서 태국인 이주민의 이야기를 듣고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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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말씀을 들으니 서울시가 (여러분들게)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 시민들을 대신해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때 아닌 '사과'를 했다.

박 시장은 10일 오후 서울 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태국 출신 이민자 100여 명과 함께 '서울타운미팅'을 가졌다. '서울타운미팅'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들의 애로사항과 시정제안을 듣기 위한 자리로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26번째이다.

올해는 싸란 짜른쑤완 주한 태국대사가 부임 인사 때 박 시장에게 부탁해서 결혼이민자, 근로자, 사업가 등 태국출신 이민자들과의 만남 형식으로 이뤄지게 됐다. 이 자리에서 태국 출신 이미자들은 서울 생활에서 겪은 차별과 소통문제 등 애로사항을 여과없이 토로했다.

딸이 중학교 2학년으로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 한 주부는 아이가 학교에서 '태국산'이라고 놀림을 당하는가 하면 선생님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는 모욕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선생님과 면담하려 했지만 "딸이 학교를 계속 다니려면 선생님과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포기해야 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을 가려고 재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외국인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교육제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축제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15년째 태국 관광객을 한국에 유치하는 일을 해오고 있으며 '김민아'라는 한국식 이름으로 개명한 한 여성은 현재 한국 관광업에는 2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업체간 경쟁이 너무 심해 무조건 싼 가격에 관광객을 유치하려다 보니 상품의 질도 따라서 떨어져 만족도가 저하되고, 따라서 태국 관광객들이 일본 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태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려면 합법적인 가이드 허가증이 있어야 하는데 시험이 한국어로만 돼있어서 합격률이 33%밖에 안되고 그나마 태국어를 할 수 있는 가이드는 한국인만 합격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관광지 상인들의 예절 문제도 지적했다. 태국 사람들은 만져보고 물건을 사는데 상인들이 못하게 저지하는 과정에서 싸움으로 비화되기도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상인들이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태국인들은 이 같은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태국인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타이타운이나 타이플레이스를 확충해달라', 거나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들에게 미터를 켜지 않고 바가지를 씌우는 택시를 개선해달라', '봉사일을 해오고 있는데 요즘 들어 단체에 서울시가 물을 잘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민원까지 다양한 요구들이 쏟아져나왔다.

이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여러분 말씀을 들으니 서울시가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안해했다.

박 시장은 "태국 방콕에 갈 때마다 친절한 시민들을 보며 우리가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방콕 사람들은 늘 웃고 있는데 서울 사람들은 늘 화난 사람 표정이다, 여러분들을 불쾌하게 만든 점 서울 시민들을 대신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외국인 학부모를 위한 교육축제는 서울시가 해줄 수 있는 제안이며, 외국인 상대 불법택시는 정확히 신고하면 가차 없이 허가를 취소하겠다, 아리수는 언제든지 필요하면 무제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관광가이드 시험 문제는 중앙정부와 협의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3월말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은 약 45만 7천명이며, 이중 태국인은 약 1500여명에 이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후 서울타운미팅에서 태국인 이민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후 서울타운미팅에서 태국인 이민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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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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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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