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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을 뚫고 착륙한 비행기
▲ 청주공항 강풍을 뚫고 착륙한 비행기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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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지난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제주를 찾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2일, 갑작스럽게 악화된 기상 상황으로 육지로 오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제주공항에 발이 묶인 사람들 수가 무려 1만4000명에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 시간에 필자 역시 제주도에 있었다. 심상치 않은 기상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오후 2시쯤이었다. 제주도에서 유명한 여행지 중 하나인 섭지코지를 찾았을 때 폰에 전달된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결항 될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메시지는 제주에서 청주까지 항공편의 시각이 4시 25분이었는데 지연되어 5시 30분으로 미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제주도가 바람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이날은 평소보다 강한 바람이 불어서 비행기가 정상적으로 이륙과 착륙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SNS 등을 통해 제주도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기상악화로 비행기 20여 편이 지연 혹은 결항 되기 시작되었다는 내용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섭지코지
▲ 섭지코지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섭지코지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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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몰라 일정을 앞당겨 렌트를 했던 승합차를 타고 제주공항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거센 바람에 승합차는 차선을 바꿀 정도로 휘청거렸다. 일행 중 다른 항공사를 예약한 사람들 폰에도 비행기가 지연 되었다는 내용이 떴다. 제주공항에 도착해보니 입구부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면서 비행기가 뜰 수 있는가만을 걱정하고 있었다.

제주공항에서 오후 4시 25분에 출발해 청주공항에 오후 5시 20분에 도착하기로 한 이스터항공의 ZE 702편은 오후 6시 출발으로 미루어졌다. 최악의 경우 결항이 될 수 있음을 고지해주었다. 제주공항에는 지연과 결항으로 대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가득 했다. 앉을 만한 자리는 찾기 힘들었다.

급기야 이날 초속 7m가 넘는 강풍과 난기류가 제주도에 몰아치면서 오는 비행기가 착륙을 하지 못하고 회항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역의 기상이 악화되면서 오후 8시를 기해 난기류를 의미하는 윈드시어 특보가 발효될 정도로 기상은 좋지 않았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오후 6시 10분쯤 필자를 포함한 일행들이 탄 비행기가 제주공항을 이륙했다. 이륙한 지 5분쯤 지났을까. 갑작스럽게 비행기가 위아래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5분 가까이 위아래로 흔들리고 파도에 몸을 맡기는 듯 헤엄치듯 비행을 하던 비행기는 고도를 높이면서 겨우 안정을 찾았다.

강풍을 헤치고 겨우 청주공항에 착륙했을 때쯤 제주공항은 기상특보를 발효하였다. 오후 5시 넘어서 제주공항을 이륙하는 대부분의 비행기들은 결항 되었다. 제주도는 경보 4단계 중 경계경보를 내리고 체류객들에게 모포와 음식, 간식 등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고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비행기는 뜰 수 있었고 목적지에 안전하게 착륙하였다. 윈드시어는 난기류를 의미하는데 비행기 조종사들이 두려워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바람이 갑작스럽게 바뀌어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인데 제주도는 그런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직접 겪어보니 윈드시어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을 만들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개인의 중요한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연이나 결항 사태를 좋아할 사람이 없겠지만 자연의 힘에 순응하는 것은 때로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3일 오전 제주공항은 결항 16시간 만에 오전 운항을 재개했다.


태그:#제주공항, #공항, #제주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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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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