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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사회자 박민,조승호 기자,노종면 기자,최승호PD,김승환 교육감
 (왼쪽부터)사회자 박민,조승호 기자,노종면 기자,최승호PD,김승환 교육감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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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전주역사박물관(전북 전주시 효자동2가)에서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과 '해직 언론인 출신 현역 언론인'들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과 MBC에서 해직된 최승호PD, YTN에서 해직된 노종면, 조승호 기자가 참여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대안 언론인의 이야기 한마당>이란 이름의 행사에서 이들은 시민들이 던지는 다양한 질문들에 대답하면서 우리 언론의 현주소를 되짚었다. 박민(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실장)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행사는 기존에 2시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시민들의 다양한 궁금증, 언론인들의 열변이 더해져 30분 연장해서 치러졌다.

행사 오프닝에서는 2008년부터 시작된 YTN 노조투쟁 관련 영상과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자백>의 일부가 틀어졌고, 이후 언론인들의 첫인사가 이뤄졌다.

시민들과의 첫인사에서 최승호PD는 "<자백>이란 영화로 데뷔한 영화감독 최승호입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이어 노종면 기자는 "'대안'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저는 언론인을 직업으로 한 해직노동자일 뿐이다"라며 본인을 소개했고, 조승호 기자는 "(최승호PD, 노종면 기자를 가리키며) 나는 저 분들과 달리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언론인들은 시민들과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이들과 시민들이 나눴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언론이 공정성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필요해

시민1 : "다들 해직자가 된 이후에 어떻게 지냈나?"

노종면 기자(아래 '노') :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다. YTN의 경우 노조 규모가 크지 않다. 조합원이 400명이 조금 안 된다. 투쟁 당시 제가 노조위원장이었는데, 그분들이 내는 조합비를 가지고는 해직된 조합원들의 생계를 유지시키기 어렵다고 판단됐다.

하지만 다행히도 조합원들이 이 같은 사정을 알아줬고, 비조합원들도 이에 공감해 줬다. 그리하여 '희망펀드'라는 것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조건 없이 받는 돈이었는데, 도저히 그냥 받을 수는 없다는 판단에 '펀드'형태로 받은 것이다. 이는 아시다시피 나중에 일정한 조건이 되면 돌려주는 형식이다. 그게 재작년 말에 비로소 청산됐다. 6년 만이다. 이 펀드에 동참해주신 분들 중에는 평범한 시민분들도 계신다. 이러한 분들 덕분에 지낼 수 있었다."

조승호 기자(아래 '조') : "노종면 기자가 YTN 노보 편집을 작년까지하다가 이번에 '일파만파'라는 새로운 업무 때문에 그 일(노보편집)에서 손을 뗐다. 그래서 내가 현재 YTN노보편집을 맡고 있다. 또한 방송기자 연합회 정책위원장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실현될 수도 있겠단 생각으로 지내고 있다(웃음).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는....(망설이며)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YTN 6명의 해직자 가운데 5명이 맞벌이다. 다 믿는 구석이 있었단 얘기다. 나도 그중에 하나다. MB 정권에 대해서는 자존심을 세우는 대신 아내 앞에서는 자존심 팍 죽이면서 살고 있다."

최승호 PD(아래 '최') : "뉴스타파에서 앵커 하고 있다. 그리고 MBC노조의 경우는 규모가 좀 된다. 그래서 임금은 MBC노조에서 절반, 뉴스타파에서 절반씩 받고있다. 현재 해고 무효소송이 2심 판결까지 진행됐고 다 이겼는데, 3심까지 이기면 한꺼번에 엄청난 거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노조에서 다 가져가는 건데, 노조가 엄청난 부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육감 : "소송이 길다. 녹초가 될 법도 한데, 소송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최 : "얼마 전에 '백종문 녹취록 사건'이 있었다. 그 사람은 우리가 해고될 당시 도장 찍었던 사람이다. 이 사건은 백종문씨가 언젠가 극우성향을 가진 인터넷 신문사 편집국장과 나눈 대화의 음성녹음본이 드러난 사건인데, 거기에서 백종문씨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해고무효소송이 진행 중인데 우리가 1심에서는 6명 다 해고무효로 나와서 졌지만, 2심에서는 네 사람은 해고 받아들여지고 두 사람은 해고 무효가 나와도 괜찮다. 왜냐하면 두 명은 사실 해고할 때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는 걸 우리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 명은 해고무효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이들은 나중에 돌아오게 되면 그때 받아주면 된다.'

이 말은 백종문씨가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일단은 해고를 시키고, 소송이 진행되는 아주 긴 시간 동안은 MBC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나오는 막대한 금액을 자기 마음대로 쓰겠단 것이다. 그리고 그 돈으로 소송을 걸어 사람을 지쳐 쓰러지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참고로 거기서 언급된 두 명 중 한 명이 나다.

이제 여소야대 상황이 됐다. 야권에서 백종문 녹취록에 대한 청문회를 통해 현재 공영방송의 문제점을 드러내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석상 가능하다."

시민2 :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면 언론의 정상화를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최 : "공영방송의 정상화다. 청와대가 사실상 공영방송의 사장을 임명하는 형태가 어떤 식으로든 수정돼야 한다. 시민들이 견제할 수 있는, 그런 힘들이 실제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노 : "워낙 많다. 그래서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다만, 마침 우리처럼 조직에 속해있지 않은 거리의 언론인들이 있고, 어느 때보다 현재 언론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시민분들이 계신다. 이 두 주체들이 잘 엮였으면 좋겠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막강한 보도 유통망, 그것부터 빠른 시일 내에 구축돼야 한다고 본다.

쉽게 말해 시민분들이 보시기에 '좋은 뉴스'라면 시민들의 자발적 힘으로 뉴스가 유통되는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 매체력을 떠나서 말이다. 당장엔 SNS도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좋은 의미의 십알단이 조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 : "선이든 악이든 어떤 권력이 들어서도 언론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사실 노무현 정권도 YTN에 낙하산 사장을 보내려 했었다. 그러나 당시 YTN노조 기준에서는 부적격 인물이었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왜 반대하느냐"는 의사를 우리에게 타진해 왔고, 우리는 "단지 싫다"가 아니라 "우리가 마련해 놓은 명확한 기준에서 봤을 때 부적격 인물이다"라고 이유를 댔다. 그랬더니 결과적으로 기준을 따져봐도 적합한 인물을 보내더라. 이 경우 노조 입장에서는 반대할 명분이 안 생긴다.

나는 이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MB 정권은 이를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 들이더라. 어찌 됐든 이 같은 상황을 권력자의 선의에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이든 악이든 언론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언론이 마련하는 것, 이것이 우선은 시급하다고 본다."

"반전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 날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언론인-시민들 간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양한 주제가 등장했다. 현재의 정치상황에서부터 차기 정권에 이르기까지 언론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시민들의 질문이 있었으며, 학생기자단으로 참석한 청소년들은 "왜 기자가 되셨나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리고 행사의 끝은 각 언론인들의 마지막 말들로 마무리됐다. 이들은 공영방송 정상화와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 "우리 언론이 정상인 상태라면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아마 PD수첩에서 볼 수 있었을 거다. 그 정도 되는 사건을 PD수첩에서 보도하면 시청률 4~5%는 나온다. 엄청난 거다. 이 경우 다음 날이면 모든 언론들이 이 문제를 안 다룰 수가 없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시민사회가 권력을 갖는 거다. 언론이 힘을 모아 보도해도 우리사회 권력은 변화되지 않는다. 그들이 언론보다 더 강력한 권력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사회가 권력을 쥐고 있어야 한다."

조 :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나는 그 현장을 밤을 지새워가며 한 달간 지켰다. 하지만 당시 길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YTN 노조투쟁 당시 화면에 아주 잠시 나갔을 때는 동네 골목에서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 비로소 공중파의 힘을 깨달았다. 공중파 언론의 정상화는 이러한 이유로 포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 시민들이 끊임없이 언론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줬으면 좋겠다. MB 정권 당시 촛불집회 때가 기억난다. 촛불을 든 수만 명의 시민들이 YTN사옥에 몰려와 "YTN 불꺼라"하며 외쳤던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 기자 중 한 명이 그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노조 게시판에 올렸고, 그 영상을 본 많은 기자들이 충격을 받았다. 이는 우리가 공정보도를 위한 투쟁에 나섰던 기폭제가 됐다."   

한편 이날 언론인들과 함께 자리에 나선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은 "곧 상황이 역전될 것"이라며 "언론 본연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기 계신 언론인 분들, 끊임없이 투쟁하시면서 온갖 고생들 많이 했다. 그런데 인생을 나름대로 조금 살아보니 '감'이라는 게 생겼다. 이제 반전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느낀다. 머지않아 완전히 다른 상황으로 역전될 것이다. 그때 절치부심으로 언론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http://www.cham-sori.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대안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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