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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지난 4월 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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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법정관리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의 총대를 메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주채권은행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촉발된 도덕적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산업은행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25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배당금을 챙겼다. 또 산업은행의 부행장과 재무관리본부장 등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내려갔음에도 2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부실을 몰랐다고 해명해 의혹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해결하지 못한 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떠안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은 연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산업은행은 전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해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며 오너의 사재 출연 등 자구계획안의 확실한 보완을 촉구했다. 한진해운은 내달 2일께 산업은행에 자구계획안을 보완해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이들 기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최악의 상황으로 끌고 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책임져야 할 수장은 지난 28일까지 자사지점을 기념하기 위한 해외 일정을 소화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5~28일 중국과 홍콩 일대를 순방했다. 산업은행 쪽은 "상하이지점 20주년 기념일이었고 회장이 해외 일정에 나서는 것에 무리가 없다"라는 입장이다.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의 책임 의지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이 과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을 엄중히 추궁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은행, 책임 소지 명확... 엄중히 물어야"

이날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한진해운 문제는 산업은행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산업은행은 의지가 없는 것 같다"라면서 날을 세웠다. 김 소장은 "산업은행의 뒤에는 금융감독 당국이 있고 그 위에는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청와대의 서별관회의 등이 있다"라면서 "산업은행은 주체적으로 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는 산업은행에 대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3개 기업에 대한 부실경영의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산업은행은 책임의 소재가 명확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라면서 "산업은행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으로서 대우조선해양에 수조원의 지원을 했는데 결국 국민적 비용으로 전가시키게 됐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까지 최악의 상태로 끌고 온 점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도 산업은행의 책임론을 들었다. 전 교수는 "지금은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의 대주주에서 손을 뗀 입장이라 사후책임에 대한 추궁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분식회계에 대한 의혹이 많고 회계책임자로 산은 직원을 내려 보냈기 때문에 책임의 소지가 명확하다"라고 짚었다. 전 교수는 "한진해운은 그런 점에서 드러난 것이 없지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체제가 예상되는 만큼 관리 소홀 등을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배당이익 공정했는데...억울하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배당이익을 챙긴 것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배당이익을 반환할 의사도 없다고 했다. 산업은행 쪽은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이익이 난 것으로 계산해 정당하게 배당금을 수령했다"며 "산업은행에게만 질책이 돌아오는 것은 억울하다"라고 반박했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의 2013~2014년 제무제표에서 오류를 발견했다. 그런데 이 손실을 2013~201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지난해 재무제표에 뒤늦게 반영했다. 산업은행 쪽은 "안진회계법인의 착오로 약 2조원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난 것이며 당시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배당이익을 반환하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라면서 "이미 정부에 세금과 배당으로 일정부분을 냈다"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은폐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불거진)사회적 비난에 대해 어느 정도의 도덕적 책임은 느끼고 있다"라면서도 "부실을 몰랐으며 모를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9년 대우조선해양으로 파견을 나간 재경실장(CFO)에대해서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만큼 관리를 하기 위해 간 것"이라며 "회계법인으로 이뤄진 전문가들의 감사보고서를 믿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성 없는 산업은행, 구조조정 그만둬라"

사태가 악화일로로 번지자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이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우조선해양과 STX사태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산업은행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증명됐다"라며 "이제 그만 손을 떼는 것이 낫다"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산업은행이 해운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인력들도 아니다"라며 "당사자들과 기업구조조정전문가 등 민간 인력이 흥정 등을 통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김 소장은 "산업은행의 부실채권은 5.68%로 또 다른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3.24%)에 비해 월등히 높다"라며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도 해결을 하지 못하는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어떻게 해결을 하겠느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책임이 있는 사람은 솎아내고 앞으로는 의사결정자를 바꿔야 한다"라며 "제대로된 사람을 데리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산업은행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손실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라면서 "손실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손실을 떠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적인 부도사태가 아닌 만큼 민간에 맡기고 산업은행은 정책금융에서 소외를 당하고 있는 중소기업 등을 돌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태그:#산업은행, #한진해운, #대우조선, #현대상선, #법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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