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근조'라고 쓰인 사고사진을 보니 마음이 먹먹해 집니다.
▲ 두달새 5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 '근조'라고 쓰인 사고사진을 보니 마음이 먹먹해 집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지난 26일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와 함께 울산 현대중공업 앞으로 가보았습니다. 현대중공업 앞은 집회를 못하도록 드넓게 화단을 만들어 놓아서, 길건너 사람 다니는 길목에서 집회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근조'라는 글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같은 현수막이 5개가 세로로 세워졌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았습니다. 끔찍하고 처참한 사고 현장이었습니다. 두어 달새 현대중공업 현장에서 일어난 산재사고 현장사진이었습니다.

그냥 산재사고가 아니라 작업자가 모두 사망한 중대사고였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았습니다.

조00(32세). 해양공사부 원청노동자. 결박이 느슨해진 4톤 구조물이 넘어지며 깔린 사고. 2016년 2월 20일 사망. 
서00(44세). 해양도장부 하청노동자. 해안 안벽에 안전펜스가 없어 야간에 바다로 추락해 익사한 사고. 2016년 3월 19일 사망.
송00(45세). 선행도장부 하청노동자. 어두운 공장 안 2인 1조 고소차 작업을 혼자 수행하다 구조물에 협착된 사고. 2016년 4월 11일 사망.
노00(37세). 건설장비 하청노동자. 업체가 다른 하청 작업자 2명이 1대의 굴삭기에서 각각 작업중 붐대에 협착된 사고. 2016년 4월 18일 사망.
이00(55세) 선실생산부 원청노동자. 하청 작업자가 운전하는 5톤 지게차에 다른 작업하던 원청 노동자가 치인 사고. 2016년 4월 19일 사망.

내용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참담했습니다. 왜 생계를 위해 일하러 다니는 현장에서 일하다 사고가 나서 다치거나 죽어야 하는 것일까요?

오후 6시가 되니 울산지역 노동단체와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00여 명 모여들었습니다. 주변으로는 경찰차가 여러 대 있었습니다. 소음측정 차량도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 선을 넘지 마시오'라고 적힌 노란 차단대를 집회 주변으로 설치했습니다.

먼저, 현대중공업 노동자 노래패가 추모의 노래를 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울산동구 김종훈 국회의원 당선자가 앞으로 나가서 청중을 향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착잡합니다. 사람이 우선이고 노동환경을 좋게 하는 게 우선인데도 이 큰 대기업 글로벌 기업이 이윤을 우선으로 하고 성과 위주 기업 정책을 펴다 보니 이런 중대 재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 입니다. 산재사고가 나도 처벌이 미흡하니 이런 사고가 끊이질 않는거 같습니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현장에서 일하도록 현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방적 구조조정 말고, 왜 어려운지 힘든지를 노사가 마음을 열고 이야기 해야 하는데 현대중공업의 태도는 그런 노동자를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하청노동자 수천명이 정리해고 되었고 지금 다시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옵니다. 피해자는 갈 곳이 없습니다. 저 혼자는 힘들 수 있습니다만 우리 힘을 모으고 마음을 모아 혼자는 안 되는 일 한번 해봅시다."

울산지역 노동자들이 모여 현대중공업 현장에서 연이어 일어난 산재사고 사망사건에 대해 추모와 규탄대회를 동시에 진행 했습니다.
▲ 현대중공업 정문 맞은편 길에 노동자가 모여 추모행사 진행 울산지역 노동자들이 모여 현대중공업 현장에서 연이어 일어난 산재사고 사망사건에 대해 추모와 규탄대회를 동시에 진행 했습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이어 민주노총 울산본부 관계자가 나와서 추모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2,3개월 동안 노동자 5명이 현대중공업 현장에서 일하다 죽었습니다. 오늘(26일) 아침 8시경엔 또 다른 비보를 접했습니다. (한 노동자가) 현대자동차에 출근한 지 1시간도 안 되어 현장에서 일하다 사고가 났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습니다.

우리는 이 죽음의 현장을 투쟁으로 끝장내야 합니다. 기업 살인법을 제정하여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산재가 발생했을 경우 곧바로 처벌하는 법이 제정되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 2주기가 지났고 그 2년 동안 너무도 많은 노동자도 현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추모제는 엄숙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망자를 위로하는 춤사위도 있었고, 시를 읊기도 했습니다. 추모가도 불렀습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추모제를 겸한 규탄집회는 그렇게 마무리 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재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을 위한 분향 순서가 진행되었습니다. 하얀색 국화를 참석자 모두 한 송이씩 단상에 올려놓고 묵념을 올렸습니다. 저도 꽃 한 송이 올렸습니다. 노동자가 생산 현장에서 일하다 예기치 못하는 사고로 다치거나 죽는 일이 더이상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 잊지말고 기억해야 합니다!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 변창기

관련사진보기




태그:#현대중공업, #산업재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