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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작 2016년 새봄 전시 김정수 작가 <진달래-축복>
▲ <진달래-축복> 전시 관람 중인 관람객 갤러리작 2016년 새봄 전시 김정수 작가 <진달래-축복>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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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에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가 후두둑 많이 떨어졌다. 4월 22일 강화도에 있는 요양원으로 구강보건교육을 다녀오던 길. 강화도 보건소 구강보건실 치과위생사와 함께 구강보건교육 후 불소도포를 마무리 하는 중에, 한 어르신 입가에 묻은 불소를 닦아드렸다. 그랬더니 내 손을 꼭 잡으시고서 "고마워요." 하시고선 내 손등에 뽀뽀를 해 주셨다.

가을에 2차 교육 때 찾아뵙겠다고 하고선 손만 꼭 잡아드린 후, 짐을 챙겨 들고 나오면서 한 번 꼭 안아드리지 못하고 나온 것을 후회했다. 집에 와서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겨울에 '새봄이 오면 어머니랑 북한산 가서 진달래꽃 구경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정월 대보름 이후로 찾아뵙지 못했다. 내 손등에 뽀뽀해주시던 어르신 모습에 어머니 모습이 겹쳐졌는데, 비바람에 힘겨운 진달래꽃도 같이 생각이 났다.

과반에 삼베천_유화
▲ 김정수-<진달래-축복> 과반에 삼베천_유화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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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고혈압으로 힘드시지만, 아직 집에서 세 마리의 고양이와 두 동생과 함께 지내시는 어머니.  딸 목소리를 반가와 하시며 따뜻하고 포근하게 마음을 보내주시는 어머니. 동생과 싸우지 말고 잘 지내시라는 말에 당신 돌봐주느라 힘든 동생이 고마운데 왜 싸우느냐며 담담하게 말씀하신다. 그래서 나는 정말이지 가끔 어머니가 치매라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얼굴 마주치고 10분 지나면 나도 모르게 소리가 살짝 높아진다. 어머니가 치매 때문에 온전한 대화가 힘든 것을 알면서도… 그러면 동생이 옆에서 '거 봐 언니도 10분을 못 넘기네, 엄마를 이해해봐' 웃으면서 한마디 한다.

어르신들을 만나 구강보건교육을 하러 가면, 심한 치매라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어도 눈을 마주치고 정성 다해 말씀 드린다. 장애인에게도 어린 아가에게도 나는 언제나 마찬가지다. 사람이니까! 사실 어느 땐 지극히 정상인 편견 가진 사람이 더 어렵다. 그래서 내게 교육 대상은 어떤 상태의 어떤 연령이라도 똑같다. 온전한 사람으로 대하면서 하는 것. 천천히, 한 가지라도 제대로 알려주는 것. 그리고 기다려 주는 것.

과반 작품과 전등의 진달래꽃
▲ 김정수-<진달래-축복> 과반 작품과 전등의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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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자세는 어머니로부터 은연중에 배운 것이 아닐까 싶다. 갤러리작에서 전시중인 김정수 작가의 <진달래-축복>전. 4월 7일부터 30일까지 전시 중이다. 언제나 같은 주제의 진달래꽃 그림인데 매 해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내 나이가 많아지는 것과, 내가 어머니께 느끼는 감정과도 비슷하다. 같은 대상에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과 모습들. 시간이 갈수록 서운하고 속상했던 것보다 고마운 것들이 더 많이 생각난다. 어머니 나이가 되니, 그 당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이해가 되고, 어렵고 힘겨운 상황에서도 어머니는 최선을 다 했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나를 알아봐주고, 용돈 드리면 고마워하고, 나를 위해 따뜻한 밥을 차려주시는 어머니. 김정수 작가의 진달래 그림을 보면서 울컥 했던 이유가 뭐였을까? 감수성 예민해진 나이 때문이기 보다는 그 그림에서 어머니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밥 그릇 같은 소쿠리에 담긴 진달래 꽃잎. 작가는 그 꽃잎 색을 제대로 내기 위해 무수히 많은 붓질을 한다고 했다. 그 색이 진짜 진달래 꽃 같아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환해지면서 따뜻하다. 세파에 시달리면서도 언제나 한결 같은 자식에 대한 어머니 마음. 처음 진달래 그림을 봤을 때도, 지금도 그 색은 변함이 없다. 더 밝아 보이고 환하고 아름답다.

요양원에 생활 중인 어르신 입안관리법 교육 중_틀니를 안전하게 뺀 후 관리법 알려주기_틀니가 없는 입 안의 잇몸, 입천정, 치아, 혀, 볼 안쪽을 안전하게 닦아주는 방법 알려주기_안전하게 입 안 헹구는 법 직접 보여주면서 요양보호사 교육 중 (교육자: 기사 작성 정민숙 치과위생사)
▲ 어르신 입 안 관리법 시연 요양원에 생활 중인 어르신 입안관리법 교육 중_틀니를 안전하게 뺀 후 관리법 알려주기_틀니가 없는 입 안의 잇몸, 입천정, 치아, 혀, 볼 안쪽을 안전하게 닦아주는 방법 알려주기_안전하게 입 안 헹구는 법 직접 보여주면서 요양보호사 교육 중 (교육자: 기사 작성 정민숙 치과위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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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만난 어머니 연배의 어르신들과 더 나이 드신 어르신들. 깨끗한 곳에서 돌봄을 잘 받으며 지내시지만, 낯선 내게도 마음을 열어주시는 어르신들. 틀니를 닦을 때 치약 속에는 예전 놋그릇 닦을 때 사용하던 기왓장 가루 같은 게 들어있어 치약 쓰면 안 된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누운 상태로 입을 벌려주며, 내게 자신의 구강을 맡겨주면서 요양보호사들에게 입 안 닦아주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도록 해 주는 어르신.

산에 피는 진달래가 비바람에 엉망이 된 모습에서 나이 들어 아프고 힘겨운 어머니와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였고, 김정수 작가의 <진달래-축복> 그림에서는 마음 속 깊은 곳에 활활 타오르는 모성애 가득한 어머니와 어르신들 모습이 보였다. 올 해는 삼베천에 그림을 그려서 과반(개다리소반 다리부분을 제거하고 만든 과반)을 액자처럼 보이게 붙여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유리나 플라스틱판이 그림을 가로 막지 않아 원화 그대로를 관람할 수 있다. 갤러리작은 크기가 아담한 미술관이지만, 개성 강한 과반들이 걸려있고, 중간에 큰 그림이 걸려있어 감상 하다 보면 그 공간의 크기를 잊어버릴 수 있다. 과반에 붙은 경첩을 보면 세월의 무게도 느낄 수 있다.

김정수-<진달래 축복> 전시를 알리는 현수막
▲ 전시 현수막 김정수-<진달래 축복> 전시를 알리는 현수막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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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젊으신 날 한복 입고 앞치마 두른 후 맛있는 음식을 뚝딱 만들어서 한 상 차려주던 기억. (내 기억에 우리 집에서는 개다리소반보다 양은 상을 사용했지만) 그 과반에 붙은 작은 진달래 그림을 보면서, 허기진 내게 따뜻하고 맛난 음식을 차려주시던 그 때 모습이 고스란히 기억이 났다.

김정수 작가는 '자식사랑으로 어떠한 고생도 이겨냈던 우리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가슴속에서 느껴보길 바란다.'고 이 전시에 대한 취지를 이야기 한다. 그림이 어렵지 않고, 보면서 마음 따뜻하고, 감탄이 나오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전시. 4월 30일까지 전시하니 5월 8일 어버이날이 오기 전에, 4월 남은 날 하루 시간 내 가 보고 어머니에게 전화 한 통 하거나, 찾아뵙기를… 

김정수 – 진달래-축복展
․ 전시기간 : 2016년 4월 7일(목) - 2016년 4월 30일(토)
․ 오프닝 : 2016.4.7(목) 오후 5시
․ 전시장소 : 갤러리작 (대표 권정화 )
서울특별시 서초구 매헌로 16 하이브랜드 패션관3층
․ 개관시간 : am 10:30 - pm 06:30 (일요일은 예약만 가능)
․ 문 의 : 갤러리작 02-2155-2351/ 010-6326-3251



태그:#김정수-<진달래-축복展>, #갤러리작, #갤러리작_권정화, #진달래꽃 , #구강보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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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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