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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의 전사> <질문이 있는 교실> <강자들은 토론하지 않는다> 등을 집필한 유동걸 선생님은 현재 영동일 고등학교 국어교사다. 토론이 화두가 되는 시대에 교사 및 학생들에게 토론식 수업의 모델을 전수하고 있다. 2000년도 원탁토론 아카데미를 통해 토론에 눈을 뜨고, 2009년부터 전국 국어교사 모임에서 '토론의 전사' 연수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

수원명인중학교에서 이루어졌던 '토론의 전사' 연수
▲ 현재 국어 교사이면서 위한 토론식 수업을 다양한 학교에서 연수하고 있는 유동걸 교 수원명인중학교에서 이루어졌던 '토론의 전사' 연수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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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많은 교사들이 주입식 강의 형태의 수업에서 토론 수업으로의 변화가 가능할까 고민한다. 하지만 교육은 능동적이고 스스로 배우는 과정을 통해 진짜 자신의 앎으로 체화된다. 당연히 주입식 교육은 한계가 있으며, 스스로 질문하고 배우는 과정이 앞으로 중요하다. 유동걸 선생님의 토론식 수업을 배우기 위해 지난 1일 수원의 혁신중학교인 명인중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사 연수에 참여해봤다.

우선 강의 시작하면서 '명패 만들기' 를 통해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법을 제시했다. 상대방에 대한 궁금증과 질문에서부터 열린 배움이 시작된다는 의미의 활동이다. 이후 강사인 유동걸 선생님은 명인 중학교 교사들에게 "명인중학교 하면 떠오르는 것은?" 하고 물어 보았다.

"아이들이 건강하다" "예의바르다" "정답다" "학급 수가 많다" "경치가 좋다" "급식이 맛있다" "혁신학교다" "정이 많다" 등의 대답을 교사들이 내놨다. 그렇다면, "혁신해서 좋은 점은?"이라는 질문으로 이어나가 봤더니 "서로 배려한다" "자유롭다" "배움의 공동체다" "소통한다" "형식이 간소화된다" "공감이 중요하다" "모둠수업을 많이 한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교사들도 흥미로운 토론 수업
▲ 함께 소통하고 배워나가는 토론 수업!! 교사들도 흥미로운 토론 수업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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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토론'이라고 불리우는 즉석 토론 방식은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다. 발언에 대한 비판이나 코멘트보다는 짧은 단상을 말하고, 질문을 이어나가는 형태다. 답이 없으면 자유롭게 통과해도 좋다. 수업에서는 '지난 시간에 배운 것 한 마디씩 하기' 혹은 '영상물 시청한 후 짧게 의견 말하기' 등으로 적용해 활용해볼 수 있다.

토론하면 '어렵다' 혹은 '찬반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주장하고, 논거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쉬운 방식이나 간단한 토론에서부터 천천히 젖어들게 만들어야 아이도 교사도 재미있을 수 있다.

'신호등' 토론 방법도 알려줬다. 아이들에게 빨강, 노랑, 초록색 종이를 나눠준 후 질문을 던지고, 답변 대신 자신의 견해를 보여주는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다. 찬성은 초록, 반대는 빨강, 중립은 노랑으로 보여주기만 한다. 이후 수준이 높아지면, 색깔에 대한 입장 및 반박까지 이어서 할 수 있다. '신호등 토론'은 바로 단순하게 색깔 카드만 보여주는 것도 토론의 영역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유동걸 선생님의 저서 <토론의 전사> <질문이 있는 교실>은 토론 수업의 입문서 혹은 지침서로 곁에 두고 볼 만하다. 토론의 철학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유용하다. 드라마와 영화 시와 문학 등 다양한 텍스트를 넘나들면서 어떻게 토론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읽기와 생각하기를 표현하는 행위가 바로 토론이 된다. 문제집이나 교과서의 주입식,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창조적인 살아있는 교육으로 나아가는 방식이 토론이다.

유동걸 선생님 스스로 문제집 풀이만 하는 식의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 현실에서의 고민에서 답을 찾아나가는 노력을 저서 및 강연에서 풀어내고 있다.

질문이 있는 교실, 강자들은 토론하지 않는다, 토론의 전사 등 토론의 가치, 철학 등을 담은 책들이다
▲ 유동걸 선생님의 다양한 토론 저서들 질문이 있는 교실, 강자들은 토론하지 않는다, 토론의 전사 등 토론의 가치, 철학 등을 담은 책들이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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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의 방식 중 '포토 스탠딩' 기법도 흥미로웠다. 광고지나 사진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광고 알아 맞히기, 사진 보고 질문 만들기, 질문을 던지고 그림에서 근거 찾기 등 자료를 적극 활용하는 토론 방식이다. 다양한 교과와 연계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창조성을 일깨우는 토론 방식이기도 하다. 통섭의 시대에 사고를 넘나들 수 있는 유연함을 키우는 토론이 된다.

"한 사람이 열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열 사람이 같은 한 권의 책을 읽고, 문답, 대화, 토의, 토론 하는 것이 효과적인 교육입니다"라고 유동걸 선생님은 말한다. 바로 토론의 정신이다. 질문과 토론이 매우 효과적인데 왜 우리는 질문에 익숙하지 않을까?

EBS의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교육의 문제점을 잠깐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치원, 초등학교때는 질문이 많다가 점차 궁금한 것들이 안 생기는 학교 교육은 분명 문제가 많다.

결론은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경직된 학교 교육의 시스템 때문이다. 시킨대로만 따르고, 수동적으로 살길 요구받는 아이들이 과연 건강한 자생력을 갖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 한다.

두 시간의 짧은 연수를 통해서 모서리 토론, 두 마음 토론, 시나리오 토론, 프렙, 원탁토론까지 방식 및 장점을 알아보았다. 교사들이 먼저 토론에 체화되고, 자연스럽게 변용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교실에서 토론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스승은 쓰잘데기 없는 존재들입니다. 스승을 뛰어넘고, 기존의 지식을 깨뜨릴 때 더 큰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내가 아는 것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나도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교육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정관념과 정해진 패러다임 속에서 앞으로 중요한 능력은 새롭게 질문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다. 정보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현대에 필요한 지식이 미래에 쓸모없어 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많이 아는가보다 활용하고 적용하고 질문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강의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활동하도록 교육하는 토론식 모델이 중요한 이유다.


태그:#유동걸, #질문이 있는 교실, #토론연수 , #교사토론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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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쓰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깁니다. 수원에서 작은 골목책방 "랄랄라하우스"를 운영하는 책방지기입니다. <타로가나에게들려준이야기> <좋아하는일을해도괜찮을까> <맛있는독서토론레시피> <사이판한달살기> <그림책은재밌다> <바람의끝에서마주보다> 등 열세권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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