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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호남 방문'과 관련해 논란이 뜨겁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담긴 여러분의 글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총선이 불과 일주일 정도 남은 지금, 한 가지 매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호남을 방문하지 않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행보다. 현재 문재인 의원은 수도권을 비롯해서 영남, 충청 등 새누리당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지역을 두루 방문하면서 연일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직 호남에서는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지난 대선에서 호남이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90%(광주 92% 전북 86.3% 전남 89.3%)가까이 지지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지금 상황은 매우 이상하다.

그리고 현재 문재인 의원은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유력한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격차도 상당하다. 그렇게 볼 때 차기 야권 대선 지지율 1위 인물이 야권의 대표적 지지기반인 호남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상한 수준을 넘어 심각한 문제다.

물론 그가 호남을 방문하지 않는 이유는 호남에서 강화되고 있는 반문재인 정서 때문이다. 김종인 대표를 비롯한 현 당권파들은 문재인 의원의 호남 방문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급기야 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광주 선대위에서 문재인 의원의 광주 방문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하였다.

이 정도면 문재인 의원은 현재 호남에 안가는 것이 아니라 못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야권 전체를 놓고 볼 때 과연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필자는 부정적이다. 그래서 다음의 3가지 이유 때문에 문재인 의원이 하루 빨리 호남을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남은 지금 문재인에게 하고 싶고 듣고 싶은 말이 많다

첫째, 문재인 의원의 현재 행보는 야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그는 호남에서 90%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현재 차기 대선 지지율에서도 야권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광주에는 한국 민주화의 상징인 5.18 국립묘지가 있다.

그러므로 그가 5.18 국립묘지를 참배한 후 호남사람들에게 자신의 비전과 구상을 설명하는 것은 필요하다. 아무리 그가 현재 당대표에서 물러났다고 해도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정치지도자다.

물론 그가 호남행을 주저하는 데에는 김종인 대표의 반대와 해당 지역 출마자들의 미온적 태도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변명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단적으로 지금처럼 호남을 우회하고 호남을 피한다고 해서 과연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올라가고 반문재인 정서가 약화되는가? 아니다. 

그리고 호남에서의 반문재인 정서를 고려하여 김종인 대표가 대신 호남지역을 챙기고 있지만 이것은 큰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김종인 대표가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는 호남이 원하는 미래 권력의 상징이 될 수 없는 인물이다. 김종인은 조력자가 될 수 있지만 주역이 될 수는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문재인 의원은 그렇지 않다. 그를 지지하든 혹은 비판하든 지금 호남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고 그에게 듣고 싶은 말도 많다. 혼돈에 빠진 야권의 현재 상황, 2017년 대선을 앞둔 야권의 향후 대책 등 야권의 미래를 둘러싼 큰 이슈들이 있다. 문재인 의원은 이와 같은 중요한 과제 해결에 있어 중심적 역할을 해야만 한다.

호남이 진짜 문재인 의원에게 관심이 없다고 한다면 무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호남은 그를 비판하는 것이지 무대응을 하지 않는다. 문 의원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상당하다고 해도 이것을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대처해야만 한다. 그것이 호남에 대한 도리이다.

진보 야권의 전통적 지지 기반 분화 막아야 한다 

둘째, 야권의 앞 날을 위해서라도 문재인 의원은 호남을 방문해야 한다. 현재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의 분화는 민주당 계열 정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과 운동권 사이의 분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 동안 민주당 계열 정당은 '호남 + 운동권'의 기본적 토대 위에서 외연 확장을 했다. 그 결과 현재 야권의 모태가 되는 1987년 평화민주당 시절보다 당세가 많이 확장되었다. 그런데 2003년 민주당 분당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두 세력 사이의 반목은 야권의 외연 확장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최근 보수 세력의 노골적인 태도에서 알 수 있듯이 야권의 분열과 반목은 진보 야권의 약화를 초래하는 제1 요인이다. 현재 야권연대는 사실상 무산되었지만 총선 후라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진보 야권 내에서 다양한 토론이 전개되어야 하고 정치 세력들 사이의 과감한 결단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문재인 의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는 현재 진보 야권의 한 축인 소위 운동권(광의의 친노)의 가장 큰 지지를 얻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의원은 현재의 호남민심 이반 현상을 그냥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호남과 소통하지 못하면 그의 역할은 매우 제한될 것이며 심지어 아무런 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 이것은 그의 대권가도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다. 야권의 핵심 지지기반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분리되기 시작하면 앞으로 두 세력 사이의 화합과 단결은 매우 힘들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현재 친노 운동권 세력의 대표주자인 문재인 의원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오히려 호남과의 소통을 강화해야만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셋째, 지금처럼 호남을 우회하고 회피하는 방식으로 일관한다면 맹목적 반노 이데올로기의 무리한 주장에 오히려 날개를 날아주는 것이 된다. 현재 호남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문재인 정서의 핵심은 무기력한 야권에 대한 실망에 근거한다. 거기에 문재인 의원이 보여준 여러 가지 실책이 겹치면서 지금은 엄연한 실체로서 존재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지지층의 실망에 근거 하여 친노와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 과도한 감정적 적대와 증오를 부추기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야권의 외연확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영남과 강원도 등 야권의 약세 지역에서 국민의당은 야권 전체의 외연확장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수도권과 충청권 등 야권의 전략지역에서는 안철수 대표 이외의 추가 당선자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

이처럼 반노이데올로그들의 주장은 여러 가지 약점이 많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가 이들의 논리를 그냥 수수방관하면 결과적으로 이들의 논리를 오히려 강화시켜주는 것이 된다. 더군다나 이와 같은 그의 행보는 문재인 의원 지지자들에게도 잘못된 사인을 보내게 되어 결과적으로 앞으로의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의원은 현재 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에 올라 있을만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매우 많다. 그런데 이들은 호남 내의 맹목적 반노 이데올로그들의 무리한 주장에 상당한 피로감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면서 호남 내에 존재하는 반문재인 정서의 본질을 이해하려기보다 이를 지역담론으로 격하시키는 등의 맞대응을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악순환이다. 상대측 극단적 주장의 오류를 근거로 하여 그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서 외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수도 있다. 이것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겸허한 자세로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이것이 제1야당이 취해야 할 태도라고 판단되며 야권 전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필자는 문재인 의원이 호남을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신기 기자는 사회학 박사이며 김대중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태그:#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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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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