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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거래중지계좌의 복구가 어려운 점을 빌미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은행들은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거래중지계좌를 해지하려는 고객들에게 자동이체나 급여계좌로 바꿔 쉽게 복구할 것을 권유했다. 은행입장에서는 고객을 유치하면서 실적도 쌓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거래중지계좌는 통장 잔액과 기간 별로 다르게 설정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만 원 미만 금액을 넣어두고 1년 이상 거래를 안 하면 거래중지계좌로 바뀐다. 만 원 이상의 금액은 1년 이상, 10만 원 이상이면 5년 이상이다.

장기미사용 계좌의 거래중지계좌제도 시행안내. 홈페이지 캡처 화면.
 장기미사용 계좌의 거래중지계좌제도 시행안내. 홈페이지 캡처 화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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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은 거래중지계좌를 풀려면 신규가입과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거래계좌로 돌리려는 목적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증빙자료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은행으로 급여계좌를 옮기거나 자동이체를 옮겨 놓으면 신청서류 작성으로 입증자료를 대체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은 장기 미사용으로 인한 거래중지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악용하는 것을 우려해 재개설 요건을 강화했다. 은행들은 이런 정책을 기회로 삼아 고객들에게 급여·공과금 이체 등 부수거래나 적금 등 금융상품 가입을 권하고 있다.

거래중지계좌 복구하러 은행 갔더니...

"직장인이라면 급여계좌로 돌리세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통장이 있어 복구를 위해 우리은행 여의도지점을 찾았는데 급여계좌 등록을 권유 받았다.

이날 우리은행 직원은 "직장인이라면 급여계좌로 등록해 놓는 것이 좋다"며 "거래중지계좌는 별도의 증빙자료를 준비해서 복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급여계좌의 목적으로 등록하면 급여명세표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급여명세표나 재직증명서, 직장건강보험증, 사원증 중 하나와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면 사용계좌로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잠시 망설이자 이번에는 자동이체를 권유했다. 그는 "거래중지계좌로 편입되지 않았더라도 사용 횟수가 적다면 자동이체를 등록해 놓는 것이 낫다"고 했다. 생활비 통장으로 복원을 원한다면 자동이체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아파트 관리비나 보험료, 통신비 등이 해당한다.

하나은행은 신용카드 결제계좌로 지정하면 복구가 쉽다고 했다. 하나은행 여의도지점 직원은 "급여통장이나 자동이체 목적이 없는 단순한 입출금이라면 추가증빙 없이 입증이 어렵다"며 "결제계좌로 지정하면 자동이체 출금의 목적이 돼 복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만일 지점에서 추가 증빙자료가 없이 복원을 하게 되면 인터넷 모바일 뱅킹 등 입출금 한도는 30만원, 창구 거래는 100만원 이하로 거래가 제한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급여계좌·주거래 은행 유치 '포석'

은행들은 고객과의 거래가 끊어지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 번거로운 절차로 거래중지계좌를 해제하는 것보다는 급여계좌나 자동이체 등을 권유하면 고객 확보는 물론 수수료 수익, 직원 개인의 실적으로도 연결된다.

특히 급여계좌는 주거래은행 고객 등으로 변환에 용이하다. 이들 고객을 유치하면 고객들의 각종 공과금 및 카드요금의 자동이체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은행영업의 최전선으로 꼽힌다.

기업은행 쪽은 "은행영업의 기반은 고객"이라며 "자동이체 등에서 생기는 수수료는 물론 고객의 계좌를 통한 인터넷이나 스마트 뱅킹의 상품추천 등도 가능하다"고 했다.


태그:#거래중지계좌, #고객유지, #우리은행,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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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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