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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선 연구사가 자양취수장에 설치된 반달말 생물감시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지선 연구사가 자양취수장에 설치된 반달말 생물감시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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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모니터에 돌아다니는 게 보이시죠? 저 아이들이 바로 서울 시민 생명수인 아리수를 지키는 '기미상궁'들입니다."

지난 22일 한강 아리수정수센터 자양취수장 수질실험실. 한 기계장치의 모니터에 뜬 반달 모양 물체들이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하는 듯하다.

이 물체의 정체는 '반달말'. 모니터의 물체는 반달말을 귀엽게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고, 실제 작디작은 반달말들은 그 아래 녹색 수조에서 맘껏 유영하고 있다.

반달말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한 종류. 오염된 물을 만나면 광합성 효율이 확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즉, 물에 유해물질이 유입되면 광합성 효율이 달라져 수질오염이 의심되는 것이다.

반달말 생물감시장치는 지난 2012년 강북취수장에 처음 도입된 뒤, 작년 자양취수장에도 설치되어 한강물 속의 중금속과 농약 등을 감시하고 있다.

반달말·물벼룩·전기활성미생물 '생물감시장치 3형제'

반달말과 같이 생물을 이용하는 생물감시장치에는 물벼룩과 전기화학적 활성미생물 등 2가지 종류가 더 있다.

풍납취수장에 설치된 물벼룩은 작은 용기 안에 넣어놓으면 유해물질이 들어올 경우 죽거나 움직임이 둔해져서 오염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 주로 살충제와 중금속을 감시한다.

암사취수장에 설치돼 주로 생활하수를 감시하는 전기화학적 활성미생물은 유해물질을 만나면 전류가 급격하게 약해지는 특징 때문에 생물감시장치로 쓰인다.

임금 수라상에 독이 들어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리 맛을 보는 '기미상궁'처럼, 사람이 마셔도 되는 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사람 대신 희생한다는 의미에서 '기미상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생물감시장치는 하나의 강을 여러 나라가 같이 사용해야 하는 독일이나 네덜란드 같은 유럽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구의취수장(지금은 없어짐)에 도입된 물벼룩이 최초다.

현미경으로 본 물벼룩의 모습(왼쪽)과 수조 안에서 물벼룩이 이동한 궤적(오른쪽).
 현미경으로 본 물벼룩의 모습(왼쪽)과 수조 안에서 물벼룩이 이동한 궤적(오른쪽).
ⓒ 서울물연구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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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의 장비로 다양한 유해물질 감지 가능

그럼, 기계장치로는 이 같은 유해 독성물질을 감지할 수 없을까.

한지선 서울물연구원 연구사는 "그렇지는 않다"고 손사래 치며 "이미 취수장마다 페놀, 시안 등 7가지 유해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장비가 설치돼있다"고 말했다.

한 연구사는 "다만 이렇게 특정한 한 가지 물질만 분석하는 장비로는 다양한 종류의 유해물질들을 감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생물감시장치는 여러 가지 유해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한 대의 장비로 다양한 유해물질을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물감시장치가 경고를 한다고 해서 곧바로 한강물에 이상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

물벼룩 생물감시장치의 경우, 보통 기계 하나에 물벼룩을 10~12마리 정도 넣고 그 중 8마리 이상이 죽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경보가 울린다. 다 죽어서 다시 넣었는데 또 죽거나, 다른 장비에도 튀는 값이 나온다든지 하면 이상상황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한강물에 취수를 중단해야 할 만한 이상상황은 없었다. 한강은 수량이 풍부한데다 다른 강과 달리 유해물질이 유입되기 쉬운 공장지대도 없기 때문이다.

정희중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주무관은 "한강물은 지금까지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져 왔지만 미지의 유해물질이 존재할 수도 있고 테러의 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기계가 미처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생물감시장치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지선 연구사가 한강 수질을 검사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한지선 연구사가 한강 수질을 검사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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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생물감시장치, #반달말, #물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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