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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부산 중구 동광동에 천막 선거사무소 앞에서 이선자 무소속 후보가 중구청의 사무소 강제 철거에 항의하고 있다.
 28일 오후 부산 중구 동광동에 천막 선거사무소 앞에서 이선자 무소속 후보가 중구청의 사무소 강제 철거에 항의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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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동광동 1가 19-2'

부산 중·영도구에 출마한 무소속 이선자 후보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선거사무소의 주소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주소를 찾아가면 생경한 풍경이 펼쳐진다. 도시철도 남포역 7번 출구 앞 도로 한가운데 교통섬을 이 후보는 선거사무소로 등록했다.

바로 이 도로 한복판 선거사무소 때문에 이 후보와 중구청은 힘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는 정식으로 등록된 선거사무소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태도인 반면, 중구청은 도로법에 저촉되므로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 후보가 설치하면, 구청이 철거하는 장면은 28일에도 반복됐다.

이 후보 측이 지난 25일에 이어 이날 오후 천막을 다시 들고 와 설치를 시작하자 주변에서 기다리고 구청 공무원들은 10여 분만에 천막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양쪽 사이의 고성이 오갔고 가벼운 몸싸움도 벌어졌다. 경찰까지 개입해 천막 설치가 불법이라며 구청의 편을 들었다.

이 지역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출마한 곳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새누리당이 설치해도 이렇게 철거를 하겠나"며 분통을 터트렸다. 구청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막 선거사무소를 설치한 자리에 다시는 천막을 치지 못하도록 화분을 가져다 놓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선거법에선 천막 사무소 가능하지만 도로법은 안돼

28일 오후 부산 중구 동광동에 천막 선거사무소 앞에서 이선자 무소속 후보가 중구청의 사무소 강제 철거에 항의하고 있다.
 28일 오후 부산 중구 동광동에 천막 선거사무소 앞에서 이선자 무소속 후보가 중구청의 사무소 강제 철거에 항의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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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법적으로 어느 한 쪽만을 잘못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데 있다. 공직선거법은 제61조에서 "선거사무소와 선거연락소는 고정된 장소 또는 시설에 두어야 하며 식품위생법에 의한 식품접객영업소 또는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한 공중위생영업소 안에 둘 수 없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식당과 목욕탕 같은 곳만 아니면 설치할 수 있다는 소리이다. 

도로법 제74조는 도로의 통행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는 경우 도로에 있는 적치물 등을 제거할 수 있다고 정해놓았다. 구청이 선거사무소를 불법 적치물로 판단한다면 즉각 철거가 가능한 셈이다.

양쪽이 서로 다른 법 조항을 들고서 싸움을 벌이지만 선관위는 별달리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영도구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과 도로법이 서로 대등한 법률인 만큼 어느 쪽이 우선한다고 선관위가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 "공직선거법에서 허용한다고 해서 도로법 규정을 무시할 수도 없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선거사무소 확보부터 애먹는 군소후보들 곳곳서 천막

녹색당 하승수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천막 선거사무소.
 녹색당 하승수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천막 선거사무소.
ⓒ 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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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사례는 부산이 처음은 아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천막 선거사무소를 설치한 후보 중에 법률전문가들도 섞여 있다는 점이다. 전북 익산시장 선거에 나선 김은진 무소속 후보는 도로에 천막 선거사무소를 설치해 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선거법상 문제가 없다는 견해인 김 후보는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다.

서울에서는 종로구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하승수 변호사가 광화문 광장에 천막 선거사무소를 설치했다. 설치 이유도 "막대한 선거자금이 필요한 현행 선거제도를 바꾸겠다"는 이 후보의 뜻과 같다. 다만 서울에서는 이를 문제 삼던 경찰이 한발 물러나 천막 선거사무소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 정도가 다르다.

군소후보들이 천막을 찾아 들어가는 것은 홍보 효과도 있겠지만 막대한 선거 비용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한 달 남짓한 기간만 사용하는 선거사무소에 많게는 수 천만 원의 임대료가 발생해 정치 신인이나 군소 후보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어왔다. 현행 선거법은 유효득표수의 15% 이상을 얻어야만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세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선거 사무실 임대료는 보전 대상에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선거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선거 사무소 설치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손동호 2016부산총선시민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선거사무소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유력 정치인들은 수백 평의 선거사무소를 써도 문제가 없지만, 군소 후보들은 선거사무소 확보부터 애를 먹고 있다"며 "가난한 사람은 출마도 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는 선거법을 일정 부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천막선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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