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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 구글 딥마인드 화면 알파고는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 구글 딥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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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후 인간들은 많은 말들을 하고 있다. 요약하면 승부의 결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과, 인공지능이 미래에 인간 세상에 가져다 줄 영향 즉, 기대와 우려에 관한 내용이다.

경기결과에 관한 의미에 대해서는 짧게 언급하고 금융시장 관해서는 중요한 부분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대국 기간 내내 '인간(인류)'란 용어가 계속 사용되었다. 즉 인간대표(인류대표)와 인공지능의 대결 등과 같이 인간의 자존심을 자극하면서 마치 천하를 놓고 대결하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을 연상케 할 정도의 분위기를 만들어갔고, 언론의 이런 영향으로 초반에는 충격일변도의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여기서 인간이나 인류를 '인체'란 말로 바꾸면 해석이 더욱 명쾌해진다. 인간의 뇌도 결국 인간 몸이기 때문에 인간의 신체의 일부인 인간의 뇌(인체)가 바둑경기에서 인공지능에게 패배했다는 것에 대해 자존심 상할 일도, 더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는 인간이 만든 기계인 자동차보다 빠를 수 없으며 아무리 힘이 센 천하장사라 해도 인간이 만든 불도저보다 더 힘이 셀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에 대해 사람들은 차보다 느린 우사인 볼트를 슬퍼하고 불도저보다 느린 천하장사에 충격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그 기계를 만든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그 기계의 혜택을 누리고 사는 것이다.

그리고 설사 이번에 이세 돌 9단이 승리했다고 해도 다음에는 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기계의 발전 속도에 추월당하고 마는 것을 지금까지 기계문명사가 증명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특히 범위를 좁혀 증권거래시장에 인공지능이 등장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화두에 많은 전문가들이 나름의 주장들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본질을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지난 대국에 즈음(이후)하여 금융계도 위기감을 갖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재도 금융시장에서는 부분적이거나 한정된 기능의 (유사)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데이터의 처리나 기계적 매매에 활용하고 있다고는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고도의 인공지능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각자 다짐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들은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대해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증권시장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바둑의 경우의 수가 10의 170승이라고 한다. 즉, 10의 10승이 100억이기 때문에 100억을 17번 곱한 수가 되기 때문에 거의 무한대로 봐야 된다. 그렇다면 이런 무한대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판에서 알파고가 인간을 이겼기 때문에 증권시장에서도 알파고가 인간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기대를 하는 사람도 많은데, 사람들은 증권시장의 중요한 속성을 놓치고 있다.

다시 말해, 바둑에서는 무한대의 경우의 수가 있다고는 하지만 변치 않는 바둑의 룰이 정확히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승패'나, '패'싸움의 룰 등 다양한 규정이 존재하고 이 룰에 의거해 수많은 바둑경기를 빅데이터에 입력하여 학습시킴으로 인간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증권시장은 오르내림에 대한 의무적 규정이 없다. 어떤 주식이 올라야 되고 어떤 주식이 내려야 되는지 정확한 룰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답도 없다. 다만 좋은 회사가 오르고 나쁜 회사가 내릴 '가능성'만 존재하는데 이것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속임수가 난무하고, 악재를 호재로 호재를 악재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전에는 이런 주식이 올랐는데 지금은 내리기도 하고 또 미래에는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둑으로 치면 집이 많이 난 사람이 바둑에 이기게 되는데 알파고가 유리한 상황이 될 때 룰을 바꿔 '집을 적게 낸 사람이 이긴다'라든지 바둑 진행 중에 패의 룰을 바꿔 버린다든지 아니면 속임수를 쓴다든지 할 경우 과연 머리만 좋고 순진한 인공지능이 간교한 인간을 이길 수 있을까? 못 이길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상황을 지식, 이성, 감성, 학습효과, 심리학적 사고, 철학적 사고, 직관, 영성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 만약 이런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있다면 바로 사람이다. 아마도 21세기 내에는 이런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둘째, 만약 언급한 사람의 속성을 그대로 가진 뛰어난 인공지능이 증권시장에 도입될 경우 어떤 일이 생길까?

사람들은 마치 구세주라도 될 듯이 기대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재앙이다" 라고 감히 말 할 수 있다. 특히 힘이 약한 개인투자자들은 더욱 그렇다. 왜 그런가를 설명해 보자. 인공지능은 인간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고,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

그러나 게임세계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물론 도박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게임의 동일 수단 무용론'이란 용어를 만들어 보자. 예를 들어 청동기와 철기 시대를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철기의 등장으로 인간의 생활은 더 윤택해졌지만, 국가 간 전쟁은 어떤가? 처음에 철기를 발견한 종족과 국가는 청동기에 비해 뛰어난 철제무기로 주변 국가를 점령해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철제무기가 보편화 되어 결국은 모두에게 득도 실도 없는 결과가 된다. 나아가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청동무기'보다 더 비싼 '철 무기'로 무장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주식투자는 '내가 싸게 사서 상대에게 더 비싸게 파는 게임'의 원리로 작동되고 철저한 제로섬의 구조다. 그러기 때문에 증권투자에 도움을 주는 그 어떤 수단이 등장한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즉, 처음에는 그것을 가진 자만 유리하고 시간이 경과하여 보편화되면서는 무효화 된다는 것이다. 이는 증권시장 스스로가 증명해 오고 있는 사실이다.

시장참여자들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주식투자에 관한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지만, 과거에 비해 주식의 수익률이 높은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낙오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머리를 쓰고 더 노력을 해야 해 고달프기만 하면서 결과는 같다. 이런 증권시장의 현상을 요약하면 "대중투자가들은 과거에 손실을 입었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도 계속 될 것이다"로 함축된다. 

사실이 이럴진대,  초기에는 인공지능이, 거액의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 금융기관, 큰손 등의 전유물이 되어 증시의 약자들인 대중투자가들을 괴롭힐 것이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대중화 될 경우 참여자들 모두에게는 인공지능을 구매하는 비용만 더 추가될 뿐이다. 현재 증권시장에 투자자들이 지불해야 되는 의무화 비용은 거래세와 매매수수료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보편화 되면 매매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고정성비용만 증가하여 투자자들을 더 불리하게 만들 것이다.   


태그:#임공지능, #알파고, #소모적 경쟁,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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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의 소시민입니다.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아 경실련 창립회원으로 활동한바 있고, 중앙위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주식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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