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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살면서 많은 사람들은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볼 것이다. 자신이 뭔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느껴질 때, 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사랑하는 애인과 헤어졌을 때, 자신의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될 때 등.

부질없는 상상일 수 있지만, 이럴 때면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 컴퓨터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멈추면 '리셋' 시키듯이 자신의 과거도 특정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더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어쩌면 더 심하게 꼬여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상상해 보고 싶다. '10년 쯤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연인을 찾아 과거로 내려가는 주인공

겉표지
▲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 겉표지
ⓒ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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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일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바로잡고 싶을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서 명문대학입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할 수도 있고, 또는 반대로 신나게 놀 수도 있겠다. 당시에 못했던 취미생활을 할 수도 있고, 동경했던 악기를 배울 수도 있다.

아니면 직장생활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하려고, 그래서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과거로 내려가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수도 있다. 그건 헤어진 연인 또는 자신이 좋아했지만 다가가지 못했던 이성일 가능성이 많다.

그때 그 이성에게 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들, 그래서 지금 후회가 되는 일들을 과거로 돌아가서 시도해보는 것이다. 물론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른다. 그래도 과거로 돌아간 김에 일단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관계가 회복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최재원의 2016년 작품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서 헤맨 나날들>에서 이런 상황이 생긴다. 주인공은 30대 후반의 '돌아온 싱글'이다. 5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이제 막 이혼을 한 상태다.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던 날, 이상한 편지를 한 통 받는다. 오래전에 헤어졌던 연인에게서 온 편지다. 그동안 연락이 없던 그녀는 편지에서 '나를 다시 만나려고 하지 말고, 우리의 과거도 안타까워 하지마'라고 말한다.

여기에 엄청난 호기심을 느낀 주인공은 과거로 떠난다. 과거로 가게 해주는 물건은 오래전에 한 점쟁이에게서 받았던 부적이다. 과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단 30일. 그때까지 돌아오지 못하면 시공간 안에 갇히게 된다.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서 예전의 연인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려고 한다. 잘 된다면,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녀가 자신의 아내가 되어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시간여행이 가진 여러 가지 문제점

시간여행이 가능한지의 여부는 둘째치고, 시간여행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도 바뀐다. 문제는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 과거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면? 자신의 직장이 부도가 났다면? 극단적으로 전쟁이 터져버렸다면?

시간여행을 다룬 작품들은 많다. 공포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은 <11/22/63>에서 존 F. 케네디의 암살을 막으려고 주인공을 과거로 내려보낸다. 그리고 그 결과 바뀌어버린 현재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렇더라도 시간여행에는 호기심이 생긴다. 가능하다면, 그리고 이런 제안을 받아서 미래와 과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래가 아닌 과거로. 무언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면,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나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과거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돌아간 과거에서 또 다른 아픔과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 최재원 지음. 황금가지 펴냄.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 - 제1회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 당선작

최재원 지음, 황금가지(2016)


태그:#스테파네트 아가씨, #최재원,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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