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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라에서 카주라호로 가는 기차
 아그라에서 카주라호로 가는 기차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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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으로 가기 전 호텔에 들러 점심식사로 도시락을 챙긴다. 아그라 칸톤먼트역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다.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시내에서 칸톤먼트(Cantonment)라는 지명을 자주 만나게 된다. 칸톤먼트는 영국군이 주둔했던 지역을 말한다. 그러므로 칸톤먼트는 대개 도시의 신도시 지역에 위치한다. 우리는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기차역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가 탈 기차는 우다이푸르를 전날 10시 30분에 출발해, 오전 6시 15분에 자이푸르에 정차한 다음, 오전 11시 45분에 아그라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런데 기차가 예정보다 15분 정도 늦게 도착한다. 우리는 현지 포터들의 도움으로 쉽게 자리를 찾아가 앉는다. 한 칸에 6개의 좌석이 있는 침대차다. 마침 두 명의 인도인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들은 괄리오르(Gwalior)까지 간다고 한다.

다티아 고성
 다티아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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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답게 헐렁하고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장신구로 치장을 했다. 괄리오르까지는 1시간 45분 정도 걸리니 그들이 내리고 나면 좀 더 편안히 갈 수 있을 것 같다. 기차가 괄리오르를 출발하자 나는 출입구 쪽으로 가 밖을 살펴본다. 이곳에서 잔시(Jhansi)까지 1시간 반 정도는 바깥 풍경을 보며 가려고 한다. 기차는 단선이고, 선로 좌우의 논과 밭에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라자스탄주에 비해 이곳 마디아 프라데시(Madhya Pradesh)주가 좀 더 비옥해 보인다.

이 기차는 작은 도시에서는 5분 정도, 큰 도시에서는 15분 정도 정차한다. 중간에 다티아(Datia)를 지나면서 보니 구릉 위로 고성이 하나 보인다. 이 성은 1614년 비르 싱 데오(Vir Singh Deo, 재위 1605~1627)에 의해 건설된 인도 무굴양식의 왕궁이다. 이 왕궁은 철재와 목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돌로만 지은 궁성으로 유명하다. 멀리서 보아도 고색창연함을 알 수 있다.

배낭여행을 하는 고등학교 음악교사

잔시역의 인도인 가족
 잔시역의 인도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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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시를 지나면서 나는 다시 객실로 들어와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옆에 창쪽으로 한국인 배낭여행객이 책을 읽고 있다. 평택에 있는 비전고등학교 음악교사로 방학을 이용해 24일 정도 인도를 여행하고 있단다. 나는 그에게 배낭여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두 가지로 대답했다. 첫째는 다양한 문화를 알기 위해서란다. 둘째는 세상을 보는 안목 즉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란다. 역시 젊은이다운 여행관이다.

두 번째 그가 해온 여행 코스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서울에서 방콕을 거쳐 델리로 들어왔다고 한다. 여행지는 북인도로 잡아 델리-자이푸르-자이살메르-우다이푸르-아그라를 여행했단다. 그리고 지금 아그라에서 카주라호로 간 다음, 바라나시와 델리를 여행하고, 서울로 돌아갈 거란다. 그럼 아그라에서부터 우리와 같은 코스를 여행하는 셈이다. 나는 그에게 지금까지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자이푸르의 학생들
 자이푸르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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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는 자이푸르에서 영화관을 찾은 것이라고 말한다. 인도 영화는 장르에 따라 액션, 전쟁, 멜로, 뮤지컬로 구분된다. 입장료는 150루피 내외로 우리 돈으로 3000원이 안 된다. 그가 영화관에서 체험한 특별한 경험은 관객들이 박수 치고 환호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인도인들에게 영화감상은 오락과 엔터테인먼트이면서 동시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인 모양이다.

두 번째 인상 깊었던 것은 자이살메르에서의 낙타 사파리였다고 한다. 낙타 사파리는 타르사막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특별한 체험이었지만, 추위 때문에 너무 고생을 했다고 한다. 고생한 이유는 500루피의 값싼 프로그램에 참가했기 때문이란다. 쿠리(Khuri)에서 낙타를 타고 1~2시간 사막으로 들어간 다음, 그곳에서 1박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잠자리에 얇은 담요 하나만 제공되어 밤새 추위에 떨었다고 한다. 아침에 해가 뜨는데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고 하니, 사막의 추위를 짐작할 만하다.

다샤슈와메드 가트로 가는 사람들
 다샤슈와메드 가트로 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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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고 해서, 나는 이번 쇼팽 콩쿠르에서 1등을 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해 물어보았다. 조성진의 연주 스타일이 어떤지? 그가 보기에 조성진의 연주는 표준(Standard)에 가까웠다고 한다. 쇼팽의 곡에 충실한 정직한 연주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글렌 굴드처럼 개성적으로 연주할 수도 있고, 곡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조성진은 기교를 부리지는 않는 방법으로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 같은 음악애호가들 수준에서는, 음악을 듣고 특징과 개성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는 음악선생답게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말한다.

이제 나는 그에게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물어본다. 그는 다음 목적지인 카주라호에서 자전거를 빌려 사원을 한 바퀴 돌 계획이란다. 그리고 바라나시에서는 아르티 푸자도 보고, 가트에 가서 화장하는 모습도 볼 예정이란다. 그럼 바라나시 정도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바라나시에서 이틀을 묵기 때문이다. 후일담이지만 우리 회원 중 한 사람이 그를 다샤슈와메드 가트 가는 길에서 보았다고 한다.

인도의 강물
 인도의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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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도시락에 여유가 있어, 우리는 그에게 점심으로 도시락 하나를 건넨다. 그리고 이곳에서 대학생 네 명이 한 팀을 이룬 배낭여행객을 만났다. 그들에게도 도시락 두 개를 건네면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교사 배낭여행자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하다 보니 고생을 좀 하는 것 같았다. 먹는 것도 부실하고, 호텔도 열악하고... 한 학생이 설사로 고생까지 하고 있었다.

인도 여행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물이 깨끗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 내내 페트병에 든 물만 마셨다. 호텔에서는 매일 물이 1병씩 제공되었고, 차에서도 매일 1~2병의 물이 제공되었다. 여행기간이 건기고 기온도 높지 않아 물이 많이 먹지 않았고, 그 때문인지 우리 팀에서 배탈이 난 사람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인도를 여행한 사람들이 추천하는 시원한 라씨 한 잔 마셔보질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여행이 인도 체험으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마호바역 풍경

마호바역 풍경
 마호바역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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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오후 6시쯤 마우라니푸르를 출발한다. 1시간 30분쯤 지난 7시 30분이 넘어서 기차가 마호바(Mahoba)에 도착한다. 기차가 계속 연착을 하고 있다. 더욱이 마호바에서는 오랫동안 정차한다. 그것은 마호바에서 동쪽 알라하바드(Allahabad)로 가는 기차와 남쪽 카주라호로 가는 기차가 갈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역에 내려 인도 서민들의 여행 모습을 살펴본다.

사람들이 역 플랫폼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음식 장수가 수레에서 먹을 것을 팔고 있다. 밤이 되어 기온이 낮아져선지 대부분 사람들이 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밤인데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궁금하다. 플랫폼에는 또 소까지 들어와 어슬렁거린다. 그래도 내쫓는 사람이 없다. 한쪽에는 키오스크 형태의 가게도 있다.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할 일을 한다.

카주라호역
 카주라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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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가 되어서야 기차가 출발한다. 이곳에서 카주라호까지는 45분 정도 걸리니 8시 45분은 되어야 카주라호에 도착할 수 있다. 예정보다 한 시간 정도 늦는 것이다. 우리는 카주라호에서 8시부터 하는 민속공연을 보기로 예약을 해놓았다. 가이드는 공연장에 연락해 공연시간을 한 시간 뒤로 늦춘다. 기차에서 내려 공연장까지는 버스로 15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9시 10분이 되어서야 카주라호 민속공연장에 도착한다.

카주라호에서 민속춤 공연 보기

▲ 카주라호 민속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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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주라호 민속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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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민속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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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으로 들어가자마자 공연이 시작된다. 내용은 인도의 민속춤(folk dances)으로 1시간 정도 공연할 예정이다. 인도 민속춤은 고전무용(classical dances)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으며, 9~12가지로 나눠진다. 대표적인 것이 타밀나두 지방의 바라타나티얌(Bharathanatyam), 우타 프라데시 지방의 까탁(Kathak), 서 벵골 지방의 가우디야 느리티야(Gaudiya Nritya), 케랄라 지방의 까타칼리(Kathakali), 안드라 프라데시 지방의 쿠치푸디(Kuchipudi), 오딧샤 지방의 오딧시(Odissi), 아삼 지방의 사트리야(Sattriya), 펀잡 지방의 방그라(Bhangra)다.

이들은 대개 종교적인 의식이나 행사 때 추어지던 춤으로, 나중에 지리적, 인종적, 민속적 요소가 가미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했다. 중간 중간 의상을 바꾸기 위해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한 시간 동안 이들 민속춤이 공연되었다. 그런데 인도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인지, 그게 그거 같았다. 더운 지방의 춤 치고는 상당히 움직임이 많고 역동적이다. 그것은 고전무용에 대중성을 부여하기 위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커플 댄스
 커플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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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보니 한 발을 들어 올린 채 두 팔을 위로 뻗는 포즈가 가장 기본적이다.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양팔을 ㄴ자 또는 ㅡ자 형태로 만드는 포즈도 자주 보인다. 이런 무용을 할 때 악기를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도구를 들고 함께 추는 군무도 보인다. 서커스처럼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추는 춤도 있다. 남녀가 쌍을 이뤄 추는 춤도 자주 보인다.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이야기를 토대로 하는 춤도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춤이라는 것이 내용으로 감동을 준다기보다는 움직임으로 느낌을 전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선지 한 시간 공연이 금방 지나간다. 회원 중 일부는 낮 동안 기차에 시달리느라 잠이 들었다고 한다. 공연이 끝나고 나니 오후 10시 10분이다. 가이드에게 민속춤 관련 자료가 없느냐고 물으니, 없단다. 그런 면에서 인도의 여행 인프라는 아직도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도구를 갖고 추는 춤
 도구를 갖고 추는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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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해 정말 늦은 저녁을 먹었다. 인도에서 오후 10시 넘어 먹는 저녁이 벌써 두 번째다. 카주라호는 인구 2만 3000명 정도의 소도시여서 일류 호텔은 없다. 그래도 인도답게 호텔의 정원이 넓고 수영장까지 있다. 그러나 기온이 낮아 수영장은 그림의 떡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하룻밤을 자고 내일 오전 카주라호 시내 동쪽과 서쪽에 나뉘어 분포해 있는 에로틱 사원들을 구경할 것이다.


태그:#아그라-카주라호 기차, #다티아 고성 , #마호바, #배낭여행자, #카주라호 민속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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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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