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최근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원내 제 1, 2, 3 당에서 모두 극심한 공천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들의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이와 같은 공천갈등은 비단 이번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매 선거 때마다 나타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현상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래서 이에 대한 원인 분석을 시도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배후로 특정 세력의 패권주의가 항상 거론된다. 그런데 이 기사들을 보면 대부분 패권주의를 언급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사실 패권주의는 너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따로 분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필자는 이와 같은 패권주의 개념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고, 이것이 작동되는 매커니즘을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서는 이와 같은 사실에 초점을 맞춰서 현재 각 당 공천 잡음의 원인을 패권주의 개념과 결부해서 분석해보려고 한다.

패권주의는 왜 나타날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 경제콘서트 '더 드림(The Dream)'행사를 마친 후 나오다 공천에서 배제된 정청래 의원의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 거센 항의받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 경제콘서트 '더 드림(The Dream)'행사를 마친 후 나오다 공천에서 배제된 정청래 의원의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패권주의는 냉전시대 중국이 강력한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미·소 양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에서 사용한 용어다. 지금은 그 뜻이 확장되어 패권주의는 복수의 주체 사이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세력이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려는 태도 일반을 포괄한다. 그래서 패권주의는 일상 생활에서도 흔히 사용된다.

그러면 정당 내에서 패권주의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정치의 고유 업무 중의 하나는 바로 세력을 모으는 일이고, 더 많은 세력을 모으는 쪽이 당의 지배권을 갖고 정권도 잡게 된다. 그래서 특정인과 집단이 세력 확장을 시도하는 것, 그 과정에서 지배 세력이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고 당연한 일이다. 다수파가 존재한다고 해서 이것이 패권주의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힘 있는 다수파는 정치사회적 자원 동원 능력에 있어서 상대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 도덕적 호소,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 공포심 자극 등 각종 전략을 통해서 일반인들의 자발적 동의를 획득하는 헤게모니 지배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런데 힘 있는 다수파 및 지배분파가 위와 같은 헤게모니 지배를 시도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헤게모니 지배는 지배세력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다. 그래서 헤게모니 지배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수파가 그렇게 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뜻한다. 패권주의는 바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나타나게 된다.

공천파동과 패권주의는 어떻게 연결되나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이것을 최근 나타나고 있는 공천파동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최근 공천파동의 원인을 보면 두 가지 공통점이 나타난다. 첫째, 극소수 실권자의 자의적 판단(자주 언급되는 소위 정무적 판단)에 대한 것과 둘째, 공천 규칙을 둘러싼 해석 및 실행 과정에서의 이견과 갈등 이다. 이것은 결국 다수의 집합적 의사와 제도적 해결을 거치지 않거나 우회하는 방식을 뜻한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일반 대중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는 민주적 방식을 채택하는 이유는 이것이 단기적으로는 혼란스럽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하는 세력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하여 내적 안정을 다질 수 있다.

그리고 규칙을 만드는 이유는 개인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혼란과 무질서를 줄이고, 경쟁에서 패배한 측의 원만한 수용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조직이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환경 속에서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규칙과 제도는 안정성이 핵심이다. 따라서 특별한 변동이 없다면 규칙과 제도를 변경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도와 규칙이 사회적 변동에 조응하지 못해서 변경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오랜 기간에 걸쳐 다수가 참여하는 민주적 소통으로 최적의 안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정당의 공천 과정을 보면 위와 같은 것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선 밀실에서 소수에 의해 이뤄지는 하향식 공천이 너무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사실 공천관련 기구는 공직 후보자로 추천하기 부적합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만 판단하도록 역할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위 정무적 판단이라는 이유로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을 좌우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 이는 공천을 위한 제도적 규칙의 안정성이 결여되어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공천 과정을 두고 누구는 당헌 당규에 어긋난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누구는 아니라고 반박한다. 필자는 새누리당 당헌 당규를 유권해석 할 능력은 없기에, 누구 말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 정당 활동 중 공천은 이해관계 충돌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해석상의 충돌이 나타나는 규칙은 그 자체로 안정성이 떨어진다.

그러면 더민주당은 어떤가?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회가 총선을 위해서 지난해 오랜 기간 야심차게 만들었던 시스템 공천안은 김종인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렇게 제도적 변경이 급작스럽게 이뤄지는 것은 안정성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와 같은 제도 변경은 거의 매 선거 때마다 나타난다. 안정성이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며 당이 무질서 상태를 오히려 조장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리고 안철수의 국민의당 역시 위 두 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에 비해 당세가 작아서 잡음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리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들어보면 위 두 당과 맥락이 같다. '친노패권주의를 피해왔더니 친안패권주의는 더 하다'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패권주의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

결국 이 같은 현상은 헤게모니 보다는 패권주의를 통한 지배를 시도하는 다수파의 의도와 관련 있다. '친박 공천 비박 탈락'이라는 평가를 받는 새누리당 공천 사태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친박의 장기적 생존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국민의당 역시 안철수 대표의 친위 체제 구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다만 외형상 이번 더민주당 사태는 과거와 약간 다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자체 세력은 없는 '1인 정치'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체제에서 김종인 대표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면 결과적으로 동일한 문제점이 확인된다. 즉, 헤게모니 지배력이 없는 다수파의 자구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결국 패권주의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을 위한 논리다. 정치의 본령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 증진에 있다. 그러나 패권주의 논쟁에서 이와 같은 가치를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정치 혐오에는 단호히 반대하지만, 한국 정치인들의 행태는 크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신기 기자는 사회학 박사이며 김대중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 사회 보수화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진보에서 보수로 정치적 정체성의 변화를 보인 일반인 32명을 심층인터뷰하여 <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냈습니다.



태그:#패권주의,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